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동 시인, 부산 경찰서 점령하러 간다"

[현장] 희망버스 기획단 송경동·정진우, 부산 영도경찰서 자진출두

등록 2011.11.15 16:02수정 2011.11.1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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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의 버스' 기획단 송경동 시인(앞줄 왼쪽에서 세번째)과 정진우 진보신당 비정규노동실장(앞줄 맨 오른쪽)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앞에서 경찰조사에 대한 자진출석에 앞서 '희망의 버스 계획과 경찰수사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희망버스 참가자들과 함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며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이라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노동자 시인 송경동이 이명박이라는 감옥으로 자진해서 걸어 들어간다. 그 감옥을 깨부수러 들어간다. 잘 들어가라고 박수 한 번 쳐주자."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의 박수에 백 소장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선 송경동 시인과 정진우 진보신당 비정규 노동실장은 멋쩍은 듯 웃어보였다. 희망버스 기획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두 사람은 지난 7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후 4개월 여간 민주노총에 있는 희망버스 기획단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해왔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위해 그간 경찰조사를 거부해왔던 이들은 15일 민주노총이 있는 경향신문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 영동경찰서로 향하는 차량에 올라탔다. 

"이명박이라는 감옥 깨부수러 자진해서 걸어 들어간다" 

두 명의 희망버스 기획단이 '자진출두' 하는 날, 경향신문 사옥 앞에는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권영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 '날라리 외부세력' 영화감독 박성미씨 등 각계 인사들이 모였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자의 벗이었고 노동자의 절규를 시로 써준 민주노총 명예조합원 송경동 시인이 자기 발로 약속했던 대로 경찰서를 점령하러 간다"면서 "경찰은 그 정도로 체포영장, 구속영장이 기각됐으면 그만 할 일이지, 또다시 송경동 시인을 잡아 가두려고 한다"고 개탄했다. 김 위원장은 "송 시인은 경찰서 점령을 48시간 내에 끝내고 김 지도(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를 만나러 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배은심 전국민주화운동 유가족협의회 회장은 "김진숙 동지가 우리 곁으로 왔으니 정말 고맙다"면서 "김진숙 동지가 부산 영도에서 행여나 잘못될까 봐 마음을 졸이고 바라봤는데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배 회장은 "그런데 경찰은 그 사람을 살 수 있도록 온갖 힘을 다해준 송 시인을 연행하려고 한다"면서 "경찰은 독재 권력의 하수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일갈했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 역시 "송경동 시인이 없었다면 김진숙씨가 어떻게 됐을까, 기적과도 같았던 지난 6월의 희망버스가 절망 속에 있던 김진숙을 희망으로 구원했다"며 송 시인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정 의원은 "아무리 이명박 정부가 간악하다고 하지만 송경동 시인 앞에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된다면 송 시인은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희망버스는 이제 한 정거장밖에 안 지났다, 송경동 운전사를 앞서서 달리게 하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시인 "희망버스는 이제 막 출발...멈추지 말고 함께 달려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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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의 버스' 기획단 송경동 시인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앞에서 경찰조사에 대한 자진출석에 앞서 '희망의 버스 계획과 경찰수사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의 격려를 받으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연이은 '감사의 말'에 송 시인은 "다들 제가 했던 일을 과분하게 이야기한다"면서 "열정, 연대, 사랑을 보내준 수많은 '동지'들"에게 '공'을 돌렸다. 송 시인은 "끝까지 이긴다는 마음이었고, 약간의 부족함,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겼다, 김 지도님과 그 동지들, 근 1년 가까이 함께 싸웠던 한진 노동자들이 이겼다"면서 "그분들에게 존경한다는 마음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송 시인은 "잊지 말 것은 희망의 버스는 이제 막 출발한 새내기 버스라는 것"이라면서 "(희망버스는) 십수 년 동안 자행된 수백 만에 이르는 노동자들의 정리해고와 900만 명에 이른 비정규직 노예노동 체제에 균열을 내기 시작한 사회적 연대의 출발"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진우 실장은 "여러분께 전하고 싶고, 함께 만들고 싶은 이야기는 아직 끝날 수 없습니다, 제가 떠나는 오늘의 부산행은 또 하나의 '희망의 버스'"라며 다음과 같이 '출두의 변'을 남겼다.

"급하게 걷더라도 옆을 바라봅시다. 넘어진 분이 있으면 손을 내밉시다. 잡은 손 놓지 않고 함께 걸어가면 우리는 승리할 수 있습니다. 함께 걷는다면 우린 두렵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희망입니다. 희망은 반드시 승리합니다. 우리는 승리합니다." 

'6차 희망버스' 출발 안 해...'희망버스 시즌2'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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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의 버스' 기획단 송경동 시인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앞에서 경찰조사에 대한 자진출석에 앞서 '희망의 버스 계획과 경찰수사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와 희망버스 참가자들로부터 격려를 받고 있다. ⓒ 유성호


이날 기자회견에서 희망버스 기획단 김혜진씨는 '희망버스 시즌2' 계획을 밝혔다. 먼저, 당초 오는 11월 26일과 27일로 예정돼 있던 '6차 희망버스'는 출발하지 않는다. 김씨는 "때로는 버스가 정비도 해야 하고 운전자들이 쉬기도 해야 한다"면서 "오는 19일 오후 5시 부산에서 희망버스 승객들이 함께하는 '승객들의 이야기마당'을 통해 희망버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후의 희망버스가 지난 1차에서 5차까지처럼 대규모 집회가 될지, 아니면 소박한 마음을 담아 투쟁하는 연대의 버스가 될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희망버스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해 계속 달려간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권력에 대한 '저항'도 함께 진행한다. 김씨는 "공권력은 집회와 통행을 임의로 가로막고 물대포와 최루액을 난사하고, 참여자들에게 소환장을 남발하고 체포영장을 들이미는 등 도를 넘는 횡포를 자행했다"면서 "이에 그동안 소환을 거부했던 소환자 대부분이 '진술거부'를 지속하는가 하면 국가권력의 횡포에 대해 국가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한진중 사측의 약속이행을 지켜보는 것 역시 주요과제다. 김씨는 "한진중 노사합의가 마무리되었지만 정리해고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아직 1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면서 "한진중공업이 합의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고 정리해고자 모두가 현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희망의 버스는 계속 조남호를 바라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으로 떠나는 차량에 몸을 싣기 전, 송경동 시인과 정진우 실장 그리고 희망버스를 응원하는 인사들은 다 함께 구호를 외쳤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309일 만에 35m 크레인에서 내려와서 외쳤던 바로 그 구호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희망버스 #송경동 #정진우 #김진숙 #한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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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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