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소 굶겨 죽였다고 과태료 내라는 이명박 정권

등록 2012.01.13 09:38수정 2012.01.1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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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한우를 집단으로 사육하지만 우리 조상, 아니 20년 전만해도 농사를 짓기 위해 한 마리 정도 키웠습니다. 학교 다녀오면 소를 끌고 나갑니다. 소는 굉장히 순박하고, 순한 동물이라 초등학교 1학년도 소를 끌 수 있습니다. 풀밭에 그냥 두면 소들은 맛있게 뜯어먹습니다.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 놀았습니다. 그리고 해가 산 위에 걸리면 소를 끌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소죽을 끓입니다. 어릴 때 가장 하기 싫은 일이 소죽 끓이는 일이었는데 약 40분 이상을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어야 했으니 아이들에게는 고역이었습니다. 갑자기 뒷간에 갔다가 불이 땔감나무에 붙기 직전까지 간 경우도 있었습니다. 소는 이렇게 친근하고 정다운 동물이었습니다. 

 

초등 1학년도 몰았던 순박한 소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이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소꼴을 먹이는 아이는 없었습니다. 쟁기로 밭갈고, 논갈이하면서 가족같이 지냈던 한우는 없습니다. 오로지 사람들 먹을거리를 위해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사람 먹을거리를 위해 존재하는 한우, 집단 사육으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집단사육은 한우 두수가 늘어날 수 밖에 없었고, '소값 30만 원'과 굶어 죽는 소가 등장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육우 수송아지는 한 마리에 1만 원도 하지 않습니다. 수송아지로 태어나면 '안락사'를 당하기까지 합니다. 농민들은 절박감에 지난 5일 청와대에 소 1000마리를 반납하겠다며 나섰지만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가로 막혔습니다.

 

그럼 이 모든 게 농민탓일까요? 아마 이명박 정권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전라북도는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12일 순창군 소재 소 사육농가에서 소값 하락 및 사료값 상승에 따라 소 13마리를 굶겨 죽이고 농장에 방치한 농장에 대해 동물보호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여 위반사항이 있을 경우 행정처분을 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근거 법률은 '동물보호법 제20조(출입·검사 등) 및 동법 시행규칙 제24조(시정명령)'으로 "동물에 대한 위해방지 조치의 이행여부 불이행시 3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가능"입니다. 전북도는 위반행위가 지속될 경우 동물학대 행위 적용 검토(벌금 500만원 부과)도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 굶겨 죽였다고 과태료 내라는 이명박 정권

 

소값 폭락과 사료값 폭등으로 고통당한 것도 모자라 과태료까지 내야하는 그 농민 마음은 아마 타 들어갈 것입니다. 모든 책임을 농민에게 다 뒤집어 씌우는 것입니다. 농가 책임도 있습니다. 하지만 치솟는 사료값과 떨어지는 소값 대책을 조금이라도 빨리 세웠다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과태료를 부과해 모든 책임을 농가에만 책임을 묻는 것은 농민들을 더 분노하게 할 것입니다.

 

특히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부가 구제역 방역을 위해 16일로 예정된 한우 농가의 상경 집회 때 소를 차에 싣고 오는 것을 막기로 했습니다. 이동을 막지 못한 지자체에는 정책자금 삭감 등 불이익을 주고 가축동원으로 구제역이 발생하면 농장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예정이라고하니 통탄할 일입니다.

 

'명박산성'으로 민주주의와 불통하더니 이제 축산농가 절규를 아예 듣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자신들이 막지 못한 '구제역'으로 농민을 겁박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법으로 과태료 물리고, 구제역으로 농민겁박하는 이명박 정권에게 따져 묻고 싶습니다.

 

구제역 책임은 이명박 정권 아니었나

 

지난 2010년 11월 발생한 구제역으로 소와 돼지 350만 마리를 땅에 파묻었습니다. 자식같이 키운 소를 안락사 시킨 농민의 마음은 타 들어갔습니다. 농민들 책임도 있지만 초등방역 실패는 해당 지자체와 중앙정부 책임입니다.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은 구제역 방역에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지난해 신년사에 구제역 '구'자도 언급하지 않았고, 구제역 발생 40여일이 지나서야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었습니다. 그리고 구제역 발생 50여 일만에 구제역 현장을 처음으로 직접 방문했습니다. 우리나라에 구제역이 처음 발병했던 2000년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구제역 방역은 민첩하고 꼼꼼했습니다. 당시 농림부 장관이었던 김성훈 전 장관은 지난해 1월 5일 한 언론에 기고한 글입니다.

 

"농림부는 파주의 한 농가에서 구제역 발생 사실을 확인하자 즉각 반경 500m 이내의 축사와 가축과 건초 등 모든 전염 매개물을 소각 또는 살처분했다. 다만 동일지역 공직자와 순경들만으로는 파주로 통하는 초소 24곳을 철통같이 봉쇄하기에는 역부족이고 인정에 약한 토착 정서상 확산을 막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농림부장관은 꼭두새벽에 국방부장관에게 통사정을 했다. 이태 전 있었던 대만 전역에 걸친 구제역 피해사례(400만 두 살처분)를 들어 군의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마침내 새벽 4시경 군이 동원됐다."(<전남일보>'2000년 구제역 사태의 추억')

 

김 전 장관은 당시 살처분한 가축은 2200마리에 불과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김대중 정부처럼 구제역 초동방역을 실시했다면 350만 마리를 파묻는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구제역 대재앙을 불러온 과연 정부는 '동물보호법 제20조'를 제대로 지켰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처음에 구제역 원인을 베트남을 방문한 양돈농가 때문이라고 단정했었습니다. 국외여행 다녀온 농민에게 책임을 지운 것입니다. 하지만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2월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구제역 국제표준연구소가 지난해 11월 30일 안동발 구제역 바이러스 유전자를 분석했더니 홍콩·러시아 바이러스와 99.06%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바이러스 유전자를 찾지 못했으면서 농민에게 뒤집어 씌운 것입니다.

 

이제 소값 폭락에 대한 대책도 없고, 상경투쟁하는 농민들을 막는 것밖에 할 일이 없는 정권입니다. 축산 농가가 바라는 소값대책부터 세운 후 농가들이 책임질 일이 있으면 묻는 것이 정부가 할 일입니다. 그리고 옛날처럼 초등학교 1학년이 소를 풀밭에 풀어넣고 동무들과 뛰어노는 것은 불가능해도 소도 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2012.01.13 09:38 ⓒ 2012 OhmyNews
#소값폭락 #전북도 #농림부 #구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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