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카 타입의 미니 CUV 레이가 제주도 해안을 배경으로 서 있다.
정영창
네모난 상자 형태의 '박스카'가 나왔다. 덩치(1000cc)가 작은 경차 '레이'다. 모닝과 같은 플랫폼(뼈대)에서 생산된다. 디자인만 다를 뿐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도 같다. 출생기록만 보면 싱겁다. 모닝과 별반 다른 게 없다. 심장(엔진)과 변속기 등 핵심부품을 공유하다 보니 더 그렇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기아차는 왜 레이를 만들었을까? 국내 경차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모닝이 있는데도 굳이 레이를 내놓는 이유가 궁금했다.
파격적 디자인과 공간 활용성... '경차 혁신'?
"레이는 디자인과 공간 활용성을 중점적으로 개발, 모닝과 차별화했죠. 특히 조수석과 동승석의 경계를 구분하는 B필러(조수석 앞문과 뒷좌석 옆문 경계 기둥)를 없애고, 옆으로 밀어 문을 여닫는 슬라이딩 도어를 새롭게 넣었습니다. 기술의 혁신을 시도한 셈이죠." 지난달 29일 제주도에서 열린 레이 신차발표회에서 만난 기아차 임원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레이는 SUV(Sports Utility Vehicle, 스포츠형 다목적 차량)와 미니밴의 장점만을 뽑아낸 다목적 차량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레이를 미니CUV(Crossover Utility Vehicle)라 부른다고 한다. 거창한 이름이지만 큰 뜻은 없다. 자동차 회사들이 차의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마케팅 단어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싶다.
기아 임원 말대로 레이의 공간 활용성은 기존의 경차(모닝·쉐보레 스파크)보다 우수하다. 문제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 가솔린 모델을 기준으로 레이의 판매가격은 1240만~1495만 원이다. 경쟁모델인 모닝(825만~1235만 원), 쉐보레 스파크(829만~1280만 원)보다 가격이 비싸다. 이유는 고급 옵션(선택품목)을 달았기 때문이란다.
새로운 편의장치를 기본 장착해도 정해진 개발비용에서 흡수하지, 신차 가격에 전가하는 경우는 드물다. 경차가 중형차 수준의 호화 옵션을 달아야 하는지에 대해선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중형차 수준의 럭셔리한 옵션으로 무장한 레이를 제주도 일대에서 시승했다.
레이, 충분히 실용적이고 합리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