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들이 만든 참신한 신문 <도란도란>

김천지역 고등학교 연합신문 <도란도란> 창간을 축하하며

등록 2011.12.16 15:29수정 2011.12.1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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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한 부가 배달되어 왔습니다. 김천시고등학교연합신문 <도란도란>이란 제목이 붙어 있군요. 창간호입니다. 신문은 오랫동안 우리 언론을 대표해온 인쇄매체입니다. 인터넷의 사이버 미디어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지금도 신문이 하는 역할은 적지 않습니다. 신문은 보존성과 영속성이 뛰어난 매체로 아직 언론의 중심에서 그 권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저도 고등학교 때 또래의 연합신문을 만들어 보고자 무던 애를 썼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재정적 뒷받침과 인력 부족으로 결실을 맺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저의 그런 전력이 신문에 계속 관심을 갖게 했고, 신문을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으며, 지금도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는 등 끈질긴 인연을 맺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신문이 저의 동반자인 셈입니다.


입시가 학생들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듯한 현실에서 김천시에 거주하는 고등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연합신문 <도란도란>을 만들어 배포한 것은 축하해야 할 일입니다. 언론에 관심이 있고, 또 언론 관련학과로 진학해서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만든 신문이어서 관심이 더 각별했습니다. 제가 신문을 정독하고 느낀 점을 요약하면 고등학생들다운 신문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어른들이 만든 신문처럼 매끄럽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초중등학생들이 만든 신문처럼 조악(粗惡)스럽지도 않았습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고등학생들이 간간히 모여 취재하고 기획하고 토론한 것을 활자화시킨 것 치고는 나무랄 데가 없는 신문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타블로이드판 12면의 부피는 신문의 가치를 한층 돋보이게 했습니다. 동아리에서 발간하는 대부분이 신문들이 4면이고 많아야 8면을 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12면은 결코 작은 부피가 아닙니다.

이 12면 안에 있을 만한 것은 다 있군요. 대충 면수를 일별해 보면 1면에 박보생 김천시장의 축하 글이 2/3에 걸쳐 실려 있습니다. 그리고 김천시고등학교연합신문 <도란도란>에 대해서 소개되어 있군요. 신문 제호로 <도란도란>을 정하게 된 배경 설명이 있고, 이 신문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과 신문이 추구하는 목표와 방향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2면은 정치사회면, 3-5면은 문화‧체육면, 6, 7면은 기획취재면, 8면은 교육‧국제면, 9면은 과학면, 10면은 경제면, 11면은 특집면, 12면은 오피니언면으로 면 배치가 되어 있습니다.

고등학교 학생들다운 기사 몇 개가 돋보입니다. 먼저 시정에 바쁜 김천시장의 축하 글을 받아낸 것도 이 신문의 지가를 높여주었습니다. 2면에 게재된 '김천시립도서관의 2층 휴게실 폐쇄와 그 문제점'은 학생들의 눈높이로 문제 제기를 한 좋은 기사였습니다. 같은 면에 실린 '새로운 도전, 헬기로 호두 따기!'도 노동력 약화로 호두 따기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소개되었습니다. 문화‧체육면에 실린 '김천여고 전국 기숙형 고교 배드민턴 대회 우승', '사운드 오브 뮤직 배우와 만나다' 등의 기사는 같은 지역 고교생들을 만나서 취재하고 인터뷰한 기사로 이 신문 외에는 찾아보기 힘든 기사였습니다.

그 외 기획취재면의 'teacher Story', '사진으로 하나 되는 포토피아의 1대 회장님 김은희 선배를 만나다!' 교육‧국제면에 실린 '애플 로고의 비밀', 과학면의 '대전 영재 페스티벌을 다녀와서' 등의 기사도 고교생들 나름의 생각이 담긴 좋은 기사였습니다. 경제면에 실린 '일제 학용품들의 가격이 오르는 이유'와 '지망대학교 선호도 변화' 그리고 특집면의 오늘의 직업, 오늘의 책, 오늘의 영화 시리즈도 시의(時宜)에 맞는 기사로 같은 또래들의 눈을 붙잡을 것 같았습니다. 오피니언 면에 실린 '우리들의 청소년 문화'는 기성세대의 문화에 종속되어 있는 청소년 문화가 건전하면서도 독창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대안의 글입니다. 그래서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김천 지역 고교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신문 <도란도란>은 총 12면 속에 의미 있고 참신한 기사를 담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기사 작성의 기본에도 충실했으며 문맥도 비교적 매끄럽고 탄탄합니다. 이들이 꿈꾸는 미래 언론인들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인 기사요 신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와 학원 공부의 틈바구니 속에서 짬을 내서 토론하며 발행한 신문, 소요 경비도 학생 회원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 모아서 만든 신문이어서 더 빛을 발하지 않나 싶습니다.

잘 했지만 몇 가지 지적을 함으로 다음 호에 참고했으면 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먼저 기존의 언론에 보도된 것을 반복 보도하는 기사는 가능한 한 삼갔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가령 '김천-진주-거제 간 남부내륙선 착수'라든지 '재래시장을 살리자', '신명나는 우리 가락, 얼쑤~! 빗내농악' 등의 기사는 지역 신문뿐 아니라 중앙 언론에도 전에 상세하게 보도되었던 기사입니다. 시간성뿐만 아니라 내용의 상세도 측면에서도 보도 가치가 떨어지는 기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 요즘 학생들의 취향을 반영한 것이기는 하지만 다른 면에 비해 '문화체육'면이 많다는 사실이 지적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제한된 지면에 3면을 할애한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한쪽으로 치우친 기사 배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대중성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각 신문이 스포츠 연예 면을 확장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런 추세를 과감하게 거부할 수 있는 것이 생각 있는 고교생들에게 요구되는 언론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또 정치 사회면에 정치 기사가 하나도 없다는 것은 이름에 값하지 못하는 것이며, 김천시에서 자체 제작해 공연한 '사운드 오브 뮤직'에 대한 기사도 별개의 두 기사가 문화 체육면 한 면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것도 함께 처리해서 공간 활용도를 높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남은 자 사상(Remnant)'을 강조했고, 아놀드 토인비도 그의 역저 <역사의 연구>에서 '창조적 소수'가 역사를 이끌어 간다는 것을 설파했습니다. 일은 모두 참석해서 공동으로 추진하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 원칙이지만 몇몇 사람이 주도하면 옆에서 도와주는 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도란도란> 신문도 그렇게 발간된 것 같습니다. 김천 지역의 많은 고등학생들 중 신문에 관심이 있는 일부 학생들이 참석해서 만들어낸 신문입니다. 창간호로 고고한 닻을 올린 <도란도란>이 김천 지역 고등학생들의 참다운 사유 공간, 소통 공간, 문제 제기 공간이 되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김천지역 고등학교 연합신문 <도란도란> 창간을 다시 한 번 축하하며 품고 있는 꿈들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합니다.
#<도란도란> #고등학생 신문 #김천 지역 #창간호 #미래의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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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향기 그윽한 김천 외곽 봉산면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분리된 교회가 아닌 아웃과 아픔 기쁨을 함께 하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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