바자회, 왜 하나 봤더니...

안성 동부무한돌봄센터 희망나눔 바자회 현장을 가다

등록 2011.11.06 09:58수정 2011.11.0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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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정면 한경대, 두원공대, 비봉봉사회, 함께하는 교회, 송탄중앙교회 등에서 자원봉사에 나선 희망나눔 바자회. 그들의 중심에 장애가정이 있었다는 상징성을 나타내듯 마침 한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행사장 전면 중심을 지나가고 있다. ⓒ 송상호


연말이다. 각종 행사가 줄을 섰다. 사람들은 간혹 말한다. "아니 또 무슨 바자회?"라고. 마치 바자회에 치인 사람들처럼. 하지만, 이글을 읽으면 "아하 그랬구나"며 생각이 달라질 거다.


바자회 개장 전부터 줄서서 기다리는 주부들은 왜?

지난 4일 안성 내혜홀광장엔 일단의 주부들이 아침부터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아니 오전 11시에 바자회 시작이라는데, 오전 10시부터 기다린다. 도대체 왜? 이유는 간단하다. 바자회 첫 시간에 가야 좋은 물건을 먼저 찜한다는 것. 바자회를 여러 번 대하는 주부들의 노하우다.

이렇게 개장 첫 시간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바자회, 이름 하여 '장애인, 위기가정의 재활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희망나눔 바자회'. 평안밀알재단이 주최하고, 동부무한돌봄센터가 기획한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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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냥 타임 이 시간에 본부석 앞에 나온 물품들은 모두 천원에 팔렸다. 이 시간을 알리는 방송이 나가자마자 사람들은 거의 빛의 속도로 몰려 들었고, 삽시간에 물건이 동이 났다. 이런 즐거움이 바자회에 있다. ⓒ 송상호


바자회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메뉴가 다양하다. 한 곳에 고급 커피점이 옮겨 와 있다, 화장품 코너에선 메이크업도 해준다. 문구 세트도 팔고 허브 꽃도 판다. 물론 의류는 기본이다.

어떤 행사라도 먹을거리가 인기는 단연 최고다. 메뉴는 국수, 김치전, 김밥, 떡볶이, 순대, 어묵 등이다.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린다. "국수 있어요. 김밥이요. 떡볶이....." 이렇게 외치는 소리와 정겨운 지인들 간의 음식대화가 시끌벅적하다. 안성장날이 따로 없다. 


또 하나의 인기 음식 코너는 '소시지, 닭꼬치, 와플' 판매 코너다. 이름만 들어도 현대인들이 좋아하는 이 코너는 일찌감치 파장이다. 전수받은 초보 솜씨로 봉사자들이 찍어내는 와플조차도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사람들은 이날만큼은 까다롭던 식성도 음식의 모양을 따지던 마음도 모두 바자회 행사장에 내려놓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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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커피점 안성 시내에 있는 고급 커피점이 오늘은 바자회 현장으로 출동했다. 후원도 하고 홍보도 하는 일석이조의 기회를 그들은 놓치지 않았다. 이색적인 코너에 사람들은 끊이질 않았다. ⓒ 송상호


윤도현, 김제동 등의 연예인 소장품 경매시간까지


이날 눈에 띄는 것은 연예인 소장품 경매시간이다. 윤도현의 야상 점퍼와 싸인 CD, 김C 싸인 CD, 김제동의 저자 싸인 책, 김재원의 모자, 황신혜와 차화연과 민영원 등의 의류 등이다. 참 재주도 좋다. 안성 농촌도시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현상이다.

한경대학교 스포츠과학과 학생들은 옷을 팔고 있다. 옷을 사가는 손님에게 "환불은 안 돼요이~~. 교환은 됩니다이~~"라며 개그콘서트 '애정남'톤으로 신나게 팔고 있다. 이들은 동료 학생들로부터 일일이 옷을 기부 받았다. 왕년에 아르바이트 하던 실력으로 장사를 폼 나게 하고 있다.  

