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유성호
그는 여러 지표를 내어 놓고, 재벌에 대한 비판의 톤을 높였다. 한마디로 재벌의 약탈적 거래가 크게 늘면서, 경제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 재벌의 부당거래나 경제력 집중은 예전부터 나왔던 이야기 아닌가."문제는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1세대는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이라도 있었지만, 요즘 3, 4세들은 무얼하나. 중소업체나 동네빵집까지 손을 댄다. 그것도 자기들끼리 거래해주면서 말이야."
- 현 정부 들어서 더 심각해졌다는 뜻?"MB정부가 들어서서 한 일이 무엇인가. 부자감세와 재벌각종 규제 다 풀어 줬잖아. 기업인들 공항 귀빈실까지 이용하라고 해놓고… 친재벌 정책이 재벌경제의 폐해만 극대화시킨 꼴이야."
다시 유 교수의 말이다.
"뒤늦게 친재벌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않고, 국민들 불만이 커지니까 동반성장이니, 공생발전, 상생 등을 외쳐봤자 재벌들이 말을 듣겠어? 물론 당장 듣는 시늉만 하지, 곧바로 언제 그랬냐고 바뀔 거야."- 한나라당도 최근 '재벌개혁'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과거 정부 때도 (개혁을) 한다고 했지만 그리 오래가지도 못하고, 큰 성과도 없지 않았나.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래. 과거 민주정부 때 재벌 개혁한다고 했었지. 국민의 정부와 달리 솔직히 참여정부 때는 별다른 개혁조치는 없었고… . 결국엔 1인 총수 중심의 지배구조를 바꿔야지.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된 개혁을 할 수가 없어."
- 총수체제를 끝내라는 것은 그룹을 해체하라는 이야기인가."해체라기보다는 그룹 협의체로 가야지. 과거 외환위기 때도 그룹 비서실 해체하고, 기업별로 독립경영체제로 가자고 했었지. 총수가 온전해 있으니, 아무리 사외이사 강화 등을 하더라도 별로 의미가 없어."
그의 직설적인 비판은 계속됐다. "재벌 2, 3세의 객관적인 경영능력 평가도 없이, 누구의 아들이라고 해서 (북한의) 김정은처럼 28살짜리가 최고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노동자 농민 등 경제민주화동맹 구축해야... 4월 총선 나갈지 고민 중"그에게 다시 재벌 소유지배구조를 개혁할 수 있는 좀더 구체적인 방안을 물었다. 유 교수는 "자식들 회사에 일감몰아주기 방식으로 세금없이 이뤄지는 상속을 철저하게 차단해야 한다"면서 "현 정부가 없애버린 출자총액제한제도 등을 다시 살리고, 각종 재벌 범죄에 대해 무겁게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벌개혁과 함께, 경제민주화를 위한 대안으로 10여 가지를 내놓았다. 중소기업 보호를 비롯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 정리해고제도 개혁, 노동조합 조직률 높이기, 금산분리 강화, 금융감독 개혁, 종업원 대표의 이사추천권 도입, 부자증세 등이다.
-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보다 110% 정도 돼야 한다고 했는데."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사용할 원인을 바꿔주자는 것이다. 재벌들은 맘대로 해고할 수 있고, 복지혜택도 안 줘도 되기 때문에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북유럽 등은 비정규직의 급여가 정규직보다 많다."
- 연말에 국회에서 '한국형 버핏세'가 통과됐다고 한다. 물론 실효성 논란은 있지만."(웃으면서) 이번에 통과된 것은 그냥 생색내기지. 소득세 구간을 조정해서 올릴 수 있는 세금은 그렇게 많지 않아. 법인세를 올려야 세수가 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