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 철거된 자리에는 '혜안을 가진 건국대통령'이라고 이 대통령의 업적을 기념하고 있다.
정민규
평일 낮시간임에도 기념관을 찾는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해운대에서 왔다는 윤창호씨는 아늑한 이곳의 느낌이 좋아 종종 찾고있다고 말했다. 정년 퇴임을 했다는 윤씨에게 조심스럽게 다음 선거에서 지지하는 정당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윤씨는 "박근혜가 대통령이 돼야 되지 않겠느냐?"고 되물어왔다. 윤씨는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은 크지만 야당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동아대학교에서 한적한 데이트를 즐기러 온 학생 커플도 만날 수 있었다. 캠퍼스 커플이라는 이들은 정치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며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요즘엔 주위에서 안철수며 문재인 같은 야권 후보들을 자주 언급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혹 지지하는 후보가 있느냐는 질문에 "안철수 교수"라고 답했다. 이유를 묻자 여자친구가 "얘는 그냥 자기 학교 선배라고 그러는 거예요"라며 남자친구를 보고 혀를 삐쭉 내밀었다. 안 교수는 부산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야권의 유력 대권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문재인 이사장을 비롯해 조국 교수,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부산경남 출신이다.
부산역으로 자리를 옮겨 즐비한 택시 기사들을 붙잡고 물었다. 7년차 개인택시 운전기사라는 김아무개씨는 "현 정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가진 분들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기사는 "DMB 뉴스에 대통령이 나오고 있으면 다른 거로 틀라는 손님도 있다"고 냉랭한 민심을 전했다.
야권의 유력 대권 후보에 지역 출신들이 떠오르고 있다는 말에는 "대통령이 지역 따지가꼬 되긋나?"하며 되묻는다. 동료도 "같은 경상도라도 이번 대통령처럼 포항이랑 대구 쪽만 밀어주면 안 되지"라며 맞장구쳤다. 이들은 무산된 부산 가덕도 신공항이 자기 지역으로 공항을 유치하려 했던 TK(대구경북)와 정권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지역 출신이 대통령 되는 게 싫지는 않지"라며 내심 반기는 분위기였다. 택시기사는 담배 연기와 함께 "우짜다가 내가 민주당을..."하는 읊조림을 뱉어냈다.
이런 지역의 분위기는 <동아일보>와 코리아 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조사한 결과에서 '다른 인물에 투표하겠다'는 답변이 32.2%로 '현 국회의원에 투표하겠다'(21.4%)는 대답을 10%p 가량 차이로 눌렀다. 부산 민심은 그 이유로 '현 정권에 대한 실망'(43.6%)을 가장 크게 꼽았다. 다음 선거에서 야권 후보를 찍을 것이라는 대답도 36.5%로 한나라당 후보를 지원하겠다는 31.6%보다 4.9%p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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