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김정은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빈소에 참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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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후 북한이 보여주고 있는 수습과정은 그야말로 일사천리다. 남한의 대북 정보채널은 말할 것도 없이, 세계 최고 정보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안테나에도 포착되지 않은 사망에서 발표까지의 상황수습에 대한 정보통제는 놀랍기까지 하다. 또 장례 절차와 병행되고 있는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의 포스트 김정일 체제 정비도 상당히 정교하게 진행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발표 직전, 전 군에 훈련중지와 소속부대로의 복귀 명령이 김정은 명의로 하달됐다. 또 체제결속 성격이 짙은 미사일 발사, 특별방송을 통한 김정일 위원장 부고 통보, 외국 조문단 거부, 자국 내 외국인 통제와 국경 단속 강화에 이은 로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의 매체를 통한 '김정은 중심으로의 결속 선전'은, 북한이 김정은 부위원장 중심으로 치밀한 체제정비 매뉴얼을 구축하고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북한은 1994년 김일성 급사의 학습효과와 몇 년 전부터 제기된 김정일 건강 이상으로 긴급상황에 철저히 대비했을 것이다. 현재 북한이 보여주고 있는 후계구도 정착과정은 이미 김정일 생전에 구축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김정일 사망 수습과정과 김정은 부위원장으로의 권력 이동 작업이 대내외적 변동 요인으로 인해 단순 불발로 끝날 것인지, 견고하게 장기화 될 것인지다.
김정은에게 맡겨진, 풀기 힘든 '숙제'김정일 위원장은 본인이 '국가 작동과 후계체제 구축의 핵심적 해'로 설정했던 2012년 '강성대국 진입의 해'를 보지 못하고 참으로 드라마틱한 시기에, 참으로 어려운 숙제를 내고 갔다. 그 숙제를 받아 안은 사람은 그의 아들 김정은이다.
2010년 9월 28일, 당대표자회를 통해 후계구도의 공식적인 가시화가 있었고 당·군·정을 아우르는 요직에 김정은 인물이 배치되는 등 상당부문 진전이 있었다. 하지만 2012년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통해 공식적, 정서적으로 권력승계의 마침표를 찍었어야 할 김정일 후계작업은 계획대로 되지 못했다. 이제는 마침표가 아닌 김정은 스스로가 역사적 변곡점을 찍어야만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 변곡점은 내부 권력시스템의 안정적 정착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 겪고 있는 상당한 경제적 어려움과 악화된 남북관계, 진전 없는 6자회담, 끝내 정상화되지 못한 북미관계와 북일관계 등의 회복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어느 하나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은 문제들이다.
2012년, 김정일 연출의 강성대국 퍼포먼스 기회는 사라졌다. 이제는 김정은 스스로가 2012년 강성대국 퍼포먼스를 준비해야 한다. 21일 <조선중앙통신>은 '조선인민의 강성대국 건설은 계속되고 있다'란 제목의 글을 게재했으며, <로동신문>은 22일 1면 정론을 통해 "강성국가 건설을 위한 대고조 진군을 힘있게 다그쳐나가는 것은 위대한 장군님의 뜻과 념원을 빛나게 실현하기 우한 성스러운 투쟁"이라며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어버이수령님의 탄생 100돐을 민족사적대경사로 빛내기 위한 투쟁을 진두에서 이끄시며 강성번영의 만년 토대를 마련해놓으시였다"고 강조했다.
2012년 강성대국 선포를 못 박은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퍼포먼스의 성격이다. 또 한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군사강국', '사상강국'을 천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는 스스로 아버지와 다를 바 없다는 한계를 드러내는 악수가 될 것이다. 핵심은 경제가 되어야 한다. 10만호 살림집 건설로는 부족하다. 가장 실현 가능성 있는 대안은 남북 경협이 될 것이다. 한반도를 관통하는 가스관 사업은 실리와 상징성을 동시에 추구 할 수 있는 사업이다.
내용보단 상징적 의미가 컸던 김정일의 유훈통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