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인들이 '고군산'에 양반문화 전수했다?

군산문화원, '군산도(선유도)의 문화유산 재발견' 심포지엄 개최

등록 2011.12.29 10:38수정 2011.12.2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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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는 군산 은파 리츠프라자호텔, 여성문화관광 해설사들이 꼼꼼하게 메모하고 있다. ⓒ 조종안


 
군산문화원(원장 이복웅)은 28일(수) 오후 3시 군산 리츠 프라자호텔'에서 '군산도(선유도)의 문화유산 재발견'을 주제로 향토문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문화원 관계자, 교수, 시민, 문화관광해설사 등 120여명이 참석, 큰 관심을 보였다.

이복웅 원장은 인사말에서 "국제 관광도시로서의 위상과 새만금 시대에 맞춰 아직 밝혀지지 않은 군산의 해양역사문화 자원을 발굴하고 이를 복원하여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심포지엄을 개최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와 토론은 군산에서 남서쪽으로 약 50km 떨어진 '고군산군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군산시 옥도면에 속하는 고군산군도는 선유도, 무녀도, 장자도, 야미도, 신시도 등 63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16개가 유인도이며 선유도, 장자도, 무녀도 등이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고군산(古群山)이란 명칭, <난중일기>에 처음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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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고군산의 유배문화’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는 군산대학교 김종수 교수 ⓒ 조종안


군산대 김종수 교수(사학과)는 주제발표에 앞서 "흔히 선유도로 통칭되는 고군산군도는 고려와 조선 전기에 '군산도(群山島)'라 불렸다"며 "군산도가 소개된 최초 기록은 고려 인종 원년(1123년) 송나라 사신 서긍(徐兢)이 지은 <선화봉사고려도경>으로 훗날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에도 자주 등장한다"고 소개했다.

김교수는 이어 "고군산(古群山)이란 명칭은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 처음 등장한다"며 "정유년(1597년) 9월 21일 자 일기에 '아침 일찍 출발하여 고군산도에 도착했다'라고 적혀 있으며 <조선왕조실록>에 처음 등장하는 시기는 인조 5년(1627년)이다"라고 말했다. 

인조 2년(1624년) 군산도에 수군 진(鎭)을 설치하는데, 옥구현 진포에 설치돼 있던 '군산진(群山鎭)'과 구별하기 위해 '고군산진'으로 부른 것 같다고 추측했다. 같은 권역에 유사한 이름으로 수군진을 두 개나 설치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로 군산지역의 경제적, 군사적 중요성을 고려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


유배인들이 고군산에 다양한 문화 전수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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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교수가 제시한 조선 후기 고군산 유배인 명단 ⓒ 조종안


김종수 교수는 제1주제(조선 후기 고군산의 유배문화) 발표에서 "조선 후기에는 고군산에 많은 유배인이 적거(謫居)하였고,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 각종 사료에서 확인된 인물만 권중경(1701년), 이징명(1699년) 등 100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이어 "고군산으로 유배 온 사람 중에는 당쟁의 격화로 정치적 사건에 연루되어 들어온 경우가 많았으며 세력을 잃은 왕족이나 양반층, 혹은 양인으로 5세에서 85세 노인에 이르기까지 연령층도 다양하게 구성되었다"고 주장했다.

숙종 21년(1701년) 12월 4일 갑술환국 때 인물 권중경(權重經)을 시작으로 광무 11년(1907년) 3월 6일 이종태(李鐘台), 이상현(李商鉉), 그해 5월 9일 김호락(金浩洛)까지 고군산군도에서 유배생활을 했던 103명(61회)이 적힌 도표를 제시하기도.

김 교수는 고군산이 유배지로 처음 지정된 시기는 인조 2년(1624년)으로 유배인이 많았던 이유는 첫째, 당쟁의 격화로 정치범 증가. 둘째, 관수(官守)가 없는 외딴 섬에 죄인을 배정하지 말라는 영조의 엄명(1728년). 셋째, 흉년에 쌀 2600가마를 국가에 기부하는 주민이 나올 정도로 부유했던 섬 등을 꼽았다.

이어 "유배인 중에는 이곳(선유도)에서 가정을 꾸려 후손을 남긴 사람도 많았을 것"이라며 제주도의 예를 들었다. 또 "유배인들은 고군산 원주민에게 학문과 사상, 의례와 절차, 생활 개선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양반 문화를 전수했을 것"이라며 '장자도에 가서 인물자랑 하지 말라!'는 풍설을 덧붙였다.

