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 자원 동원능력을 키워라

지속가능한 사회적 기업을 위한 자원 활용법

등록 2011.12.27 09:45수정 2011.12.2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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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을 준비하는 기업가에게 '지금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10명 가운데 7명은 '돈'이라고 말할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좋은 생각'을 사업화하려면 자금이 반드시 필요한 법이니 당연한 답변인지 모른다. 하지만 필요한 것이 어찌 돈(Money) 뿐이겠는가. 함께 일할 동료(Man)도 필요하고,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 및 물자(Material)도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기업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위 3가지 조건을 염두하고 사업을 시작하기 마련이다. 손익분기점을 넘을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초기 자금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오랫동안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는 어떻게 찾을 것인가? 일할 수 있는 작업 공간을 포함하여 사무기기 기타 사업 수행을 위한 인프라는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등 이른바 '기업경영의 3요소'라 할 수 있는 3M(Money, Man, Material)을 축(軸)으로 사업 설계를 하는 것이 상식이다.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을 경영이라 정의할 때, 결국 '얼마나 좋은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가'가 사업의 성패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고 말할 수 있다. 공동의 목표를 가진 동료와 튼튼한 네트워크 파워(인적 자원), 효과적으로 설계된 정보 인프라와 조직운영 시스템(물적 자원), 나아가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파이낸싱(financing)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녹치 못한 법. 그렇다면 사업 수행에 필요한 자원을 효과적으로 조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자원(Resources)이란 '인간에게 유용하게 쓰이는 각종 재화와 용역'을 뜻하며, 아무리 많은 재산을 소유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사업 수행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갖고 있을 수는 없다. 따라서 경영자의 능력이란 소유하고 있지 않은 자원을 어떻게 외부로부터 가져올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리 기반의 벤처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혁신을 추구하는 사회적기업가에게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만큼 중요하다. 왜? 보통의 경우, 자원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의 활용 자원 사회적기업 자원 분석
사회적기업의 활용 자원사회적기업 자원 분석문진수

사회적기업이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은 크게 4가지 종류가 있다. 정부가 사회적기업 관련사업을 추진하면서 보조금이나 지원금 형태로 제공하는 공공자원, 사회적기업이 직접 시장에서 영업 활동을 통해 획득하는 시장자원, 후원금이나 자원봉사 등 시민사회 영역에 제공되는 호혜자원 그리고 아직 미미하긴 하나 사회적경제 안에서의 거래나 교환을 통해 얻어지는 이른바 사회적 자원이 그것이다.                 

우선 주목해야 할 영역은 공공자원이다. 현행 사회적기업 육성법에 의거, 정부로부터 제공되는 각종 보조금이나 혜택 그리고 우선구매 활성화 정책 등 공공자원과 연계된 제도적 지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인증제를 근간으로 한 현행 사회적기업 정책 하에서, 일정한 자격기준을 갖추어 정부의 '인증'을 받을 수 있다면 사업 초기의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공공자원 획득을 수단이 아닌 목표로 설정하고 '양이 아니라 양털에 더 관심을 가지는' 태도다. 정부 지원금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사회적기업의 자립의지를 심각하게 훼손할 뿐만 아니라 자격을 계속 유지하기 위하여 부정수급, 회계조작 등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을 제공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어느 한 영역에 '몰빵하는' 방식이 아니라 적절한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최근 사회적기업의 판로 지원을 위해 사회적기업에서 생산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공공기관에서 우선 구매하는 정책이 자치단체에서 활발하게 추진 중이다. 우선 구매에 대한 법적 실효성이 부족하고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인해 시장 진입이 힘든 한계점이 존재하나, 공공 영역은 가장 풍성한 자원을 가진 곳이라는 점에서 늘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영역임이 분명하다.


시장 영역은 일반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해야만 자원(영업 이익) 획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힘겨운 싸움을 치러야 하는 곳이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목적을 함께 달성하기 때문에 영리기업에 비해 시장경쟁력이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업종 간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 치열한 특화된 시장(specialized market)을 찾거나,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는 혁신적 요소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많은 사회적기업 전문가들이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지할 수 있는 핵심 요소로 혁신(innovation)을 꼽는 이유는 기존의 방식과 접근법으로는 일반 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회적 기업들을 잘 살펴보면 신기술 개발을 통한 기능혁신, 유통 구조 개선을 통한 가격혁신, 소비자 제품만족도 증대를 위한 품질혁신 등 차별화된 시장 대응전략들을 가지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인증 사회적기업 자원 활용실태 한겨레경제연구소 (2008.12)
국내 인증 사회적기업 자원 활용실태한겨레경제연구소 (2008.12)문진수

하지만 장애인, 노인 등 사회 취약계층 고용을 목표로 하는 노동통합형 기업의 경우, 시장 접근방법만으로 수익을 발생시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다양한 자원들의 연계(linkage) 및 혼합(mixture)을 통한 사업전략이 수반되어야 한다. 노동생산성이 극히 취약한 사람들을 고용하면서도 많은 유럽의 사회적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이유는 각 섹터별 자원들을 효과적으로 동원, 연계함으로써 경영상의 위험을 분산시키고 상호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혜자원이란 기업 후원이나 개인들의 자원봉사 등 공동체나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창출하는 자원으로,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호혜시장이 상대적으로 덜 발달되어 있다. 미 뉴욕 월가에서 촉발된 99% 시위, 따뜻한 자본주의(4.0)로의 진화를 위한 공생 발전 시스템 모색 등 전 세계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거센 현실 인식에 기초할 때, 향후 호혜시장은 자원 동원 측면에서 높은 잠재력을 갖춘 블루오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기업이란 수익 창출 그 자체가 조직의 목표가 아니라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조직의 지속가능성 유지를 고민하는 조직체이므로, 사업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과 외부 후원금으로 사업비를 충당하는 것은 자원 동원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 사회적기업의 경영 측면에서 동일한 효과(黑描白描)를 지닌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를 잡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자원은 공동체 안에서의 사람과 사람과의 연대,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조직간 상호 협력을 통해 창출되는 '관계' 중심의 네트워크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블록)는 경쟁과 배제로 작동되는 시장 시스템과 달리 호혜와 우애를 기반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개별 사회적 기업들에게 튼튼한 '그믈망'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서울 마포의 성미산 공동체, 원주의 협동사회 경제 네트워크 등이 대표적인 지역이다.

아무리 뛰어난 사회적기업가가 있다 하더라도 사람, 돈, 물자 등 모든 측면에서 취약한 사회적기업이 스스로의 힘만으로 살아남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동일한 지향과 목적을 가진 기업 혹은 단체와 연대하여 상부상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면, 사회적기업의 생존 가능성은 현저히 높아질 것이다. '연대의 경제' 안에서 얻어지는 호혜적 자원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사회적경제 조직을 일구는 소중한 거름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지역에 튼튼히 뿌리를 내린 마을기업, 지역민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시민주주회사 등 이른바 지역밀착형 조직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업의 성패는 자신의 가진 것(내부 자원)을 기반으로 갖고 있지 않은 것(외부 자원)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자원을 효과적으로 결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으며, 이 법칙은 조직의 형태와 상관없이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가치와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하는 사회적기업에게 있어, 조직의 성장 단계에 맞게 자원을 동원하고 결합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사회적 기업 성장에 따른 자원 의존도 사회적 기업 자원활용 분석
사회적 기업 성장에 따른 자원 의존도사회적 기업 자원활용 분석 문진수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사회적경제 리포트(2011.12.15)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사회적경제 리포트(2011.12.15)에도 실렸습니다
#사회적 기업 #사회적 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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