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유시민·심상정, 무대 위에서 춤춘 까닭은...

참여당 라디오방송에서 '진보통합 다지기'... 유시민 "우리부터 잘 지내야"

등록 2011.11.22 08:45수정 2011.11.2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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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이정희, 국민참여당 유시민, 새진보통합연대 심상정 대표가 21일 저녁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유시민의 따뜻한 라디오' 공개방송에서 진보통합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국민참여당 유시민, 새진보통합연대 심상정 대표가 21일 저녁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유시민의 따뜻한 라디오' 공개방송에서 진보통합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이경태


이정희 : "저는 잘 못 놀아요. 그쪽으로는 자질이 완전 죽어 있죠."

심상정 : "미모야 괜찮은 것 같고...노래와 춤은 유 대표가 잘하시는 것 같아요."

유시민 : "노는 것은 우리에게 맡겨 주세요. '국민춤추당'도 있고 당구동호회도 있고... 저는 역시, 마음의 평화로움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종종 사나워지죠. 아, 절대로 이 사나움을 당내에서 발휘할 생각은 없습니다. 오로지 가카를 향해서만."

폭소가 터져 나왔다. 각자에게 서로에 비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점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격의 없는 문답이 오갔다. 완성을 코앞에 둔 진보통합의 세 주체,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심상정 새진보통합연대 공동대표가 유쾌한 대화를 이어갔다.

이들은 21일 저녁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공개 진행된 참여당 라디오방송 <유시민의 따뜻한 라디오>에서 입을 맞췄다. 찰떡호흡이었다. 유 대표는 "87년 '서울역 회군' 당시 학생회 지도부를 향해 10원짜리 100원짜리 욕을 하던 그 유명한 심상정"을 기억했고 심 대표는 "17대 초선 국회의원 당시 자신처럼 의원 배지를 달지 않고서도 '난 다 아니깐'이라며 자신에게 퉁박을 주던 '선천적 깔때기' 유시민"을 폭로했다.

청취자 질문에서는 각자 특유의 캐릭터가 꿈틀거렸다. "이 대표와 심 대표 중 이성으로 좀 더 끌리는 이가 누구냐"는 짓궂은 질문에, 이 대표는 손을 내저으며 "큰일 날 얘기"라며 웃음 지었고, 심 대표는 "얘기 잘 해야 해"라며 은근히 유 대표를 압박했다. 유 대표는 "임자가 있는 몸인데 누구에게 더 끌려봤자 뭐하겠냐"라면서도 "워낙 넓은 마음인지라 두 사람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다"고 눙쳤다.


여성플라자 국제회의실을 가득 메운 250여 명의 청중들은 배꼽을 잡았다. 통합 논의 시작 10개월 만에 공고한 '약속'을 가지고 한 자리에 만난 대표들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참여당이 준비한 개인 텀블러 외에도 일부 당원들은 개인적으로 준비한 초콜릿 등을 세 대표에게 건넸다.

심상정 "'좋은데 되겠냐'는 말 들으며 가슴 속 멍이 쌓였다"


 21일 저녁 민주노동당 이정희·국민참여당 유시민·새진보통합연대 심상정 대표가 출연한 '유시민의 따뜻한 라디오' 방송에 250여 명의 청중들이 모여들었다.
21일 저녁 민주노동당 이정희·국민참여당 유시민·새진보통합연대 심상정 대표가 출연한 '유시민의 따뜻한 라디오' 방송에 250여 명의 청중들이 모여들었다. 이경태

단순히 웃고 즐기기 위한 자리는 아니었다. 민노당의 27일 당대회, 참여당의 12월 4일 전당원대회 등 진보통합 완성을 위한 내부 의결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세 대표들은 새롭게 건설될 통합진보정당과 그 가능성에 대해 공들여 설명했다. 또 통합 과정을 전후해 각자에게 생긴 생채기를 보듬는 모습을 보였다.

심상정 대표는 10개월 만에 일궈낸 진보통합을 '임신'에 비유했다. 그는 "임신을 하게 되면 초기에 입덧을 하게 되고 5~6개월쯤 유산 위기가 있다, 그러다 8~9개월쯤 되면 임신 중독 증세를 겪기도 한다"며 "저도 그렇지만 참여당 동지들도 창당한 지 얼마 안 돼 새 길을 나서자니 발이 안 떨어졌을 것이다, 그동안 불가피하게 겪어야 할 과정을 소화했다고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정희 대표는 새진보통합연대를 향해, "먼 길을 오시느라 정말 고생이 많으셨다, 서로 간의 앙금이 조금 남아 있을 순 있지만 이제 더 깊은 신뢰를 쌓아가기 위해 이 먼 길을 오셨다고 생각한다"며 "저도 제 마음 한구석이 강퍅해지지 않는지 돌아보겠다, 허심탄회하게 진짜 진보정당을 만들어봤음 한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진보통합의 세 주체는 술자리에서 각각 마주 앉으면 나눌 수 있는 기억들이 있는 사이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민노당·통합연대 동지들이 참여당에 대해 이런저런 의구심이 있으시겠지만 겪어보면 듣던 것보다 훨씬 더 괜찮다고 하실 것"이라고 자신했다.

