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자 <한겨레> 1면에는 광고가 없었다
김동수
<조중동매> 종편이 12월 1일 개국하는 날 아침, <한겨레> 1면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광고가 없었습니다. <한겨레> 1면 광고 단가가 얼마인지 모르지만 1면은 지면광고 중 가장 높은 단가입니다. 그런데 가감히 광고를 싣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경향신문>도 1면, <한국일보>는 2면 하단에 광고를 싣지 않았습니다. <한겨레>는 1면에 광고를 싣지 않은 이유를 아래와 같이 밝혔습니다.
"우리는 조중동방송의 특혜에 반대하며, 조중동방송의 광고를 직접 영업으로 위기를 맞은 저널리즘을 지키기 위해, 광고를 싣지 않습니다."
1면 광고를 싣지 않은 것에 대해 포털 다음 누리꾼 '전진'은 "사람들이 이 정도면 깨어날 때도 된듯 싶은데........그나마 이런 개념 신문들이 있어 행복하다"고 했고, 'KUGIL'은 "경향과 한겨레, 권력에 빌붙어 딸랑거리는 더러운 조중동에 오염되지말고, 지금처럼 권력에 아부하지 않는 진정한 언론이 되어 주시길......."이라고 했습니다.
비록 1일 하루만 1면 백지광고를 실었지만 우리나라 언론환경이 질식할 정도로 열악하다는 방증입니다. 갑자기 1972년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가 생각납니다. 박정희 독재정권 그해 10월 유신을 단행한 후 <동아일보>가 언론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자 학생들이 신문사 앞에서 신문을 불태웠습니다.
충격을 받은 <동아> 기자들은 24일 '자유언론수호대회'을 열어 "우리는 자유언론에 역행하는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유민주사회 존립의 기본요건인 자유언론 실천에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선언하며 우리의 뜨거운 심장을 모아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는 선언물을 발표합니다.
1. 신문, 방송, 잡지에 대한 어떠한 외부간섭도 우리의 일치된 단결로 강력히 배제한다. 2. 기관원의 출입을 엄격히 거부한다. 3. 언론인의 불법연행을 일절 거부한다. 만약 어떠한 명목으로라도 불법 연행이 자행되는 경우 그가 귀사할 때까지 퇴근하지 않기로 한다박정희 정권은 이를 계기로 광고주들을 압박과 협박을 합니다. 정권 협박을 받은 광고주들은 하나 둘씩 광고를 끊었습니다. 20일 동아일보의 오랜 광고주였던 한일약품이 돌연 이유없이 광고를 신문에 인쇄하는 일에 사용하는 인쇄동판을 회수해 갔고, 대한생명보험이 연말까지 계약된 광고를 일방적으로 해약, 12월 24일부터는 럭키그룹 등 7개 광고주가 일시에 계약을 철회했으며 동아방송에도 13개 주요 광고주가 철회를 통고했고 25일 이후에는 큰 광고가 전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동아투위).
이로 인해 12월 26일 발행된 신문은 급기야 광고를 실어야 할 자리에 계약된 광고가 없어 사실상 백지로 발행됐습니다. 하지만 독자들과 시민들은 격려광고로 채워 박정희 독재정권에 저항했습니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오늘 <동아일보> 종편이 개국하는 날 세 신문사가 1면과 2면에 광고를 싣지 않았습니다. 30년 전으로 대한민국 언론 환경에 돌아갔습니다. 비극입니다. 하지만 비극이라고 한탄만 할 것이라 우리는 또 다른 저항을 통해 언론자유, 그리고 민주주의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공유하기
<한겨레>·<경향> 1면, <한국> 2면 백지광고 낸 까닭은?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