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형님언론' <국민일보>, 무엇을 했나"

[토론회]국민일보 사태로 보는 기독 언론의 바른 가치와 방향

등록 2012.01.05 21:10수정 2012.01.1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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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국민일보는 성경을 통해 이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교육, 국방, 문화 등 모든 분야를 재조명함으로써 기독교 세계관의 가치를 구현하고 공의로운 사회건설에 앞장서는 빛과 소금이 된다.
2.국민일보는 1200만 기독교인을 대변하고, 일용할 영의 양식을 공급하여 기독교인의 신앙성장을 도모한다.
3.국민일보는 민족복음화와 세계선교를 위해 문서선교의 역할을 담당한다.

올해로 창간 24주년을 맞는 <국민일보>의 '창간목적'이다. 지난 24년간 <국민일보>는 기독교 언론으로서, 종합일간지로서 이와 같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을까. 5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국민일보 사태로 보는 기독 언론의 바른 가치와 방향' 세미나 패널로 나선 이들은 고개를 저었다.

남오성 교회개혁 실천연대 사무국장은 첫번째 창간목적을 읽어 내려간 뒤, "여기에서 '기독교'라는 단어가 2011년 타락한 한국교회로 표방되는 기독교라면 부합을 잘 하는 것 같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남 사무국장은 '공의로운 사회건설에 앞장서는 빛과 소금'이라는 구절을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나님과 인간과의 관계,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에서 약자를 돌보는 것이 공의로운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과의 관계성에서 공의를 회복하기 위해 '한기총'으로 표상되는 영적인 악의 세력과 <국민일보>가 어떠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가. 김진숙씨가 그렇게 오랫동안 고생할 때 <국민일보>는 무엇을 했는가.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 <국민일보>가 어떠한 비판적인 의견을 냈는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국민일보>는 더 약자 지향적으로, 권력비판적으로, 반 자본적으로 논점을 이동해야 한다."

"한기총 출입기자 교체요구 받아들인 곳, <국민> 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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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국민일보 사태로 보는 기독언론의 바른 가치와 방향' 토론회에서 조상운 <국민일보> 노조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홍현진


남 사무국장의 '쓴소리'에 세미나에 참석한 60여 명의 <국민일보> 노조원들 사이에서 탄식과 함께 한숨이 흘러 나왔다. 이날 세미나는 이날로 14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국민일보> 노조와 한국크리스천기자협회 공동 주최로 열렸다.

<국민일보> 노조는 지난해 12월 23일부터 ▲ 개인 비리 혐의로 기소된 조민제 사장 퇴진 ▲ 편집국 기자 75.2%의 불신임을 받은 김윤호 편집국장 퇴진 ▲ 부당해고 판결을 받은 노조위원장 복직 등을 요구하며 10년 만에 파업에 돌입했다. 


조상운 노조위원장은 "<국민일보>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님에도 조용기 목사 사유물처럼 인식되어졌던 결과 언론으로서 비판과 감시라는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 "위기에 닥쳐서 우리의 갈 길과 방향을 다시 생각해보는 세미나를 갖는다는 게 너무 죄송스럽고 면목이 없지만, 아프더라도 진지하게 받아들여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자양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회장인 조용기 여의도순복음 교회 목사가 교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패널들은 "토론회 참석요청을 망설였다"라고 말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공동취재단 일원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라고 밝힌 이현주 <기독교연합신문> 기자는 "한국 교회의 우려되는 현실이 다 집약되어 있는 한기총 사태에 대해 <국민일보>가 제대로 된 보도를 하지 못했다"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기자는 "현재 한기총이 4개 언론사에 대해 '한기총 관련, 비방과 편향적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출입금지 결정을 내리는가 하면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를 쓸 경우 출입기자 교체를 요청했다"면서 "그런데 이러한 출입기자 교체 요구를 받아들인 곳은 <국민일보> 밖에 없었다"라고 개탄했다.

이어 이 기자는 "<국민일보>는 '형님언론'이다. <국민일보>가 쓰는 영향력은 굉장히 대단하다"면서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국민일보>가 기사를 바로 써주고, 힘 있게 써줄 때 저희 같은 작은 교계 언론사들도 따라가기 쉽다. 소외된 약자에 대해서, 교계의 할 말은 하는 그룹에 대해서, 교회의 부당한 현실에 대해 바르게 써달라."

성석환 도시공동체연구소 소장은 "<국민일보>가 그동안 타 기독교 언론 매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처우와 교계에서의 영향력에 기대어 마땅히 감당하고 당연히 마주섰어야 할 한국교회의 모순과 죄악에 대해 말하지 못했다면 이제 스스로 기독교 언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물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어 "<국민일보>가 현실적이거나 태생적으로 볼 때는 한 교회 혹은 한 개인의 지도력에 의해 탄생했다고 해서 그 구조적 한계를 넘지 못하고 비정상적인 경영이나 소유권 분쟁에 휘말린다면 그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국민일보>가 자멸의 길에서 벗어나 기독교의 공공성을 명확히 담보해내는 공적 매체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충고에 김지방 <국민일보> 기자는 "이번 파업까지 오게 된 계기 중에서 굉장히 중요한 게, 종교국 기자들이 가장 먼저, 가장 높이 목소리를 냈다"면서 "부끄럽기도 하고 속시원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조용기 #한기총 #남오성 #조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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