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사과할 일이 있으면 사과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남소연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의 전모가 점차 드러나면서 한나라당 안에서 '박근혜 비상대책위' 차원으로는 현 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정권 실세 용퇴론'을 두고 비대위와 각을 세운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 등이 쇄신파의 '재창당론'에 힘을 싣는 양상이다.
홍준표 전 대표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정몽준 전 대표의 출판기념회에서 "한나라당이 지금 혼란스럽지만 좀 더 큰 혼란이 와야 한다"며 재창당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른바 '대란대치(大亂大治)'다, 더 큰 혼란이 와야 더 크게 수습할 수 있다"며 "만약 이 상태로 (당이) 가면 수습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8일 서울 인사동 모처에서 정몽준 전 대표·김문수 경기지사를 만난 자리에서도 '대란대치'를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대표 등은 이 회동에서 "박근혜 비대위의 쇄신에 적극 협력·동참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정부 실세 용퇴론'을 펼친 김종인·이상돈 비대위원의 사퇴를 촉구해, 사실상 비대위 활동에 제동을 걸었다.
이와 관련, 홍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어제(8일) 김종인, 이상돈 비대위원의 사퇴를 촉구했지만 이제 당 상황이 그 차원을 뛰어넘은 것 같다"며 "비대위 수준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또 "내가 대표직에서 물러가기 직전 재창당 위원회 발족을 주장했다"고 상기시켜 '재창당론'에 힘을 실었다.
쇄신파 '재창당' 요구에 비박·반박 진영 결합 정몽준 전 대표의 생각도 비슷하다. 정 전 대표는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약속은 무너지고 소통은 사라졌다, 그 빈자리를 배신·변절·투항이 차지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대위를 비판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의 정강·정책에서 보수를 빼자고 하는 것은 우리끼리의 소통은 단념한 채 상대 진영하고만 소통하고자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이라며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정치인과 정치연합"이라고 강조했다. '비박(非朴)·반박(反朴) 진영'을 묶어서 당의 새 판 짜기에 나서겠다는 선언으로 비친다.
특히 정 전 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재창당에 재창당을 하는 각오와 정신이 꼭 필요한 시점"이라며 "전당대회를 하는 게 정공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당대회를 하면 당이 분열된다고 했는데 비대위 출범한 다음에 당이 더 이상 분열될 수 없을 정도로 분열되지 않았나"라며 "(비대위) 이것도 정상적인 절차는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재오 의원도 이날 정 전 대표의 출판기념회에서 박근혜 비대위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사람도, 정치인도, 당도 그렇고 어렵다 싶으면 '지초북행(至楚北行 : 초나라로 간다면서 북쪽으로 간다는 뜻으로 목적과 행동이 배치되는 점을 꼬집는 말)'을 한다"며 "정 전 대표는 어려움이 닥쳤을 때도 북행(北行)하는 분이 아니라 존경한다"고 밝혔다. "'지초북행'하는 이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해석은 듣는 사람이 하시라"며 사실상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겨냥한 발언임을 숨기지 않았다.
박근혜 비대위 출범 이후 '재창당' 카드를 내려놓았던 쇄신파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쇄신파 의원들은 지난 6일 회동에서 "재창당이 아니라 해산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들은 금주 초 '재창당'과 관련된 회동을 다시 열 예정이다.
정두언 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한나라당은 분명 수명을 다했다, 이제 한나라당 이름으로 표를 달라고 할 수가 없게 됐다"며 "이젠 해체하고 제대로 된 보수주의 정당을 세워야"라고 재창당 입장을 재차 밝혔다.
쇄신파의 남경필 의원도 지난 8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구 한나라당을 해체하고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할 때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