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6일 '성미산마을극장에서 열린 식당여성노동자호칭공모 결과발표문화제'
김현자
"'우리의 밥상을 차려주는 고마운 손'이란 뜻이에요. 엄마가 식당을 운영했어요. 배달하는 직원도 있고 그랬어요. 배달 사고도 나고 번거로운 일도 있고 그래서 일하는 분들이 그만두게 되었고, 일손이 모자라 동생과 내가 식당일을 돕게 됐어요. 그런데 쉬워 보였던 일이 참 힘들었어요. 또, 나물 한 가지를 다듬더라도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 그 차이는 크더라고요. 이런 생각이 들었죠. 다른 사람들의 밥상을 차려주는 일이 정말 힘든 일이구나.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구나.
식당 일을 집안일의 연속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직업성을 띠어야 하고 전문적인 지식도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변호사, 의사처럼 전문적인 일일수록 '-사'가 붙잖아요. 그래서 이런 생각들을 종합해 '차림사'라는 호칭이 참 좋겠다 싶어 응모했는데 금상을 받아 무척 기뻐요." - 한국여성민우회 '식당여성노동자 호칭 공모 금상 수상자 김미나(25)씨
지난 16일 저녁 7시, 성미산 마을극장(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소재)에서 의미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행사가 열렸다. 행사 이름은 '새로운 이름, 새로운 존중, 세상에 퍼지다'.
식당여성노동자의 이름, '차림사' 어때요?한국여성민우회는 지난 2년 동안 우리들이 흔히 식당에서 특별한 호칭 없이 각자의 편의에 따라 '아줌마', '이모', '고모', '이봐요', '여기요' 등으로 부르는 식당여성노동자들의 호칭을 시민들에게 공모했다. 이에 선정된 이름을 발표, 수상함과 아울러 '식당노동자에 대한 응원과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에 대한 동참의 마음을 담은' 문화제였다.
식당여성노동자 호칭 공모에 모두 250명이 참여. '차림사'란 호칭이 금상을 수상했는데, 장진영·박지애씨 팀과 김미나씨가 '차림사'를 동시 응모, 공동 수상했다. 공동 수상자 중 한 사람인 김미나씨에게 '왜, 어떻게 차림사란 이름을 지었는가? 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해 묻자 이처럼 말했다.
가작으로는 '둘러 앉아 먹다'란 뜻과 맛있는 음식으로 건강을 챙겨주는 고마운 이름이란 의미의 두레손,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주는 사람이란 뜻의 '맛지기', 영양을 챙겨주는 사람이란 의미의 '조양사' 외에 '맛운사', '지미사' 등이 선정됐다.
심사위원은 방송인 김미화씨를 비롯하여 한국여성민우회 김인숙 대표,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신지영 교수 등 모두 6명. 심사기준은 ▲여성성과 모성성을 강조하는 호칭이 아닌 양성을 띠어야 하고▲누구나 부르기 쉬워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야 하고 ▲식당 노동을 존중하고 중시하는 호칭이어야 하며 ▲이미 써 온 말 혹은 호칭이 아닌 새로운 말이어야 하며 ▲직업을 지칭하는 이름이자 사람들이 실제로 부를 때 쓸 수 있는 호칭에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여기까지 읽는 동안 "새삼스럽게 무슨 호칭이야? 번거롭게! 호칭이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혹여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론 맞다 싶다. 호칭이 아무리 좋아도 그를 대하는 것이 잘못되었거나 일하는 조건이 좋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호칭도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니 말이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20년 동안 식당을 몇 차례 옮겨 다시 열 일이 있었는데 식당 이름을 언제나 '이모네'로 한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이모가 살갑게 들리지 않겠냐?"는 것. 식당 이름 때문인지 손님 누구나 나이의 많고 적음을 따지지 않고 식당 주인이든 종업원이든 "이모!"라고 부른다. 이런 경우 '차림사'란 새 호칭이 오히려 번거로울지도 모른다. 별 의미 없을지도 모른다와 같은 생각 또한 든다.
그렇다. 한국여성민우회가 이런 행사를 하는 이유는 단순히 호칭을 바꾸는데 있지 않다. 호칭도 호칭이지만 무엇보다 식당 아줌마, 즉 식당여성노동자들의 노동인권 실태를 파악해 알리고, 노동에 맞는 임금이나 마땅한 휴식 등 당연한 노동 권리를 찾아주자는 것. 식당 노동자를 노동자로 자리매김하자는 것이다.
이런 취지로 한국여성민우회는 식당 여성노동자 호칭을 공모하는 한편, 시민들이나 대학생들의 자발적 참여와 여휴인 실천단(식당여성노동자의 휴식을 바라는 사람들의 모임), 9개 지부 회원들과 함께 식당여성노동자 노동인권 실태조사를 해 그 결과를 발표(2011.9.22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