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증 사회적기업 자원 활용실태한겨레경제연구소 (2008.12)
문진수
하지만 장애인, 노인 등 사회 취약계층 고용을 목표로 하는 노동통합형 기업의 경우, 시장 접근방법만으로 수익을 발생시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다양한 자원들의 연계(linkage) 및 혼합(mixture)을 통한 사업전략이 수반되어야 한다. 노동생산성이 극히 취약한 사람들을 고용하면서도 많은 유럽의 사회적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이유는 각 섹터별 자원들을 효과적으로 동원, 연계함으로써 경영상의 위험을 분산시키고 상호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혜자원이란 기업 후원이나 개인들의 자원봉사 등 공동체나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창출하는 자원으로,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호혜시장이 상대적으로 덜 발달되어 있다. 미 뉴욕 월가에서 촉발된 99% 시위, 따뜻한 자본주의(4.0)로의 진화를 위한 공생 발전 시스템 모색 등 전 세계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거센 현실 인식에 기초할 때, 향후 호혜시장은 자원 동원 측면에서 높은 잠재력을 갖춘 블루오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기업이란 수익 창출 그 자체가 조직의 목표가 아니라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조직의 지속가능성 유지를 고민하는 조직체이므로, 사업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과 외부 후원금으로 사업비를 충당하는 것은 자원 동원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 사회적기업의 경영 측면에서 동일한 효과(黑描白描)를 지닌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를 잡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자원은 공동체 안에서의 사람과 사람과의 연대,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조직간 상호 협력을 통해 창출되는 '관계' 중심의 네트워크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블록)는 경쟁과 배제로 작동되는 시장 시스템과 달리 호혜와 우애를 기반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개별 사회적 기업들에게 튼튼한 '그믈망'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서울 마포의 성미산 공동체, 원주의 협동사회 경제 네트워크 등이 대표적인 지역이다.
아무리 뛰어난 사회적기업가가 있다 하더라도 사람, 돈, 물자 등 모든 측면에서 취약한 사회적기업이 스스로의 힘만으로 살아남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동일한 지향과 목적을 가진 기업 혹은 단체와 연대하여 상부상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면, 사회적기업의 생존 가능성은 현저히 높아질 것이다. '연대의 경제' 안에서 얻어지는 호혜적 자원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사회적경제 조직을 일구는 소중한 거름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지역에 튼튼히 뿌리를 내린 마을기업, 지역민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시민주주회사 등 이른바 지역밀착형 조직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업의 성패는 자신의 가진 것(내부 자원)을 기반으로 갖고 있지 않은 것(외부 자원)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자원을 효과적으로 결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으며, 이 법칙은 조직의 형태와 상관없이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가치와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하는 사회적기업에게 있어, 조직의 성장 단계에 맞게 자원을 동원하고 결합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