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다듬기 사이트 '말터'

딱 한가지 아쉬운 점

등록 2011.12.07 20:03수정 2011.12.0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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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강의 시간에 우리말 다듬기 사이트 '말터'를 알게 되었다. 국립국어원이 운영하는 곳으로 우리말이 아프다며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꾸자는 목적을 실천하는 곳이었다. 우리가 우리 손으로 외래어를 다듬을 말을 고르고, 투표를 통해 최종 다듬은 말은 게시판에 게시 된다. 목적과 실천 과정 모두가 민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게시판에는 현재까지 국립국어원에서 다듬은 469개의 단어와 누리꾼들이 다듬은 328가지의 단어가 게시되어 있었다.  '인저리 타임 - 추가시간', '트라우마 - 사고후유(정신)장애', '롤 모델 - 본보기상' 등등. 우리말로 다듬은 단어들을 보면 우리말로 충분히 고칠 수 있던 단어들을 외래어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리꾼들은 덧글로 뜻을 알 수 없었던 외래어를 우리말로 고쳐주어서 단어를 들었을 때 이해하기 더 쉬워졌다며 감사를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에도 아쉬운 점이 하나 있었다. 말터에서 개선된 단어는 우리말 사전에 들어가게 되는데 개선된 후의 몇몇 단어가 원래의 뜻을 담고있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스키니진'을 '맵시청바지'로 다듬은 사례를 보자

스키니는

1. (특히 보기 흉할 정도로) 깡마른, 비쩍 여윈  
2. 몸에 딱 붙게 디자인 된  
3. 저지방의

세 가지로 정의되고 있다.


스키니진에서는 2번의 뜻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런 점을 보아 스키니진이라는 외래어를 다듬을 때에는 딱 달라붙는다는 어원을 살려서 다듬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말터'에서는 스키니진이 다수결에 의해 '맵시청바지'로 다듬어졌다. 이는 딱 달라붙는다는 뜻을 무시한 말이다.

'맵시'의 정의는 '아름답고 보기 좋은 모양새' 인데, 아름답고 보기 좋은 모양새를 가진 청바지는 꼭 스키니 진이 아니더라도 여러 종류가 포함된다. 딱 달라붙지 않아도 맵시가 나는 청바지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맵시청바지'하면 맵시있는 부츠컷 청바지인지 맵시있는 베기 청바지인지 맵시있는 골반 청바지인지 맵시있는 딱 달라붙는 청바지 인지 전혀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포커페이스'를 '무표정'으로 다듬은 사례를 보자

'포커페이스'는 포커를 칠 때 자신의 패가 좋은지 나쁜지 그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무표정을 유지하는 데에서 유래한 행위로 '속마음을 나타내지 않고 무표정하게 있는 얼굴'이라고 정의된다.

따라서 다듬을 때에는 속마음을 감춘다는 의미가 들어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표정'은 속마음을 감춘 의도적 행위인지 무의식적으로 표정이 나타나지 않는 행위인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간단하게 두 가지의 사례만 살펴보았는데 이 외에 '보드마커 - 칠판펜', '워킹맘 - 직장인엄마' 등이 누리꾼들의 구설수에 올랐다.

이렇게 다듬어진 말에 딴지를 거는 것은 우리말이 더욱 바람직하게 개선된다면 하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사용해야 할 단어이고, 그렇기 때문에 애정을 가지고 다듬은 말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우리의 손으로 다듬는 말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단어로 다듬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듬은 말을 추천하는 누리꾼들이 해당 외래어의 뜻을 정확히 아는 것이다. '스키니진'에는 딱 달라붙는 뜻이 들어있고, '포커페이스'에는 속임수라는 의미가 들어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하는 것이다.

'말터'에서는 누리꾼들이 다듬은 말을 추천할 때 추천 사유를 자세히 기제하도록 하고, 해당 외래어의 뜻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단계를 거치도록 하면 '말터'의 취지를 살리면서 누리꾼들의 공감과, 단어의 뜻을 한꺼번에 이끌어낼 수 있는 단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우리말이 아닌 외래어가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하지만 우리말을 살리려 힘쓰는 '말터'와 누리꾼들이 있다. 북한이나 중국처럼 거의 모든 외래어를 바꿀 수는 없지만, 이런 노력들이 우리에게 한글을 쓴다는 자부심을 안겨주고 있다. 한글을 쓰는 한국인으로서 보다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우리말로 다듬어 졌으면 한다.
#우리말 #우리말다듬기 #말터 #외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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