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박근혜에 부담 안주려고"... 부산발 불출마 도미노

친이 장제원·친박 현기환 불출마 선언... 고령·중진에 '자발적 용퇴' 압박 시작

등록 2011.12.20 13:58수정 2011.12.2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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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나라당 장제원(부산 사상) 의원이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한나라당 장제원(부산 사상) 의원이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남소연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 한나라당 부산 지역 의원들의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주로 재선 도전이 확실시되던 초선 의원들이 불출마 대열에 서면서 '물갈이 1순위'로 거론되던 영남 지역 고령 다선 의원들에게 심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부산 사상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장제원 의원은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나라당의 대표적 친이명박계인 장 의원은 자신이 명예회장으로 있는 산악회 간부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하면서 발목을 잡혔다.

장 의원은 "저와 제 아내는 지난 16일 산악회 간부들에게 금품을 돌린 혐의를 받고 선관위로부터 고발 당했다"며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검찰에 고발당한 자체만으로도 금품 제공의 오명을 씻을 수 없고 그렇게 낙인찍혀 버렸다"고 밝혔다.

선거법 위반 혐의 장제원 "쇄신 걸림돌 될 수 없다"

그는 "한나라당이 국민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쇄신을 해야 하는데 국민들께서는 이런 혐의만을 접하더라도 한나라당에 실망하고 돌을 던질 것"이라며 "개인적으로야 너무 억울하고 가슴 시리지만 청렴한 한나라당, 깨끗한 한나라당을 만들기 위해서 제 자신이 쇄신의 걸림돌이 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어려운 시기에 이명박 대통령께 저의 불미한 일로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도 결심을 앞당겼다"며 "쇄신의 도덕적 기준을 가혹하리만큼 엄하게 세워야 국민의 신뢰를 되돌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기꺼이 쇄신 대상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장 의원은 지난 16일 자신의 아내가 산악회 간부들의 일본여행에 동행해 직접 호텔방을 돌며 1인당 30만 원씩을 건네고 장 의원이 참석한 산악회 단합대회에서는 회장단이 참석자들에게 300만 원 상당의 식사와 선물을 제공한 혐의로 선관위로부터 고발당했다.


장 의원은 "선관위는 일부 증언만을 가지고 당사자에게 최소한의 소명기회도 주지 않았다"며 "반드시 검찰에서 진실을 밝히겠다, 진실을 위한 투쟁을 하며 근신하고 수양하겠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장 의원에 이어 친박근혜계 초선 현기환 의원(부산 사하구갑)도 불출마를 선언했다. 현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 손안에 있는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고서는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없다"며 "내가 먼저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18대 총선에서 당선이 비교적 쉬운 부산지역에 공천을 주고 정치인으로 키워준 한나라당과 박근혜 위원장에게 보답하는 길은 평당원으로 돌아가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만드는데 온 역량을 바치는 것이라고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현기환 "'나는 괜찮겠지' 무감각증 반성해야"... 불출마 압박

a  한나라당 친박계 초선인 현기환(부산 사하구갑) 의원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한나라당 친박계 초선인 현기환(부산 사하구갑) 의원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남소연


현 의원은 당내에서 거론되고 있는 수도권 및 영남권 중진의원들의 '자발적 용퇴론'에도 힘을 실었다. 그는 "한나라당이 비상한 각오로 환골탈태하지 않고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아직도 우리 내부에는 '나는 아닐 거야', '나는 괜찮겠지'라는 무감각증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현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재선하고 싶고 자신도 있지만 저와 같은 젊은 초선 의원들이 먼저 내려놔야 당이 쇄신에 성공할 수 있고 생각했다"며 중진 의원들의 불출마를 간접 압박하기도 했다. 현 의원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는 사전에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비대위가 성공하는데 작은 역할이라도 있으면 찾아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할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물갈이'에 대한 운신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 친박 중진 5~6명이 자발적으로 총선 불출마를 해야 한다는 '자발적 용퇴론'이 거론돼 왔지만 당사자들의 강력한 반발로 힘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전날 박근혜 비상대책위가 공식 출범하고 곧바로 부산지역 친박계 초선의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면서 친박계 중진들의 거취가 큰 관심사로 떠오르게 됐다. 특히 수도권에서도 박근혜 위원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이성헌 의원이 아파트 건립과 관련해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어 사정당국발 물갈이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성헌 의원은 "비열한 정치공작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결백을 호소하고 있지만 검찰 수사가 본격 시작될 경우 당 쇄신 바람을 타고 물갈이 대상에 오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위원장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차원에서 불출마 압박을 강하게 받을 가능성도 있다.
#현기환 #장제원 #박근혜 #불출마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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