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수협, 비상임 이사 선거에서 '엽기적 행각'

등록 2012.01.12 13:51

수정 2012.01.12 14:03

▲ 조합장 출마 유력자는 대의원에게 특정 기표위치까지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의원들은 각각 지시받은 위치에 기표하고 자기 계파의 출마자에 투표했다는 것을 지시한 사람이 알 수 있도록 하는 엽기적인 행각까지 벌였다. 이들은 모두 같은 후보에게 투표했다. ⓒ 김상현

20여 명의 임원과 조합원이 '돈 봉투 선거'로 기소된 포항수협 부정선거(관련 기사: 수협 선거에도 등장한 '돈봉투'...무더기 '구속', 포항수협 이사 선거 돈거래, 왜 이렇게 됐나)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한 사람이 쓴 돈이, 드러난 것만도 무려 8100만 원이나 되는가 하면 선거 전날 한 대의원이 대의원을 단체로 합숙시키면서 기표할 위치까지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기표지시를 받은 대의원들은 투표용지의 각각 다른 곳(이름표, 출마번호 등)에 지시대로 기표해 자신이 투표한 것을 선거 후 지시한 대의원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엽기적인 행각까지 벌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11일 오전 이번 포항수협 비상임이사 선거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수사 선상에 오른 사람은 모두 32명. 전·현직 이사와 가족, 대의원, 조합원 등이다. 검찰 수사결과 조합장 선거과정에서 오간 금품만 1억 5500만 원에 이르는 등 조합장 선거와 관련 금품수수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다.

검찰 "지역 협동조합 선거의 고질적인 병폐 보여주는 것"

▲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11일 오전 이번 포항수협 비상임이사 선거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브리핑 중인 김영대 포항지청장. ⓒ 김상현

검찰에 따르면 A(54)씨는 지난해 8월 치러진 수협 이사 선거를 앞두고 대의원 후보 4명에게 150만 원에서 500만 원을 건네거나 주겠다고 제의하며 이사 선거에서 도움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대의원 B(62)씨도 이사 당선을 도와달라며 대의원 4명에게 모두 8100만 원을 전달하거나 주려고 하는 등 모두 5명의 이사와 대의원들이 10여 명의 이사와 대의원에게 돈을 전달한 것으로 검찰수사 결과 밝혀졌다.

특히, 여당 격인 C계파의 실세로 알려진 A씨는 선거 전날 C계파 대의원 13명을 단체로 모텔에 투숙시켜 표 단속을 했고, 비정상적인 기표방식을 개별 지시하는 등 불법 선거운동으로 이사직에 당선됐다.

김영대 포항지청장은 "A씨는 소속 계파 의원들 각자에게 후보자 기호나 성명 등 기표하는 곳을 특이하게 지정해 이탈표를 방지했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상 투표지의 후보자 이름과 번호, 기표란 중 어디에 기표하더라도 세로로 벗어나지 않으면 유효표로 처리된다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대의원 선거에서 30만 원을 주고받은 D 대의원과 조합원은 공소시효를 하루 앞두고 제보를 받은 검찰이 수사를 시작하자 도주하기도 했다. 이들은 공소시효가 3년 연장돼 구속됐다.

김 지청장은 "이번 수사 결과는 전국적으로 만연된 지역 협동조합 선거의 고질적인 병폐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인식된다"며 "이번 수사가 지역의 수협뿐만 아니라 농협, 산림조합 등에서도 구조적 선거비리 사슬을 끊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번 수사가 총선과 대선에도 영향을 줘 포항지역에 새로운 선거문화가 탄생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협수사는 이것으로 일단락하지만, 혐의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 조사를 재개할 수도 있다"며 "이번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투표지 무효조항 신설 등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제도적인 개선방안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북매일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경북매일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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