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가정동 루원시티 사업지역은 폐허 상태가 된 지 3년이 됐다오래된 집들은 창문이 떨어져나가고 유리가 바닥에 떨어져 깨진 곳이 많았다. 집집마다 'X', '공가'라는 글자가 적혀있다. 철조망이 처진 곳도 있다.
선대식
'유령도시'에는 어떤 사람들이 남아있을까? 1998년 사업을 하다가 수십억 원 규모의 부도를 낸 적이 있는 김석민(가명·51)씨는 2008년 서울에서 이곳까지 흘러들어왔다. 이곳의 56㎡(17평)형 아파트는 20만 원(보증금 1000만 원)의 월세만 내면 살 수 있었다. 그가 버는 돈은 모두 은행에 압류된다. 부인이 일해 번 돈으로 네 식구의 생계를 꾸려나갔다.
이후 2009년 9월 아파트 소유자가 보상을 받고 나갔다. 토지주택공사는 김씨에게 집에서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대규모 이주로 인근 전셋값이 올라, 김씨가 갈 곳은 없었다. 공사는 불법으로 아파트를 점유하고 있다며 매월 22만 원의 임대료를 부과했다. 현재까지 보증금의 절반가량인 460만 원에 달한다. 공사는 곧 강제철거에 나서겠다고 했다.
김씨는 "공사는 한때 4000만 원의 대출을 해준다고 했지만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어차피 쫓겨나도 얼어 죽을 테니 저항이나 해보고 죽자는 생각에 집에 부탄가스를 가져다 놓았다, 어쩌면 감옥에서 지내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남아있는 사람들 중엔 토지주도 있다. 이민호(가명)씨는 "땅 165㎡(50평)에 단독주택을 가지고 있었는데, 3.3㎡당 390만 원의 토지보상금을 포함해 모두 2억 원의 보상금이 나왔다"며 "하지만 인근 83㎡(25평)형 아파트 가격은 2억 원을 넘는다, 수평이동이 안 되는데 어떻게 나가겠느냐"고 밝혔다.
이미 보상을 받았다가 실패를 경험한 후 다시 돌아온 이도 있다. 최민국(가명, 47)씨는 "가정동에서 23년 간 문구점을 운영했는데, 한때 순이익이 월 700만 원에 달할 정도로 잘됐다"며 "권리금만 1억5000만 원이 넘는 곳인데, 빨리 보상받아야 한다는 소리에 2009년 8100만 원 보상을 받고 나갔는데 실패했다, 계속 여기서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유령도시는 당분간 그대로 방치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 지역개발과 관계자는 "감정평가사들이 보상금액을 정하는 것으로, 보상을 더 해줄 수는 없다"며 "또한 부동산 경기 침체로 당초 사업 계획으로는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사업을 진행하는 데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천시 관계자는 "구도심 재생사업은 진퇴양난인 상황이라, 어째해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가정동에서는 올해 초 영화 <통증>을 촬영했다. 영화에서 배우 권상우가 분한 남자 주인공 남순은 재개발 현장 용역으로 일하다가 결국 목숨을 잃는다. 한 가정동 주민은 영화의 결말이 촬영된 빌딩을 가리키며 "가정동에서 영화를 찍었지만, 이곳의 현실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며 "서울의 뉴타운 지역 어디 곳도 아직은 유령도시가 되지 않았지만, 곧 유령도시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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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령도시', 차라리 감옥이 더 낫다 3년째 폐허 루원시티... '뉴타운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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