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우리 10대들에게 필요한 것은...

인도 뱅갈로에서 한국의 청소년들을 생각했습니다

등록 2012.01.13 10:40수정 2012.01.1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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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 가족은 오래 전부터 인도 뱅갈로에 살고 있습니다. 여동생은 음악학원을 매제는 이곳 신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지요. 인도의 인건비가 낮아서 그리 호화스러운 생활은 하지 못하고 그럭저럭 살아가는 평범한 가정입니다.

 

조카들이 넷이 있는데 제가 미혼인지라 어찌나 아이들이 보고싶은지 시간을 내어서 11시간을, 중국을 경유해 날아와서 녀석들과 며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랫만에 만난 조카들과 한동안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코타누르 라는 작은 동네에 있는, 숲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운동장에서 배드민턴을 치며 생각해 보았습니다.

 

'정말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자연과 뛰노는 조카들 ⓒ 고성욱

자연과 뛰노는 조카들 ⓒ 고성욱

인터넷을 통해 요즘 많이 기사화되는 10대들의 학교폭력 등 사회문제를 접하니 많이 안타깝습니다. 와서 조카들을 보니 큰 녀석들이 한국나이로 이제 중2, 중1이더군요. 요즘 한국에서 문제시되는 그 또래인데 참 순수하고 맑습니다.

 

이곳에서 할 수 있는 놀이라고는 그저 배드민턴과 축구공 그리고 흙먼지 뽀얀 운동장과 그 뒤에 서있는 커다란 나무들이 전부입니다. 그리고 2년 전 한국에서 사준 낡은 닌텐도가 다 입니다. 그것도 잘 안 하네요. 문화라고는 그리 찾기 힘든 곳입니다.

 

하지만 무척 행복하고 건강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또래들에 비해 순수하고 투명한 성격들인 것이 느껴집니다. 아마도 이곳의 순박한 정서 때문인 듯 합니다. 뱅갈로는 '정원의 도시'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멋진 아름드리 나무가 곳곳에 있고 하늘이 맑기로 유명합니다. 정말 거대하고 아름다운 정원속에 사는 듯 합니다.

 

뱅갈로의 자연 속 운동장에 뛰어 놀고 있는 조카들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에게 푸르름을 즐길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초록의 순수와 단순함의 가치를 어른들이 먼저 잃은 것은 아닌지요.

 

컴퓨터, 게임기, 인터넷, TV... 기계화되고 상업적이고 폭력적인 정서를 이제는 어른들이 치워주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대신 토요일엔 가까운 산으로 등산도 가고 짧은 코스를 찾아 트래킹도 하고 낚시도 좀 하고... 제가 너무 황당한 말을 하고 있는 건가요?

 

하지만 제가 부모라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오늘날 일어나는 이 무섭고도 슬픈 10대관련 뉴스들을 보면서 정말 꼭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인도 뱅갈로에는 이런 나무들임 많다. ⓒ 고성욱

인도 뱅갈로에는 이런 나무들임 많다. ⓒ 고성욱

저도 어릴 때 시골에서 살지는 않았지만, 자연의 혜택을 좀 누린 듯 합니다. 개구리도 잡으러 다녔고 뒷 동산에서 아이들과 솔방울을 던지면 전쟁 놀이도 했습니다. 겨울이면 얼어붙은 옆동네 논에서 썰매놀이도 했습니다. 최소한 그런 시절엔 이처럼 잔인하고 아픈 뉴스들은 없었습니다.

 

자연은 회복과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고 저는 그렇게 믿는 한 사람입니다. 우리 곁에 있는 자연이야말로,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세상 속에서 상하고 지치고 바른 정체성을 잃은 이 나라의 10대를 치유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제 조카들이 만일 언제고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아마도... 파란 하늘 밑, 초록의 나무 그늘 아래서 뛰어 놀던 시절을 그리워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한국으로 돌아 갔을 때 이곳과 다르지 않은 모습들, 한국의 아이들이 그렇게 자연속에서 뛰어놀며 새로운 친구들을 맞이해 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

 

멀리 뱅갈로에서 대한민국의 모든 조카들을 염려하며 작은 마음을 전합니다.

2012.01.13 10:40 ⓒ 2012 OhmyNews
#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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