김 교수는 "조선 후기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고군산에서 유배생활을 하면서 글을 남긴 확인된 인물은 강직한 성품 때문에 정적이 많았던 이건창(1852년~1898년)뿐이었다"며 명미당집(明美堂集)과 '벽성기행(碧城紀行)'에 실린 '검소루(劍嘯樓)', '장구(瘴颶)', '노오편(老烏篇)' 등 8편의 한시를 소개했다.

특히 "한시 '장구'는 이건창 자신의 심정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구한말 정세를 고군산의 기후에 빗대어 표현한 주옥같은 작품이었다"라고 평가하며 "앞으로 각종 문집을 통해 더 많은 인물을 찾는 게 과제로 남아 있다"라며 발표를 마쳤다. 

"고군산군도는 선사시대부터 교통의 중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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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으로 본 군산도 해양문화’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는 군산대 곽장근 교수 ⓒ 조종안


군산대 곽장근 교수는 제2주제(고고학으로 본 군산도 해양문화) 발표에서 "고고학에서는 강과 바다를 '옛날 고속도로'라 부른다"라며 "고군산군도는 금강, 만경강, 동진강 물줄기가 합쳐지는 곳에 자리하여 선사시대부터 교통의 중심지이자 전략상 요충지였다"라고 주장했다. 

곽 교수는 "우리나라와 중국을 이어주는 해상교통로는 세 갈래가 있었다"며 서해 북부 연안 항로, 서해 중부 횡단항로, 서해 남부 사단항로를 꼽았다. 특히 연안 항로는 한반도 서북쪽 연안과 중국 동북쪽 연안을 따라 항해하기 때문에 해상교통로로 일찍부터 이용됐다고.

곽 교수는 "고려와 남송의 교류가 왕성할 때는 군산도가 국제무역의 거점항구이자 국제외교의 관문으로 큰 번영을 누렸다"라며 고려 때 군산도 중심지였던 선유도 망주봉 아래에 존재했던 유적과 유물들을 영상을 통해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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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장근 교수가 촬영한 선유도 망주봉 아래 오룡묘 터. ⓒ 조종안


 
선유도 망주봉 주변에 숭산행궁(崧山行宮)을 비롯해서 사신을 맞이하던 군산정(群山亭), 바다 신(神)에게 제사를 지내던 오룡묘(五龍廟), 자복사(資福寺), 관아 등 많은 건물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왕릉과 숭산행궁은 그 자체만으로 교통의 중심지였음을 추론할 수 있다는 것.  

곽 교수는 망주봉 주변에 순청자, 상감청자 등 최상급의 청자편(片)과 백자편, 중국제 자기편, 기와편이 흩어져 있고, 고려 시대 최상급 청동거울인 쌍룡문경과 선경문경, 중국 송·원대 자기류 등 다양한 유물이 발견 매장문화재로 신고되어 군산도 해양문화의 중요성을 방증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곽 교수는 "향후 군산도의 해양문화를 밝히기 위한 학계의 관심과 행정당국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를 토대로 천혜의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접목해 새만금 국제해양관광단지 조성 등 활용방안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라는 말로 발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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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띤 토론을 펼치고 있는 참석자들. ⓒ 조종안


토론자로 참여한 전주대 송화섭 교수는 군산도 해양문화권을 네 단계로 설정하며 군산시가 새만금 배후도시로 성장하려는 의지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자신이 제시한 4단계 군산도 비전을 구체적으로 설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가 제시한 군산도 해양문화권은 선유도를 정점으로 하는 군산도 문화권(1단계), 주변 도서와 금강, 만경강, 동진강 하구와 변산반도 새만금 방조제 포함(2단계), 영산강 유역과 경기만, 한강 유역 포함(3단계), 제주도, 일본 후쿠오카, 중국 절강성 포함(4단계)하는 동남아 해양문화권 등이다. 

우석대 조법종 교수는 "선유도에 각종 펜션과 휴양공간이 들어서면서 유적지 훼손이 우려된다"며 "앞으로 심도 있는 연구와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목포대 이윤선 교수는 "구시대의 고군산문화권 설정은 이제 새만금으로 인한 새 시대의 문화권이라는 점에서 권역의 재설정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발표하는 등 2시간 30분에 걸쳐 열띤 토론을 벌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군산도(선유도) #문화유산 #심포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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