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유산' 팔만대장경 보안관리 너무 허술

[제언] 화재 등 안전사고 방지 위해 '제한적 관람' '소지품 검사' 등 절실

등록 2011.12.13 11:14수정 2011.12.1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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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장경 천년 축전을 맞아 해인사를 찾은 일본인 관광객들

대장경 천년 축전을 맞아 해인사를 찾은 일본인 관광객들 ⓒ 이춘모


팔만대장경 간행 1000년을 맞아 지난 9월 23일 개막된 '2011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이 지난 11월 6일 45일간의 대장정의 막을 내렸습니다. 경남도와 합천군, 해인사가 공동 주최한 이번 대장경천년축전은 당초 목표 150만 명을 초과한 210만 명의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게다가 3283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2300명의 고용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필자는 이번 축전 기간 동안 두 차례에 걸쳐 해인사와 축전 행사장 등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행사 개막 직후인 9월 29~30일 <경남도민일보>와 합천군이 주최한 '블로거 합천 팸투어' 참가차였고, 두 번째는 11월 2일 지인들과 함께 당일치기로 해인사와 인근 소리길을 다녀온 것이 그것입니다. 팸투어 때는 행사 개시 직후여서인지 방문자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만 11월 초 두 번째 해인사를 찾았을 때는 그야말로 인파로 넘쳐났습니다. 곳곳에서 일본인,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도 심심찮게 마주쳤습니다.

국내 사찰 중에서 '법보 종찰'로 불리우는 해인사는 독특한 자랑거리를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팔만대장경'인데요, 지난 200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이미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국내외 관광객들이 교통도 그리 편리하지 않은 해인사를 마다 않고 찾아오는 이유도 아마 팔만대장경 때문일 것입니다. 초조대장경을 처음 판각한 이후 천년이 지나도록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교사적 의미는 물론 기록학적인 면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그간 대장경도 전란과 화마 등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었습니다. 첫 번째 위기는 '임진왜란'이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해인사가 오지인 탓에 왜구들의 발길이 미치지 못해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두 번째 위기는 1950년 한국전쟁. 인천상륙작전으로 퇴로가 막힌 북한군이 산으로 숨어들어 게릴라 활동을 전개하자 국군은 이들을 섬멸하기 위해 절을 폭격하는 사례가 더러 있었는데, 해인사도 그 대상이었습니다. 그런데 해인사 폭격명령을 받고 출격한 김영환 대령이 명령을 따르지 않아 오늘날 해인사의 보물 팔만대장경이 전해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팔만대장경의 위기가 비단 이같은 전쟁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간 해인사에서는 수차례 대형 화재가 발생해 전각 상당수를 태운 적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부처님의 보살핌 덕분인지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장경각 아래의 전각까지만 피해를 봤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팔만대장경은 여전히 안전하지 못하다는 얘기가 됩니다. 실지로 이번에 두 차례에 걸쳐 장경각을 구경하면서 그런 가능성을 현장에서 확인하였습니다. 관계당국과 해인사는 만에 하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서둘러서 대장경 안전대책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팔만대장경 보관되고 있는 '장경각'... 안전대책 마련 절실

a  화재로 인해 전소된 서울 남대문로 숭례문 주변에 2008년 2월 11일 오전 경찰통제선(폴리스라인)이 설치되어 있다.

화재로 인해 전소된 서울 남대문로 숭례문 주변에 2008년 2월 11일 오전 경찰통제선(폴리스라인)이 설치되어 있다. ⓒ 권우성




2008년 2월에 발생한 '국보 1호' 남대문 화재사건은 아직도 우리 기억에 생생합니다. 마치 무슨 구경거리라도 되는 듯이 방송은 남대문이 불길 속에서 타들어 가는 모습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중계하였습니다. TV를 통해 이를 지켜보는 전국 각지의 우리 국민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했었습니다. 서울시내 소방차 대부분이 출동해 물을 뿜었지만 결국 남대문은 우리 눈앞에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남대문 네거리에 늘 서 있어줄 것으로 생각했던 남대문은 한 60대 방화범으로 인해 순식간에 우리 앞에서 사라지고 만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장경에는 그런 일이 결코 일어나지 않을까요? 듣자하니 남대문 화재사건 이후로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안전관리가 한층 강화됐다고 하는데 이는 응당히 취해져야 할 조치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엔 이 역시 근원적인 대책으로는 미흡해 보입니다. 그 이유와 필자가 생각하는 대안을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합니다.


해인사 관계자에 따르면, 남대문 화재사건 이후 합천군과 경남도에서 각각 2명씩 경비인력을 충원해줘 현재 팔만대장경은 주야로 각각 4명이 보안관리를 맡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경비인력의 수가 아닙니다. 옛말에도 열 사람이 도둑 하나 지키지 못한다고 했듯이 아무리 많은 사람이 지킨다고 해도 도둑이 들려고 하면 막을 재간이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장경각에는 '도둑'이 드는 것은 물론 물건도 얼마든지 훔쳐나갈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입니다.

우선 현재의 장경각 관광 실태를 살펴보면, 특별한 검문 절차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출입(관람)할 수 있습니다. 또 장경각에 입장한 후 경판을 보관한 건물 네 곳을 아주 가까이까지 접근할 수 있으며, 심지어는 환기용 살창 사이로 손을 넣어 볼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두 번째 갔을 때 보니 저지선을 배치해 근접을 막았더군요) 관광객들의 입장에서는 대장경 실물을 가까이서 직접 볼 수 있으니 매우 기쁜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묻지마' 범죄가 심심찮게 일어나는 실정... 보안관리에 만전 기해야

a  팔만대장경 관광객들이 장경각 중정(中庭)에 삼삼오오로 모여 있다

팔만대장경 관광객들이 장경각 중정(中庭)에 삼삼오오로 모여 있다 ⓒ 정운현



그러나 문제는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방화, 훼손 등의 '사고' 가능성이 너무 크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현재보다 훨씬 강력한 보안대책이 절실해 보이는데 등급별로 나누어 본 그 방안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장경각 외부인 관람 전면 금지. 이는 가장 강력한 보안대책으로 사고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럴 경우 경판 실물 몇 점을 별도 공간에 전시하여 관람객들의 요구를 채워줘야 할 것입니다.

둘째, 안내자와 함께 제한적 관람. 이는 전문 안내자를 동반하여 하루 몇 차례씩 일정한 시간을 정해 장경각을 개방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서울 창덕궁 비원의 경우 바로 이같은 방식을 운용한 바가 있습니다.

셋째, 소지품 검사 후 자유 관람. 일부 국립공원의 경우 화재 다발 시기에 등산객의 소지품을 검사한 후 입산시키고 있습니다. 장경각 관람객들의 경우 최소한 소지품 검사라도 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관람 불편 민원이 나올 경우 이는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납득시켜야 할 것입니다. 관람 편의보다는 문화유산의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 당시만 해도 관광객들이 장경각 안으로 들어가서 심지어 경판을 만져보기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그 때의 일입니다. 지금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묻지마'식 범죄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해인사와 관계당국은 이제라도 서둘러 대장경 보안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해인사에서 발행하는 월간 <해인(海印)> 12월호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해인사에서 발행하는 월간 <해인(海印)> 12월호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 #화재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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