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홍준표로는 안 된다' 뜻 밝혔다"

쇄신파 의원들 전언...황우여도 최고위 불참 움직임

등록 2011.12.09 10:25수정 2011.12.0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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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11월 22일 오후 한나라당이 한미FTA 비준안을 기습 강행처리한 가운데, 박근혜 의원이 본회의에 참석한 뒤 국회를 떠나고 있다.

지난 11월 22일 오후 한나라당이 한미FTA 비준안을 기습 강행처리한 가운데, 박근혜 의원이 본회의에 참석한 뒤 국회를 떠나고 있다. ⓒ 권우성


최고위원들의 동반사퇴에도 퇴진을 거부해온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막다른 골목에 몰리고 있다.

사실상 '한나라당의 오너'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그에 대한 거부의사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소장쇄신파의 한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박 전 대표가 홍 대표 체제로는 더 이상 안 되겠다는 뜻을 쇄신파에 전달해왔다"며 "그제(지난 7일) 이런 뜻이 전달됐는데, 친박(박근혜계) 쪽에서 이와는 다른 메시지가 나와서 혼선이 있었으나 어제(8일) 다시 홍 대표로는 안 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유승민 의원이 사전에 박 전 대표에게 보고하고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것은 아니지만,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 이후 당이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인식이 비슷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장쇄신파의 다른 의원도 이같은 내용에 대해 "부정하지 않겠다"며 "홍 대표 체제 아래서 '홍준표 쇄신안'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이같은 판단에는 지난 7일 의원총회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과 일부 친박 의원들까지 나서 홍 대표 체제유지쪽으로 결론을 낸 데 대해 당혹스러워했다는 것이다.

a  한나라당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은 8일 홍준표 대표의 퇴진과 박근혜 전 대표의 조기등판을 촉구하며 "당의 쇄신 방향이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경우 비상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왼쪽부터 정태근, 신성범, 권영진, 김세연, 김성태, 김성식, 박민식, 황영철, 현기환 의원.

한나라당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은 8일 홍준표 대표의 퇴진과 박근혜 전 대표의 조기등판을 촉구하며 "당의 쇄신 방향이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경우 비상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왼쪽부터 정태근, 신성범, 권영진, 김세연, 김성태, 김성식, 박민식, 황영철, 현기환 의원. ⓒ 남소연


8일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이 "홍 대표는 퇴진하고 박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운영에서 중심적 역할을 맡아 재창당 작업을 총괄 추진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낸 것도 사전에 박 전 대표의 의중을 전달받은 것과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탈당설이 나돌던 한 의원은 8일 오후 홍 대표가 '쇄신·재창당 로드맵'을 발표한 직후에도 "홍 대표는 그리 오래 직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박 전 대표가 어떤 방식으로 전면 등장할 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한 의원은 "비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데,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당명개정 정도는 공감대가 확산돼 있기 때문에 제 식구인 친박을 포함한 공천물갈이 폭이 핵심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반면 비대위원장은 외부에 맡기고 그 이후 재창당 작업에서 등장할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황우여 "최고위 참석할지 고심 중"... 불참가능성 높아

a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8일 "당 내외 인사로 재창당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1차 쇄신안을 발표한 뒤 당사 기자실을 나서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8일 "당 내외 인사로 재창당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1차 쇄신안을 발표한 뒤 당사 기자실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이 최고위원회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홍 대표에게는 치명타 중 하나다.

최고위원 9명 중 나경원 최고위원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사실상 최고위원직에서 떠났고 유 최고위원 등 3명이 사퇴함에 따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는 5명만 남은 상태였다.

여기서 황 원내대표와 이주영 의장이 빠지면 최고위 정족수에 미달돼 어떤 결정도 할 수 없게 된다.

황 원내대표는 8일 오전 당 고위정책회의에 들어가면서 "최고위원회가 언제 열릴지 모르는데 고민이 많다, 그때까지 여러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말했고, 이주영 의장은 "황 원내대표와 행동을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홍 대표의 측근인 김정권 사무총장이 최고위 참가를 설득하고 있으나, 황 원내대표와 이 의장이 소장쇄신파와 친박의 지지 속에 당선됐다는 점에서 결국은 최고위에 불참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들의 이런 움직임은 '재창당 준비위 구성', '도덕성 문제 있으면 공천 원천배제' 등의 '홍준표 쇄신안'이 내년 총선까지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당내의 역풍이 극심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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