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꼼수다> 시즌2가 시작되었다

정봉주 수감으로 쫄았냐고?

등록 2011.12.27 19:29수정 2011.12.2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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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의 유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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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정봉주 쫄지마 깔대기! ⓒ 왕의 서재

▲ 달려라 정봉주 쫄지마 깔대기! ⓒ 왕의 서재

'깔대기' 정봉주 전 의원의 유죄가 확정되었다. 지난 22일 대법원은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BBK 주가조작 사건 등에 연류되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기소돼 1, 2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모두들 차마 말은 안 했지만, 정봉주에 대한 유죄 확정은 이미 마음 속으로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었다. 다만 혹시 하는 마음에 사법부의 양심을 믿는다는 립서비스만 하고 있었을 뿐, 결과는 역시였다.

 

언제 그들이 99%의 국민들을 생각했던 적이 있던가. 물론 가뭄에 콩 나듯 박수 받을 만한 판결도 내렸지만, 그것은 그들의 실체를 감추기 위한 꼼수일 뿐, 그들은 대한민국 탄생 이후 거의 항상 기득권 편에 서 있었고, 기득권 당사자로서 특혜를 누려왔다. '정의'와 '양심'과 상관없이 현재 권력을 향유하고 있는 자신들의 이익에 맞추어 판결을 내려왔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자들이 겨우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 열풍 쯤에 쫄아 정봉주에 대해 합리적으로 판단한다고? 웃기는 소리다. 이미 우리는 그들이 명확한 논리 없이 정봉주 전 의원에게 여권도 발급해 주지 않는 모습을 목도하지 않았던가. 많은 이들이 아무리 기본권의 문제라 주장했지만, 스스로의 목적에 맞춰 법리적 해석을 하는 모습을 보아오지 않았던가.

 

따라서 정봉주의 유죄 판결은 시기 상의 조율만 있었을 뿐 이미 예정된 일이었다. 가카로 대변되는 기득권 세력은 총선과 대선 전에 정봉주의 입을 막고자 했고, 이를 계기로 최근 정부여당에게 불리한 '괴담'을 유포하는 <나꼼수>의 열풍을 잠재우고자 했다. <나꼼수>를 막게 되면 시민들이 겁을 먹게 될 것이며, 이는 결국 그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정치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방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그들의 바램대로 <나꼼수>는 이대로 주저앉을까? <나꼼수>를 통해 얻은 정치적 각성을 시민들은 한낱 바람으로 치부해버리고 말까? 어처구니 없은 벌금을 받은 뒤 주저하게 된 촛불집회 때처럼 시민들은 지레 겁을 먹게 될까?

 

그들의 <나꼼수>에 대한 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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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수다 시즌2를 기다린다 ⓒ 딴지일보

▲ 나는 꼼수다 시즌2를 기다린다 ⓒ 딴지일보

 

안 된 일이지만 이번 정봉주 수감은 정권 최악의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이들이 지적했듯이 정봉주의 수감은 그동안 공론화 되지 못한 BBK의 판도라 상자를 다시 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나꼼수>와 정봉주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뉴욕타임즈에 이어 워싱턴포스트도 정봉주 수감과 관련하여 한국의 퇴보하는 언론자유에 관하여 논하지 않았던가.

 

정권은 이번 정봉주 수감으로 인해 <나꼼수> 열풍이 잦아들길 바라겠지만, 아마도 이는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 것이다. 오히려 사람들은 더욱더 <나꼼수>를 열심히 들을 것이며,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일 것이다.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정봉주가 수감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이 진실의 실체에 가까이 다가갔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실 <나꼼수>는 최근 위기를 맞고 있었다. 비록 언론들은 뒤늦게 <나꼼수> 열풍을 보도했지만, 적지 않은 청취자들은 계속되는 <나꼼수>식 폭로와 '깔대기'로 인해 지쳐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나꼼수>가 옳은 것도 알고, <나꼼수>가 이렇게밖에 운영될 수 없다는 것도 충분히 인정하지만, 계속되는 폭로와 그로 인한 논쟁으로 피곤해진 사람들이 나타난 것이다.

