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미달' 자사고, 학원 대표 불러 입학설명회

Y자사고 "많은 학생이 지원하게 하려고"... 교육청 "실태조사 뒤 조치"

등록 2011.11.23 16:00수정 2011.11.2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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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 학원업체가 보낸 Y 자사고 입시설명회 안내 메일.
H 학원업체가 보낸 Y 자사고 입시설명회 안내 메일.H 업체

서울지역 한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가 지난 11월 3일 유명 외국어고 프랜차이즈학원업체 대표를 학교로 불러 입학설명회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업체가 설명회 안내 메일을 4차례에 걸쳐 학원 소속 중학생 학부모에게 대량 발송한 사실이 23일 확인됐다.

특히 학원대표의 입학설명회 당일은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자사고 입시에서 교육감 승인권을 삭제한 '자사고 입시 자율화법안(초·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11월 3일과 맞물려 미묘한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학교를 직접 방문해 실태조사를 벌인 뒤, 지침 위반을 확인할 경우 적법 조치하기로 했다.

자사고인 서울 Y고와 H업체에 따르면 Y고는 지난 3일 오후 7시 이 학교 건물에서 서울지역 중3 학부모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2학년도 입학설명회를 열었다. 이 설명회에서 1부 '자사고 및 강북지역 고교선택 전략'의 연사는 다름 아닌 H업체 대표 임아무개씨였다.

H업체는 이날 강연회 안내문을 10월 14일부터 21일까지 4차례에 걸쳐 중3 학부모 등에게 대량 발송했다. '대한민국의 VVIP를 키우는 ○○고'란 제목의 이메일은 Y고가 학교를 직접 홍보하는 내용이었지만, 작성과 발송은 H업체가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H업체 대표 임아무개씨는 "지난해 미달로 학교가 불안해하며 설명회 연사를 부탁해 고심 끝에 참석했다"며 "20분간의 강연에서 '등록금이 비싼 학교인 자사고를 무턱대고 갈 필요는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설명회 안내 메일은 우리가 Y고를 도와줄 방법을 찾다가 자체적인 전자메일 리스트를 활용해 발송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Y자사고 교장 "미달 막으려고"... 시교육청 조사

Y고 교장 서아무개씨는 "작년에 미달이 됐기 때문에 학교에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도록 H업체 대표를 연사로 불렀는데, 이렇게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교과부와 서울시교육청은 Y고가 학원 대표를 초빙해 학교 설명회를 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교육당국은 2004년과 2009년 '외고 입시제도 정상화 방안' 등에서 '사설 학원과 연계한 입학설명회 금지'를 발표한 바 있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자사고가 학원 대표를 불러 입학설명회를 연 사실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교과부 학교선진화과 관계자는 "범정부적 사교육 절감 정책을 추진하는 이때 자사고가 학원 대표를 학교로 불러 입학설명회를 연 것은 부적절한 일"이라고 평했다.


서울시교육청 학교혁신과 중견 관리도 "Y고를 직접 방문해 실태조사를 벌인 뒤 부적절 행위가 드러나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자사고는 이주호 교과부 장관 주도로 입안한 이명박 대통령의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 공약에 따라 2009년부터 생겨난 학교로, 현재 서울 27개교를 비롯해 전국에 걸쳐 51개교가 있다. 자사고는 값비싼 수업료 등의 이유로 지난해 입시에서 대량 미달 사태를 겪었으며 전출 학생도 일반고교에 견줘 3배에 이르는 등 대표적인 실패정책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서울지역 입시전형 원서마감일은 11월 23일인데,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미달 사태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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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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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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