오후 1시는 '천냥 세일 시간'. 본부석에서 "모든 물건을 천원에 팔아요"라고 외치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빛의 속도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사람들이 손보다 눈이 더 빨라진다. 순식간에 물건들을 스캔해서 괜찮은 물품을 집어 들어야 하니까. 이거야 말로 생존경쟁 선착순의 전형적인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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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 행사장 전경이다. 이날 내혜홀광장엔 안성장날이 잠시 옮겨와 있는 듯 했다. ⓒ 송상호


마이크를 든 센터 직원은 천생 난장 옷장수다. 목소리 톤으로 봐선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순식간에 물건이 동이 나고 환상의 세일 시간이 지나간다. 실제 거리장사에서 저만큼 신나게 잘되면 돈방석은 따 놓은 당상이지 않을까.

기부단체에서 오히려 "기회 줘서 고맙다"

이런 바자회 준비, 결코 만만찮았다. 사실 신생단체인 센터를 알리는 것만도 벅찬 일이었다.  거기다가 후원금을 달라는 게 아니라 물품을 후원해서 파는 것까지 해달라니. 기존 복지기관과 연결되어 있는 곳을 피하는 것도 꽤나 신경 썼다.

지난해에 센터에선 600만 원을 기부 받아 30가구에 겨울나기 기름을 지원한 바 있다. 올해엔 돈을 기부 받는 것보다 좀 더 진보한 방법을 택했다. 물건을 기부 받고, 거기다가 동참하는 수고까지. 목표 금액도 1500만 원으로 상향조정 됐다. 좀 더 많은 가구에 혜택을 제대로 주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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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소장품 경매 이날 행사장에 이색 코너 '연예인 소장품 경매'코너다. 윤도현, 김제동, 김C 등의 유명 연예인들이 평소 소장하던 물품을 경매하여 파는 코너였다. 농촌도시 안성 사람들에겐 또 다른 기쁨을 주는 코너였다. ⓒ 송상호


이혜주 센터장은 "센터도 홍보하고, 시민들도 나눔에 적극 참여하게 하자"는 일석이조의 이유라고 밝혔다. 바자회에 나와 물건을 구입하기만 해도 '가계에 도움, 후원금 기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꼴이다. 물건을 내놓은 단체도 '기업홍보, 후원금 기부'의 일거양득을 누린다. 돈으로만 기부하면 도저히 누릴 수 없는 즐거움이 바자회라는 시스템 안에 있다.

실제로 센터에서 어려운 마음으로 후원 단체를 찾아갔을 때, 오히려 그 단체에서 "이런 기회를 줘서 고맙다"며 진심을 전해 받았단다.

현장 스케치에서도 봤겠지만, 물건을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모두 즐겁다. 현장에 나와 자신의 일처럼 열심히 물건 파는 사람들을 보며 주최 측에선 또 하나의 감동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 퍽퍽한 세상에서 나눔과 참여, 즐거움과 감동이 있는 이 잔치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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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총사 이날 행사를 처음부터 기획하고 준비해온 안성동부무한돌봄센터 식구들이다. 연두색 상의를 입은 여성이 이혜주 센터장이다. 이들은 올해 여름부터 쉬지 않고 이날을 준비해왔다. 이들 5명이 기획하기엔 사뭇 큰 잔치였다. ⓒ 송상호


기부문화가 줄어 복지기관이 어렵다는 요즘, '기부는 결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 기부는 거룩한 행위가 아니라 즐거운 행위'라는 단순한 진실을 설파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일석이조의 이런 바자회 마당을 준비한 그들이 고맙고 또 고맙다.

덧붙이는 글 | 동부무한돌봄센터 031-675-6513는 평안밀알복지재단 소속 기관이며, 안성 동부지역인 죽산에 위치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동부무한돌봄센터 031-675-6513는 평안밀알복지재단 소속 기관이며, 안성 동부지역인 죽산에 위치하고 있다.
#안성동부무한돌봄센터 #무한돌봄 #바자회 #희망나눔바자회 #평안밀알복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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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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