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해 하는 한국사람, 휴식을 즐기는 티베트사람

[배낭돌이의 서(西)티베트 여행기]

등록 2011.11.22 18:23수정 2011.11.2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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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드를 달려 서티베트로 가는 길. 도로 공사가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 이른 새벽부터 출발을 했지만, 공사 구간을 피하지 못하고 발이 묶여 우리의 길을 막은 끈이 풀리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언제쯤 이곳을 지나 달려갈 수 있을까? 머리 바로 위에서 비추는 티베트의 햇살이 점점 뜨거워진다.

 또 다시 막혀버린 서 티베트 가는 길
또 다시 막혀버린 서 티베트 가는 길 오상용

나의 질문에 웃기만 하는 티베트 청년


한참을 이곳에 서 있었는데, 우리 뒤로 온 중장비 차량과 우리 후발대 차량만 정차되어 있을 뿐 다른 차량을 볼 수 없다. 비상식량을 준비할 때 우리 곁으로 몰려든 많은 티베트인들은 무엇을 타고 왔다는 건인가? 분명 30명 이상의 사람들이 발이 묶여 이곳에 있는데 우리 차량을 제외하고 있는 차라고는 중장비 차량 한 대가 전부이다.

사람이 타고 다니기에는 공간이 없는 중장비 차량인데 그 많은 사람들이 타고 왔을까? 주변을 돌아봐도 그들이 타고 온 차량이 보이지 않는다. 차량이 보이지 않은 것이 궁금해, 아까부터 나를 쫓아다니며 나의 행동을 지켜보던 티베트 청년에게 물어보지만 나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지 그저 웃기만 할 뿐이다.

투정 부리는 한국사람, 여유를 즐기는 티베트사람

 들판에서 여유롭게 휴식을 즐기는 티베트 사람들
들판에서 여유롭게 휴식을 즐기는 티베트 사람들오상용

어떻게 이곳을 왔는지 알면 뭐가 달리지나? 우리 모두 발이 묶여 이곳에서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차량이 없는 것이 조금은 궁금하지만 알 수 있는 방법도 없고, 알아도 달라질 것이 없다.

혹 주변에 놀거리라도 있을까 주변을 돌아보지만 보이는 거라고는 산과 들판이 전부이다. 작은 슈퍼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며 투정을 부려본다. 우리의 발목을 잡은 끈을 보면서 조금씩 화를 내는 한국 사람들. 그에 반해 티베트인들은 초원에 천을 깔고 눕거나 앉아 수유차를 마시는 모습이 참 대조적이다. 오래전부터 유목 생활과 자연의 삶을 살아서일까? 돈을 지불하고 이곳을 여행 온 한국 여행자와는 달리 언제 풀릴지 모르는 이곳에서 신경쓰지 않다는 듯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삶의 여유가 뭍어난다.


 푸른 하늘과 티베트 초원 그야말로 그림이다
푸른 하늘과 티베트 초원 그야말로 그림이다오상용

그곳에서 식사를 하고 따듯한 햇빛에 약 2시간의 낮잠을 즐기고 나서야 우리를 막아 놓았던 끈이 풀렸다.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인가? 함께 보낸 티베트인들과 인사를 하고 차량에 오르려는데, 우리 뒤로 차량 한 대가 달려와 기다리고 있던 티베트인들은 태운다.

우리 차량 뒤로 차량이 없었던 이유를 해결하는 순간. 하지만 뒤에서 기다렸다 왔다 쳐도 어떻게 길이 열리는 것을 알고 달려왔는지에 대한 또 다른 궁금증이 생긴다. 티베트인들이 주고받는 신호 방법이 있나?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이곳에서 도로가 열린 것을 알고 달려온 그 차량이 너무 신기하다.


 잠시 나타난 아스팔트 길. 비포장 도로의 떨림이 없어지니 어색하다
잠시 나타난 아스팔트 길. 비포장 도로의 떨림이 없어지니 어색하다오상용

어찌되었든 지금 중요한 것은 막힌 도로가 열렸다는 것. 몇 시간 동안 지체가 된 만큼 빨리 이동하기로 하고 차량에 오른다. 도로 공사가 진행 중이라 그런지 티베트와는 어울리지 않는 아스팔트 길이 나온다.

조금은 어색한 진동. 흔들리는 차 안에서 적지 않은 투정을 부렸지만 흔들림조차 없는 지금이 조금은 어색하다.

또 다시 막혀버린 도로

 또 다시 막혀버린 도로
또 다시 막혀버린 도로오상용

이 어색함이 익숙해지기도 전에 또 다시 도로 공사 구간이 나타났다. 또 발이 묶이는 건가?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흙이 쌓여 있는 곳으로 접근한다. 다행이 끈을 묶어 놓고 길을 막고 있는 군인이 배치되어 있지 않다. 흙으로 길을 막고 있어 우회 도로를 이용해 달려나간다.

우회 도로를 따라 달린지 얼마 되지 않아 우회도로는 물론 본 도로로 올라갈 수 있는 공간이 흙으로 막혀 있다. 아까처럼 군인은 없지만 쌓아 놓은 흙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 쉽지 않은 서티베트 여행이라는 것은 알지만 중국 정부의 도로 공사로 인해 막혀 버린 이 상황이 화가 난다.

차에서 내려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 하지만 좁은 길까지도 흙을 쌓아 철저하게 출입을 통제하였다. 사람이라도 있으면 이야기라도 해보련만. 사람이 없는 중장비와 차량 한 대만 서 있을 뿐 그 어디에서 인부나 군인을 찾아볼 수 없다.

 또 다시 멈추어 버린 여행 일정
또 다시 멈추어 버린 여행 일정오상용

다시 달릴 수 있다는, 서티베트로 갈 수 있다는 희망의 미소를 지은 지 10분도 되지 않아 다시 멈추어 버린 자동차. 무엇을 보여주려는지 계속 우리의 발길을 잡는 티베트가 조금은 얄밉다. 이걸 피하고자 이른 새벽부터 출발을 했는데.

티베트의 아름다운 자연에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좋긴하지만 계속 해서 앞으로도 나가지 못하는 지금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 흥분되는 마음을 가라 앉히려 해도 잘 되지 않고, 막혀 있는 도로에 한숨만 나올 뿐이다.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가 부럽다.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가 부럽다.오상용

또다시 막혀버린 도로를 보며 나 홀로 한탄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이다. 한탄하고 흥분하고 화를 낸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내 감정을 숨길 수 없다.

푸른 하늘을 날아 내리고 싶은 곳에 잠시 내렸다가 또 다른 다른 곳으로 날라 가는 저 새처럼 서 티베트로 향하는 티베트인들과 우리를 자유롭게 놓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가고 싶으면 어디든지 가는 저 새가 너무 부럽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티베트 #티벳 #여행 #여행기 #배낭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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