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가짜 국새' 사기 파문 민홍규씨 징역 3년

국새 제작기술 보유한 것처럼 정부 담당자 속여 제작비 1억 9000만 원 챙겨

등록 2011.12.04 16:11수정 2011.12.0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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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국새(國璽)' 사기 파문을 일으켰던 제4대 국새제작단장 민홍규(56) 씨에게 대법원이 징역 3년을 확정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민홍규씨는 동장전각자로서, 1970년 자신이 16세 때부터 우리나라 동장전각의 1인자로 알려진 석불(石佛) 정기호 선생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전통 방식에 따라 옥새를 제작하는 기술을 전수받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던 중 민씨는 2007년 5월 정부와 '제4대 대한민국 국새' 제작자로 하고, 제작방법은 전통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하는 국새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일부 언론이 민씨를 추천하는 듯한 홍보기사를 써 준 것도 큰 힘이 됐다. 이후 민씨는 정부로부터 2회에 걸쳐 1억 9000만 원을 받았다.

당시 민씨는 정부 당국자 등에게 "대한민국 제1대 국새를 제작한 석불 정기호 선생으로부터 600년 전통의 비전(秘傳)을 전수받았다. 진흙 거푸집을 이용한 전통 비법으로 국새를 제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씨는 2007년 10월 자신의 공방에서 국새 모형을 밀랍으로 조각해 국새제작단 주물담당인 L씨에게 줬고, L씨는 민씨의 공방에서 현대방식에 따라 거푸집을 만드는 등 현대방식으로 국새를 만들어 민씨가 2008년 1월 정부에 납품했다.

민씨는 또 이렇게 만든 봉황 국새모형을 갖고 있던 중 언론을 통해 제4대 국새 제작자로 알려지자 2008년 12월 L백화점과 봉황 국새 모형 1점을 40억 원에 판매하기 위해 전시할 것을 약정했다.

당시 민씨는 "제4대 국새제작 전 전통 방식으로 만든 원본 국새에 백금과 다이아몬드로 작식해 만들었고 나의 무형의 가치를 감안해 40억 원이 적당하다. 600년 전통 방식을 전수받아 만든 작품이며 4대 국새의 전신모델"이라고 거짓말했다.


L백화점은 2008년 12월 봉황 국새 모형에 대해 '조선왕조 500년 옥새 전각장 전수자이자 현 정부 국새 제작자인 민홍규 선생 作으로 30억 원 상당의 다이아몬드와 백금을 소재로 500년 장인정신과 민족혼이 승화된 작품으로 현 대한민국 국새의 원형본 40억원'이라고 기재된 카탈로그를 제작해 VIP고객 수천 명에게 발송하고 나머지는 라운지를 통해 백화점에 찾아온 고객들에게 배부했다.

실제로 L백화점은 2009년 1월 2일~18일까지 봉황 국새 모형 1점을 40억 원에 판매하기 위해 전시했다. 하지만 봉황 국새 모형은 전통 방식으로 제작되지 않았고, 니켈로 도금하고 인조 다이아몬드를 붙인 것으로 제조 원가는 2000만원 내지 2500만원 상당에 불과했다. 결국 봉황 국새는 구매자가 없어 판매하지 못했다.


"국새는 내가 주물했다"...'가짜 국새' 파문

한편, 국새제작단 주물담당인 L씨가 2010년 8월 기자에게 "국새제작단장인 민홍규씨가 접근해 같이 동등한 입장에서 일하자고 제안해 왔고, 전통 주물 기법도 알고 있다고 했는데 지금 와 보니 모두 거짓이었다. 국새는 내가 주물을 했다"고 밝혀 '가짜 국새' 파문이 일었다.

결국 전통 기법으로 국새를 제작한다고 정부를 속여 거액을 받은 혐의(사기), 백화점에 봉황 국새를 판매하려던 혐의(사기미수), L씨 등에 대한 무고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정한익 판사는 지난 1월 사기미수만 무죄로 판단하고 나머지는 유죄를 인정해 민홍규 씨에게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인이 석불선생의 제자인지에 관해 석불선생의 아들은 피고인이 석불선생의 집에서 기거하거나 수학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고, 석불선생의 문하생인 K교수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는 점, 피고인이 2005년 제작한 이천 공방의 가마는 전통가마가 아닐 뿐 아니라 불을 피울 수 없는 엉터리 가마였는데다가, 피고인이 경기도 박물관에 제작해 줬다는 대왕가마 역시 불이 들어가지 않는 구조의 가마라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석불선생의 제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설령 그렇게 본다 하더라도 석불선생이 주물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점이나, 피고인이 가마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석불선생도 가지고 있지도 않았던 주물기술 등 국새 제작과 관련된 전통비법을 전수받아 이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양형과 관련, 재판부는 "국새는 문자 그대로 나라의 도장으로서 한 국가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것인데도, 피고인은 자신의 부와 명예에 눈이 멀어 마치 국새제작에 관해 전통기술을 갖고 있는 것처럼 정부와 국민을 기망하고 종국에는 대한민국의 국격에도 커다란 상처를 입혔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건의 진실을 말한 L씨 등을 무고까지 함으로써 다시 한 번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으니, 피고인에 대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더구나 피고인은 전통방식에 의한 국새 제작자라는 그릇된 명예를 이용해 사기미수 범행까지 저지르고, 위 그릇된 명예를 지키고자 L씨 등을 무고하기까지 한 점 등을 참작하면,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사건은 민씨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전통방식으로 국새를 제작한다고 속이고 정부로부터 1억90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 등)로 기소된 민홍규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해 볼 때, 국새는 피고인이 전통 방식으로 제작한 것이 아니라, L씨가 현대방식으로 제작해 피고인에게 준 것이라고 본 원심은 정당하다"며 "피고인이 마치 전통방식에 의한 국새 제작기술을 보유한 것처럼 정부 담당자를 속여 국새 제작비 명목으로 1억 9000만 원을 편취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한 "피고인이 전통방식에 의한 국새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백금 국새모형은 청동으로 주물을 만들어 니켈로 도금하고 인조다이아몬드를 붙인 것임에도, 마치 백금 국새모형을 전통방식으로 제작해 백금으로 도금하고 30억 원 상당의 다이아몬드를 붙인 것처럼 허위의 광고 등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고 있는 L백화점을 이용해 백금 국새모형을 40억 원에 판매하기 위해 L백화점의 전시장을 찾은 고객들에게 공개하고 허위의 광고가 포함된 카탈로그를 백화점 VIP고객들에게 발송하도록 하는 등으로 재산상의 거래행위에 있어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를 개시했으므로 피고인은 사기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봐 유죄를 인정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국새 #민홍규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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