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의 미래를 진단한 <인디펜던트>.
<인디펜던트>
'우리는 이메일의 죽음에 직면한 것일까?'영국 언론 <인디펜던트>가 던진 흥미로운 질문이다. <인디펜던트>는 7일(현지 시각), 단문 메시지 서비스(SMS)와 인스턴트 메시지 서비스가 빠르게 영역을 넓혀가는 상황에서 이메일의 미래가 어떠할지를 진단했다.
<인디펜던트>는 먼저 영국의 IT 기업인 아토스(Atos)를 사례로 들었다. 티에리 브레튼(이하 브레튼)은 직원이 7만5000명인 아토스를 이끄는 CEO다. 브레튼은 이메일과 관련해 새로운 방침을 정했다. 18개월 안에 아토스 직원들끼리 업무 시간에 이메일을 주고받는 것을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브레튼은 사내에서 이메일로 소통하는 것이 시간 낭비일 뿐만 아니라 유행에 뒤떨어진 일이라고 불평했다. 또한 아토스 직원들이 하루에 받는 200건의 '전자 메시지' 중 쓸모 있는 것은 10퍼센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정보 홍수는 회사가 (미래에) 맞닥뜨릴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일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다르게 생각해야 할 때다."
브레튼은 사내 이메일을 금지하는 대신 직원들에게 인스턴트 메시지 서비스를 쓰게 할 계획이다. 지금은 직원들이 이메일을 처리하는 데 하루에 5~20시간을 쓰지만, 인스턴트 메시지 서비스로 대체하면 그 시간을 20퍼센트는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아토스 사측은 보고 있다.
"업무 시간에 직원들끼리 이메일 주고받는 것 금지"<인디펜던트>는 브레튼의 이러한 결정이 우리를 미래로 인도하는 것으로 판명된다면, 이메일도 우리가 한때 사랑하다가 나중에 폐기한 커뮤니케이션 도구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1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층이 이미 브레튼과 같은 전략을 택했다고 보도했다. 윗세대보다 이메일을 덜 활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올해 12~17세의 이메일 사용이 (지난해에 비해) 31퍼센트 줄었다. 18~24세 집단에서도 21퍼센트 감소했다."
젊은 층은 "육중한 이메일" 대신 블랙베리 메신저 같은 모바일 인스턴트 메시지 서비스를 선호하고 있다고 <인디펜던트>는 보도했다. 때때로 읽히지 않은 채 방치되는 이메일과 달리, 인스턴트 메시지 서비스는 직접적으로 그리고 신속하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점이 그 이유로 거론된다. 전 세계의 모바일 인스턴트 메시지 서비스 이용자는 2016년에 13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디펜던트>는 이 대목에서 페이스북 메시지를 주목했다. 페이스북 메시지는 페이스북 창립자인 마크 주커버그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새로운 서비스다. 이 서비스의 특징은 문자 메시지, 인스턴트 메시지, 이메일 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다. 페이스북 안에서 이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말이다.
당시 주커버그는 이렇게 말했다. "고등학생들은 이메일을 사용하지 않는다. SMS를 더 많이 사용한다. (……) 사람들은 SMS나 인스턴트 메시지처럼 더 가벼운 것을 원한다." 그러면서도 주커버그는 페이스북 메시지가 "이메일 킬러"는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많은 언론은 페이스북 메시지가 구글을 비롯한 기존 이메일 서비스 제공 회사들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인디펜던트>는 협업 도구(collaborative tool)로서 이메일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야머(Yammer) 같은 기업용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꼽았다. 야머를 사용하는 기업은 8만 개가 넘는다.
"이메일은 죽여야 할 야수가 아니다"<인디펜던트>는 젊은 층 사이에서 이메일의 인기가 떨어지긴 했지만, 젊은 층도 직장을 잡으면 "이메일의 89퍼센트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스팸메일"의 덫에 빠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브레튼이 이끄는 아토스와 달리, 여전히 많은 기업에서 이메일을 축으로 업무가 진행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이메일을 매달 5만 통 이상 보내는 기업의 비율은 40퍼센트(2007년)에서 60퍼센트(2011년)로 늘었다.
IT 업계 분석가인 팀 월터스는 "이메일은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하며 협업 도구로서는 보잘것없지만, 여전히 노동자의 85퍼센트가 매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메일이 "때때로 가장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작용한다며, "이메일은 죽여야 할 야수가 아니"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인디펜던트>는 "(사람들이) 올해 보낸 이메일이 107조 통 이상일 것"이라며 이메일이 당장 사라질 운명에 처한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이메일이 죽어가고 있다면, 그 죽음은 오랫동안 버티다 종말을 맞이하는" 형태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면서도 인스턴트 메시지에 익숙한 세대는 직장에서도 이메일보다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새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요구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것이 의미 있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팀 월터스는 사내 이메일을 금지하겠다는 브레튼의 결정은 아토스 노동자들이 젊다는 사실(평균 연령 35세)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탄생 40주년에 죽음 이야기 나오는 이메일올해는 이메일 탄생 40주년이다. 1971년 7월, 아르파넷(미국 국방부가 1969년에 개발한 차세대 통신망으로 인터넷의 기원이다)에 온라인으로 편지를 주고받는 이메일 기능이 도입됐다. 이메일은 그렇게 세상에 첫선을 보였다.
그 후 이메일은 종이에 쓴 편지와 우체통을 역사의 뒤안길로 밀어냈다. 그러던 이메일이 탄생 40주년에 '죽음'의 가능성이 논의되는 상황을 맞이했다. 물론 '죽음'이라는 표현을, 이메일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메일이 대세가 된 후에도 종이에 쓴 편지가 사라지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분명한 건, 사람으로 치면 불혹이 된 이메일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며 새롭게 나타난 젊은 서비스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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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40주년' 이메일, 머지않아 죽을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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