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울기, 그후의 황폐함을 아시나요?

오블 인기블로거 한미 '영혼의 기울기' 도조전 관람기

등록 2011.11.22 09:33수정 2011.11.24 10:08
0
원고료로 응원
a

마주침, 모든 것의 모든 것... 작품 감상 들어갑니다. ⓒ 윤솔지

마주침, 모든 것의 모든 것... 작품 감상 들어갑니다. ⓒ 윤솔지

도조는 도예와 약간의 차이가 있다. 도예는 우리가 평소에 생활할 때 쓰는 자기도 포함하지만 도조는 도예 중에서도 굳이 생활의 실용성은 감안하지 않아도 되는, 즉 예술성에 더 집중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는 예술 분야다. 모래와 흙이 한 예술가의 손에서 주물거려지고 빚어지면서 어떤 형상이 되는 것이 도조인데 아직 대한민국에서 낯선 단어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 도조예술가 한미씨가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한미 도조전 '영혼의 기울기'(11월 16일~ 22일)를 열었다. 제목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번 도조전은 영혼과 영혼의 조우, 그 안에서도 남자와 여자의 몸으로써의 만남, 그리고 그 이후의 황폐함을 표현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그녀를 만나 그녀만의 예술의 의미를 물어보았다.

 

"예술을 하는 순간에는 생과 사의 구분이 없는 것 같아요. 누군가 손님 중 한 분이 전시회에 오기 전에 어떤 분의 영정 사진을 찍고 왔다고 하더라고요. 보통 영정 사진을 찍을 때 기분이 어떨까 생각해 보았어요.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을…. 하지만 우리는 생과 사라는 그 절대적 구분 선을 떠나 자신의 존재를 남기고 싶어하잖아요. 저에게 도조가 그런 의미예요. 상상을 하면서 창작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고요한 순간이 오는 데 그럴 때면 이렇게 작품이 한 개씩 만들어지죠. 아마 그러한 카타르시스가 많은 예술가들이 예술을 끊지 못하는 이유인 듯합니다."

 

a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한미의 도조전 영혼의 기울기. ⓒ 윤솔지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한미의 도조전 영혼의 기울기. ⓒ 윤솔지

- 작품들이 굉장히 에로틱하고 사실적이에요. 이것이 아마 문학평론가 김동원씨가 말씀하신 '남녀의 사랑은 사랑에 대한 몽상적 꿈이라기보다 오히려 현실에 가깝기 때문이다'라는 생각과 일치하는 것인가요?

"예술에 관해서는 해석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김동원씨께서 평해주신 것은 훌륭하고 저의 세계를 잘 이해해주셨어요. 사실 원래 저의 예술세계에 대해서 사람들은 늘 '웃는 얼굴을 인자하게 표현을 잘하는 착한 작가'라고 평했었어요. 어느 날 알게 되었어요. 그러한 편견으로 나 자신을 국한하기보다는 제 안에 있는 욕구를 하나하나 꺼내서 더 자유로운 예술세계를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이번 도조전이 아마도 그 첫걸음인 것 같아요. 남과 여, 그들이 만났을 때 서로 기울기가 생기고 욕망, 사연이 엉켜서 드라마가 되니까요. 그게 지금 도조전의 테마입니다."

 

a

오블의 힘 고상한 도조전 ⓒ 윤솔지

▲ 오블의 힘 고상한 도조전 ⓒ 윤솔지

 

사실 한미씨는 오마이블로거에서 인기블로거(오블 닉네임 '도토리')이다. 게다가 이번 도조전에서는 블로거 식구들도 훈훈한 정을 과시했다.

 

김주대 시인(오블 닉네임 '풍경')은 도조전에 시를 헌정했으며, 김동원 문학평론가(오블 닉네임 'backnine')는 한미씨의 예술세계에 대한 긴 서평을 써주었다. 그리고 전시 첫날(16일) 배광우(오블 닉네임 '파우스트')씨는 지방에서 먼 길을 선뜻 올라와 줬다. 또 저녁에는 '참치주방장'(오블 닉네임만 밝힘)이 운영 중인 식당에서 오블 식구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즐거운 뒤풀이를 했다.

 

"온라인에서 더 진정성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떠나지를 못하는 오마이 블로그. 이런 기회들 때문에 더 애착이 간다"라며 수줍게 웃는 허선양(녹두)씨나 "소리소문없이 찾아오시고 또 응원해주시는 오블지기들 덕분에 이 전시회가 외롭지 않았다"는 한미씨의 말처럼 오마이 블로그에서 조금씩 소통하며 마음을 열어간 것이 이런 의미 있는 자리를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11.11.22 09:33 ⓒ 2011 OhmyNews
#도토리 #오마이블로그 #오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한국 언론의 타락 보여주는 세 가지 사건
  2. 2 우리도 신라면과 진라면 골라 먹고 싶다
  3. 3 한국 상황 떠오르는 장면들... 이 영화가 그저 허구일까
  4. 4 'MBC 1위, 조선 꼴찌'... 세계적 보고서, 한글로 볼 수 없는 이유
  5. 5 "왜 답변을 안 해요""권익위 폐업?"...'김건희 무혐의' 후폭풍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