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푸른색 바다가 더욱 더 쪽빛으로 짙어가는 거제도 바다. 뜨거운 여름날 거제바다, 햇살과 마주하며 빛을 내는 은빛 물결은 남정네를 유혹하는 여인의 치맛자락과도 같다.
바람에 일렁거리는 거제의 가을바다는, 떨어지는 저녁햇살에 붉은 빛을 받아, 황홀함 그 자체를 보여준다. 온 바다가 붉은 색이다. 부끄러워 고개도 들지 못하는, 여인의 얼굴보다 더 붉은색을 하며 바다에 누워 있다.
2010년 12월 13일 개통한 거가대교. 거제도와 부산을 잇는 이 다리는 거제도 사람에겐 못다 이룬 꿈과 소원을 이뤘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 만큼 가까워졌고 편리해졌기 때문이다. 비단 거제도 사람만 좋아진 게 아니다. 이 다리로 많은 여행자들이 이 다리를 거쳐 거제도와 부산을 오가고 있다. 나도 이 다리를 넘고, 건너고를 몇 번이나 했다. 결코, 싸지 않는 왕복통행요금 2만원을 내어 가면서도.
그런데 19일은 여느 때와는 달랐다. 부산방향에서 가덕터널을 지나자 눈앞으로 다가오는 붉은 빛이 눈을 깜빡이게 만든다. 큐피터의 화살을 닮은 태양은 내 눈을 향해, 질주하는 내 차는 붉은 태양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충돌을 느낄 때 쯤, 본능적으로 차는 방향을 틀어 샛길로 접어들었다. 뭔가 순간적으로 눈앞으로 다가올 땐 눈을 감아 버리듯이.
흥분한 마음을 진정하였을 땐, 차는 거가대교 가덕도 휴게소에 들어서 있었다. 많은 여행자들과 차량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트렁크를 열었고, 카메라를 들고 뛰었다. 기자정신이 이런 것일까? 순간을 놓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떨어지는 태양이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 것은 뻔한 일.
전망대에 오르니 많은 사람들이 황홀한 일몰을 구경하고 있다. 참으로, 아름답고 넉넉한 하늘과 바다 풍경이다. 조용히, 서로의 손을 맞잡은 젊은 남녀는 넘어가는 해를 보며 뭔가 빌고 있다. 어떤 사람은 폰 카메라로 풍경을 담기에 바쁘고, 또 다른 어떤 사람은 그저, 묵묵히 구경에만 몰두하고 있다.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거가대교는 구름과 붉은 기운에 휩싸여, 자신을 의지하며 지나는 여행자를 든든히 지켜주고 있는 모습이다. 멀리 보이는 작은 섬은 외롭지 않다. 등대가 불을 밝혀 주고, 지나가는 배가 동무해 주기 때문이다.
한동안, 산 너머로 떨어지는 태양을 향해 총을 쏘아대듯, 셔터를 눌렀다. 저 태양을 잠시만이라도 붙잡아 놓을 수만 있다면, 차에 뛰어가 망원렌즈를 가져 올수 있을 텐데. 그런데 어쩌랴? 갔다 오면 벌써 저 태양은 지고 없으리. 오후 4시 51분부터 10분 동안 넘어가는 석양을 잡았다. 오늘, 사라지는 저 태양은, 내일도 똑 같은 저 자리에서 나와 같은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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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피터의 화살처럼 내 눈을 향해 달려드는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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