각자 다른 길을 택했던 세 주체가 지금 하나가 되고자 하는 이유는 같았다. 이 대표는 한진중공업 사태 당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의 활동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오래 전부터 노력하고 변화시키려고 한 일들을 매번 다른 정당의 손을 빌려서 해야 할까 하는 생각에 매우 속상했다"고 고백했다. '사표론'에 휩쓸리는 정당이 아니라 현실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폭넓고 힘있는 진보정당을 희망했노라고 말했다.

심 대표 역시 "17대 국회의원 당시 매번 '참 좋은데 그게 되겠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으며 가슴 속에 차곡차곡 멍이 쌓였다"고 말했다. 당시 '복지병'으로 치부되던 진보정당의 무상급식·무상의료·반값등록금 정책이 지금 대세가 된 것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그를 실현할 수 있는 정당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단 얘기도 곁들어졌다.

유시민 "통합진보정당 공동대표 된다면 나머지 두 대표 극진히 모실 것"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심상정 새진보통합연대 공동대표가 21일 저녁 '유시민의 따뜻한 라디오' 공개방송을 마치며 빅뱅의 '붉은 노을'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심상정 새진보통합연대 공동대표가 21일 저녁 '유시민의 따뜻한 라디오' 공개방송을 마치며 빅뱅의 '붉은 노을'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이경태

민노당·참여당·통합연대가 하나가 돼 폭 넓은 통합진보정당을 만들면 이들의 바람이 실현될까.

유 대표는 "tvN의 '끝장토론'에 나갔더니 20~30대 젊은이들이 '진보정당은 반대만 한다'고 생각하더라"며 통합진보정당의 확장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또 "아무리 큰 물고기라도 얕은 물에 갇히거나 물 밖으로 내팽겨지면 힘을 못 쓴다"며 "독자적 교섭단체를 구성하기 위해 어떻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냐"고 물었다.

심 대표는 지금보더 더욱 폭넓게 진보진영을 묶어내기 위해 각 대표들에게 "발품을 팔 것"을 제안하며 20~30대 청년들과 정치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던 계층들을 위한 정당이 돼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 당시 투표에 한 번도 나서지 않았던 흑인·유색인종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나왔다"며 "(통합진보정당은) 그동안 정치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던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투표장으로 불러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진보신당 탈당 이후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자신에게 '민주통합' 합류를 제안했을 때도 이를 진보정당의 역할로 규정했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또 "진보정당은 나의 욕망을 거세하는 정당처럼 느껴진다"고 했던 30대 커리어우먼의 기고글을 소개하며 "진보정당이 너무 엄숙하고 도덕적인 것처럼, 희생과 헌신을 요구하는 것처럼 인식된 점이 있다, 진보의 열정과 가치·신념은 튼튼히 움켜쥐되, 신나고 발랄하게 통합진보정당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원래부터 눈이 밝으신 국민들이었지만 이제 진짜 믿을만한 사람이 누군지 쉽게 골라내신다"며 "진심은 통하기 마련이다, 서로 공통의 목표를 향해 자신의 자리도 내어주며 협력하고 믿고 나아가자"고 말했다.

그는 이어, 10·26 재보선 당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민주당과 야권연대 협상이 결렬됐던 상황을 거론하며 "진보정당이 5~6% 정도의 지지율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연대를 하지 않았다"며 "진보정당의 힘 자체를 끌어올려야 내년 총선의 야권연대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당내의 잡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스스로 몸을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일단 우리끼리 잘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 합치고 난 뒤 접시 깨지는 소리가 담장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며 "제가 통합진보정당의 공동대표가 될 수도 있을 텐데 그렇게 된다면 저는 평당원이라 생각하고 두 분 공동대표를 아주 극진히 모실 생각"이라고 밝혔다.

'춤'으로 마무리 된 진보통합 좌담...소통 과정 이어질 듯

2시간여에 걸친 좌담의 마지막은 '춤'이었다. 이정희·유시민·심상정 대표는 빅뱅의 '붉은 노을'과 팝송 써니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청중 중 일부는 무대 위에 올라가 대표들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세 대표는 청중들과 인증샷을 찍으며 방송을 끝냈다.

한편, 참여당은 이날 라디오방송뿐만 아니라 진보통합 세 주체의 대표들이 함께 만나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진보통합을 의결하는 전당원투표의 성사를 위해서다. 오는 24일 저녁 충남 공주에서 민노당과 합동토론회를 협의하는 등 각 지역별로 당원 토론회를 여는 것도 추진 중이다.
#진보통합 #이정희 #유시민 #심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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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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