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장애인 되는 사회... 정상일까

[리뷰] 송윤희 감독의 <하얀정글>

등록 2011.12.15 14:52수정 2011.12.1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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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정글> 포스터 ⓒ 제유필름

11월 22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하얀정글>의 감독 송윤희씨가 출연했다. <하얀정글>은 감독이자 현직 의사인 송윤희씨가 직접 체험하고, 목격한 한국의 의료시스템을 고발하는 영화다. 영화의 서두에는 '이 영화는 시장에 내맡겨진 의료제도의 한계 때문에 갈등하는 환자들과 의사들의 이야기다'라는 자막이 나온다. 환자와 의사 모두가 피해자라는 이야기다.


영화 초반부는 한국의 의료산업 시장을 간략한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수많은 의료광고를 보여준다. 지난 2007년 의료광고의 규제가 풀렸다. 그리고 규제가 풀리자마자 각 의료업계들은 앞 다투어 의료 광고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병원이 자기 돈 주고 광고를 한다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병원이 지출하는 광고비가 환자의 호주머니 나온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의료광고는 정확한 의료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광고비는 적게는 월 150만 원에서 성형외과의 경우, 많게는 3~4천만 원이 지출된다.

영화는 병원들이 광고비를 충당하기 위해 환자들에게 많은 검사를 시킨다고 주장한다. 학술적으로 전혀 필요가 없는 검사들을 시킨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한 병원에서는 의사들에게 일괄적으로 문자를 보낸다고 한다. 그날의 병원실적을 문자로 보내 암시적으로 의사들을 압박한다는 것. 그리고 의사들은 이런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혀 상관도 없는 검사를 환자들에게 권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감독이 대학병원의 '30초 진료'를 확인해 보기도 했다. 30초는커녕 평균 20초 정도의 진료시간이 걸리는 것을 보여줬다.

그리고 영화는 한국 의료보험의 취약점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OECD 국가 중 의료비 지출에서 가장 높은 본인부담금을 내고 있다고 한다. 결국, 의료비 부담은 고스란히 저소득층에게 돌아간다는 이야기다. 영화에서는 생계 때문에 자식을 수술시키지 못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자녀를 둔 할머니의 증언도 나온다.


<하얀정글>, 의료 민영화를 피부로 느끼게 해준다

현재 우리의 의료시스템은 환자가 아니라 돈을 치료하고 있다. <하얀정글> 중 한 장면. ⓒ 제유필름


영화 <하얀정글>은 한미FTA 체결로 이슈가 됐던 의료민영화의 단면도 보여준다. 비법인도 병원을 운영할 수 있게하는 의료민영화는 오로지 시장경제의 원리인 수익성 창출을 목표로 한다는 지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환자들의 사정이나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는 진료와 경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현직 의사로서 동종업계의 사람들을 고발하는 영화를 찍는 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송윤희 감독은 용기 있게 그리고 진실성 있게 영화를 제작했다.

<하얀정글>은 지난 6월에 개봉한 <트루맛쇼>보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텔레비전 속에 나오는 맛집은 우리가 원하지 않으면 찾아가지 않을 수 있지만, 병원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이 참고 참다가 너무 힘들어 병원에 갔을 때, '의료비 폭탄'을 맞고 진료를 포기하거나 병원비를 내기 위해 빚을 지기도 한다. 그리고 원무과에 수납하지 못해 직원들이 퇴근한 밤에만 병문안을 가는 사람도 있다.

물론 영화 중간에 의사 선생님들께 큰 고마움을 느끼는 환자와 정부의 지원을 받아 병세가 호전되는 사례도 나왔다. 또한, '돈이 아니라 사람을 치료하고 싶다'는 의사들도 보여준다. 하지만 이 비율이 높지 않다는데 우리 의료사회의 문제가 있다.

영화 <하얀정글>은 모든 사람들이 보면 좋을 영화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마이클 무어의 <식코>에서 의료 민영화를 눈으로만 접했다면, 송윤희 감독의 <하얀정글>은 의료 민영화를 피부로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연결돼 있다. 나와 네가 다르지 않다."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대사다. <하얀정글>의 마지막 대사처럼 우리는 보이지 않는 끈에 의해 연결돼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 창출은 당연하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의료 영역에서마저 돈의 논리로 우리가 연결돼야 할까. 온정이라는 끈으로 연결될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
# 한미 FTA #하얀정글 #식코 #의료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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