 

아군과 적군도 구별하지 않은 채 꼭 칼라TV와 진중권을 까야 했는지, 마치 <나꼼수>의 모든 것이 옳다는 식의 독선이 옳은지 자문하는 사람들. 이들은 정봉주 의원의 경박한 행동을 거북해 했으며, <나꼼수>가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있었다.

 

아마도 <나꼼수> 멤버들은 이와 같은 사실을 누구보다 직시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나꼼수>의 유통기한을 MB정권이 끝나는 날까지 잡은 건 우연이 아니다. 물론 가카의 임기가 끝나면 방송을 헌정할 사람이 사라지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는 그들이 <나꼼수>란 형식의 미디어가 가지는 한계를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지금의 <나꼼수> 형식으로는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대신 지속되기 어려우며, 따라서 언론이 정상화 되면 그것으로 <나꼼수>의 역할은 다 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요컨대 <나꼼수>의 가장 큰 적은 <나꼼수> 자신이다. 그것은 마이너에서 만들어진 <나꼼수>가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이다. 작은 목소리로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려고 하니 더욱 격하고, 더욱 섹시하게 방송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정봉주 전 의원이 너무 경박하다고? 만약 그가 근엄하다면 누가 <나꼼수>를 듣겠는가.

 

<나꼼수> 시즌2를 기다린다

 

스스로 위기를 자초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 <나꼼수>. 그런데 너무 큰 변수가 생겼다. 그런 <나꼼수>에게 가카가 정봉주 수감이라는 날개를 달아주신 것이다. 

 

정봉주가 수감된 이상 <나꼼수>는 이제 전혀 다른 상황을 맞게 되었다. 가카야 <나꼼수>의 위기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하시겠지만, 현실은 반대로 흐를 것이다. 정봉주는 이 정권의 대표적인 양심수가 되었으며, 오히려 反MB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그의 말을 인용한다면 '노원구 공릉동과 월계동을 지역 기반으로 했던' 전 국회의원이 명실공히 '한반도와 부속 도서를 지역 기반으로' 하는 이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정봉주의 수감으로 인한 대중의 분노는 <나꼼수> 자체가 지녔던 한계를 덮어버리고 말았다. 가만히 두면 지리멸렬 할 수 있었던 <나꼼수>가 정봉주의 수감으로 인해 거대한 파고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나꼼수>에 대한 지지가 단순한 오타구적 지지를 넘어 표현 자유에 대한 지지, 합리적인 법치에 대한 지지, 썩어빠진 기득권들에 대한 저항 등의 위상을 지니게 된 것이다.

 

덕분에 전혀 다른 위상을 지니게 된 <나꼼수> 시즌2. 정봉주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의 진행이야 여전할 것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청중의 자세는 다를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감옥이 아니라 잊혀지는 것임을 끊임없이 상기해 가며 정봉주를 기억해낼 것이며 또한 분노할 것이다.

 

그리고 결국 대중의 분노는 4월 총선까지 <나꼼수>의 동력이 될 것이며, 4월 총선의 결과와, 뒤이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될 거대한 비리 의혹들과 함께 또 다른 동력이 되어 12월 대선까지 <나꼼수>의 존속을 도울 것이다. 그들이 소멸하기 바랬던 <나꼼수>가 오히려 횃불이 되어 타오르게 된 것이다. SNS는 불씨가 되어 그 횃불을 더욱 크게 번지게 하겠지.

 

비극은 이런 사실을 가카가 모르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가카, <나꼼수> 시즌2가 나오면 꼭 한 번 들어보시기를.

 

참, 마지막으로 다들 쫄지말자. 씨바. 

 

2011.12.27 19:29 ⓒ 2011 OhmyNews
#나는 꼼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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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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