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문화재는 일본에 많을까요?

히로시마켄 쇼렌지 절에서 보관해 온 고려 범종

등록 2011.12.30 16:16수정 2011.12.3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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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코쿠대학에서 대학 창립 370 주년을 기념하여 올 류코쿠뮤지엄을 새로 짓고 문을 열었습니다. 올 석가와 신란 특별전에서는 여러 가지 불교 문화재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 박현국


절에서는 예로부터 종을 사용하여 왔습니다. 절에 있는 종은 단순히 소리로 시간을 알리는 기능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목적으로 쓰여 왔습니다. 여러 가지 뜻이 있겠지만 쇠로 만든 종소리를 통하여 쇠로 죽임을 당한 뭇 영혼들을 위로하여 서방정토로 무사히 보내드리는 뜻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류코쿠대학에서 대학 창립 370주년을 기념하여 올 류코쿠뮤지엄을 새로 짓고 문을 열었습니다. 올 석가와 신란(親鸞) 특별전에서는 여러 가지 불교 문화재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25일 방문하여 새롭게 발견한 것이 고려 범종입니다. 이 고려 범종은 히로시마켄(廣島縣 竹原市 竹原町) 쇼렌지(照蓮寺) 절에서 보관해온 것입니다. 어떤 경로와 이유로 고려 범종이 그곳에 있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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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로시마켄(廣島縣 竹原市 竹原町) 쇼렌지(照蓮寺) 절에서 보관해온 고려 범종입니다. 지금 류코쿠뮤지엄에서 전시하고 있습니다. 서기 963년 전라남도 영암군 서원(西院)에서 만들어진 종으로 나주(羅州) 사람 지미(只未)가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종이 일본에 있는 고려 종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입니다(청동, 전체높이 60.9cm, 종 높이 47.6cm, 입 지름 41.4cm). 몸통에는 비천상이 돋을 새김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 박현국


이 쇼렌지 종은 종에 새겨진 기록에 의하면 고려 광종 14년, 서기 963년 고미현(古彌縣)의 서원(西院)에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고미현은 전라남도 영암군의 옛 지명이지만 서원이 어느 절인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만든 사람은 주종장인 대박사로 나주(羅州) 사람 지미(只未)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2004년 직지사 성보박물관에서 연 한국의 범종 탁본전에 의하면 이 종이 일본 중요문화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도 이 종은 중요문화재이고 일본에 있는 고려 범종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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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진나라 때(서기 575) 만들어진 오래된 범종입니다. 지금은 나라 국립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습니다.(직지성보박물관 홈피에서 인용.) ⓒ 박현국


한반도에서 만들어진 범종 가운데 통일신라 6기, 고려 52기, 조선 5기 등 모두 63기가 일본에 있습니다. 이 숫자는 한반도에 있는 것보다 많은 숫자입니다. 어떤 경로로 한반도에서 일본에 전해졌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임진왜란 전후, 왜구 침탈 등으로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범종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일본 나라국립박물관에 소장된 중국 진(陳) 때(태건,太建 7년, 서기 575년)의 명문이 새겨진 범종입니다. 이 종은 높이가 29.1cm로 작은 종이지만 초기 범종의 형태나 당시 중국 범종의 발전양상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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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가켄 미이데라(三井寺) 절에 있는 일본 종입니다. 오른쪽 사진에 있는 종은 오래되어서 사용하지는 않지만 역사적인 사건과 관련된 유서 깊은 종입니다. 한국 종과 달리 연곽 안에 종꼭지가 많습니다. ⓒ 박현국


한반도에서 만들어진 범종은 때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지만 중국이나 일본 종과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범종은 몸통에 해당하는 종신과 위쪽 용뉴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용뉴는 용 모양으로 종을 걸게 되어있고 음통이 세워져 있습니다. 그리고 몸통은 상대와 하대로 나뉘어져 있고 각각 띠무늬가 새겨져 있습니다. 상대에는 연곽이 네 군데 있고 연곽 안에는 연꽃 봉오리 꼭지가 9개씩 들어있습니다.


종 몸통 가운데 아래쪽에는 원형당좌가 있어서 이곳을 두드려 소리를 냅니다. 그리고 몸통에는 악기를 연주하는 비천상이나, 보살상, 여래상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종을 만들게 된 연유나 만든 곳, 만든 사람 이름 등이 새겨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범종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신라 오대산 상원사 범종인데, 725년에 만들어졌습니다. 불교가 성한 한반도에는 지금보다 많은 종이 있었을 것입니다. 문화적인 가치와 주조술 등에서 뛰어난 솜씨를 간직한 우리 범종이 우리나라보다 일본에 더 많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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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에잔(比叡山) 산 엔략쿠지(延?寺) 절에 있는 일본 종입니다. 누구나 돈을 내면 종을 쳐볼 수 있습니다. 사진 왼쪽 아래 부분은 종의 용뉴 부분입니다. 한국 종과 달리 용 장식이나 음통이 없고 단순히 거는 역할만합니다. ⓒ 박현국


<참고자료>
1. 직지성보박물관, http://www.jikjimuseum.org/ 2011.12.30.
2. 하주성, 소리 잃은 팔달문 동종, 소리가 그립다, 오마이뉴스, 2011.12.29.

<류코쿠뮤지엄 가는법> 교토 역 북쪽 입구에서 서쪽으로 가다가 호리카와도리(堀川通)에서 북쪽으로 가다보면 니시혼간지(西本願寺) 앞에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고려 범종 #류코쿠뮤지엄 #일본 종 #중국 종 #소렌지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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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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