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조을영
길거리의 고양이들은 각자 천차만별의 모양을 하고 있고, 사람을 대하는 자세도 모두가 다릅니다. 한때는 주인의 귀여움을 듬뿍 받았을지도 모를 하얀 페르시안 고양이가 온몸에 덕지덕지 때가 묻은 채 길에 떨어진 음식을 물고 바삐 길을 가로질러가는 경우도 있고, 만사 귀찮은 듯이 담벼락에 길게 드러누워 지그시 바라보는 게으름뱅이들도 있지요. 카메라를 꺼내 들면 무슨 공격이라도 당할까봐 화닥닥 도망가는 녀석, 맛있는 것을 꺼내는가 싶어서 눈을 반짝이며 다가오는 애교 덩이들까지…. 모두 갖가지 성격과 외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여간 고양이는 인간과 여러모로 함께 하는 존재고, 싫든 좋든 우리는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영화 <구구는 고양이다>도 고양이와 인간의 공동생활을 그린 영화 중 하나군요. 얌전하고 섬세한 성격의 고양이와 그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만화가가 겪는 소소한 일상을 다룬 이 영화는 광고인 출신 영화감독의 감성 가득한 영화입니다.
텔레비전도 라디오도 듣지 않는 감독 이누도 잇신은 오로지 산책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그 감성을 영화에 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거리의 광고 사진들, 지나가는 행인들의 모습, 날씨와 온도에 따라 섬세하게 변해가는 마음의 물결 등을 유심히 살피는 것으로도 영화를 위한 자료가 충분히 만들어진다지요. 그리고는 마침내 풍부한 감성을 영화에 쏟아 부을 수 있게 된다고 하더군요. 저와 비슷한 사람을 만난 것 같아서 굉장히 반가웠고 뿌듯했습니다.
한편, 영화<구구는 고양이다>는 어찌 보면 일본 키치조지의 관광 영화인 것도 같습니다. 실제로 중·고교 시절 6년간 기치조치에 살았던 이누도 잇신은 그곳에 대한 그리움으로 만든 영화라고 어느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지요. 일본 최고의 도시인 '도쿄' 안에 위치한 작고 아름다운 마을 키치조지. 그곳의 하모니카 골목을 비롯한 맛집, 술집을 만화가 어시스턴트들이 사방팔방 몰려다니는데, 그 중 사토 정육점의 크로켓을 소개하는 장면이 인상 깊습니다.
뿜어져 나오는 육즙... 이게 바로 멘치까스의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