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27일 국토해양부 업무보고에서 KTX 수서~부산, 수서~목포 노선 운영권을 민간사업자에 넘긴다는 계획을 밝혀,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2014년 완공 예정인 수도권 고속철도 수서역 조감도다
(주) 종합건축사사무소 근정
[기사보강: 17일 오후 5시 35분]"몇 페이지짜리 부실한 보고서로, KTX 민영화를 추진하다니…."
김용남 철도노조 기획국장의 말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7일 국토해양부 업무보고에서 민간사업자가 참여하는 철도운영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의 보고서를 인용해 'KTX 운임 20% 인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용을 줄이고 수익은 부풀린 '부실 보고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교통연구원에 KTX 운임 20% 인하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 자료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김용남 국장은 "참여정부 때 코레일이 과거 철도청에서 공사로 바뀔 때, 회계법인이 참여해 수천 페이지의 보고서를 만들었지만, 이명박 정부는 KTX 민영화와 관련 부실 보고서 하나로 국민을 속이려 한다"고 지적했다.
교통연구원이 지금껏 정부 입장에 따라 많은 철도노선의 수요 예측을 부풀려 혈세 낭비를 야기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보고서 역시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한 공공연구기관 연구원은 "교통연구원은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이번 보고서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간사업자, KTX 운임 20% 인하? "비용 줄이고 수익 부풀려"철도운영 경쟁체제 도입의 근거는 이재훈 교통연구원 철도정책기술본부장이 쓴 32 페이지의 PPT보고서다. 이재훈 본부장은 지난해 9월 발표한 '철도운영 경쟁체제 도입의 기대효과' 보고서에서 민간사업자가 2015년부터 30년 동안 수서~부산, 수서~목포 간 KTX 노선을 운영할 경우, 현재 운임의 80% 수준에서도 8.8%의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부산 구간의 편도운임은 5만1800원에서 4만1400원으로, 서울~광주 구간은 3만5900원에서 2만8700원으로 20%씩 낮출 수 있다. 민간사업자의 경우, 코레일에 비해 비용은 적게 들고 수익은 더 늘기 때문에 운임 인하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보고서에는 민간사업자의 KTX 운영 경비와 인건비 등은 코레일의 75% 수준이 될 것이라고 주장이 담겼다. 또한 민간사업자가 철도역사와 차량기지를 3.3㎡당 약 43만 원의 저렴한 사용료로 빌릴 수 있고, 이미 건설된 부산역에서는 직원 9명이 상주할 135㎡(40평)의 사무실 공간만 필요할 것이라는 가정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또한 수서~부산 구간은 KTX-산천 51편성, 수서~목포는 17편성 등 모두 최대 68편성의 KTX를 투입해 막대한 이익을 거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5년에는 하루 평균 이용객이 8만8586명에 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2011년 하루 평균 전체 KTX 이용객은 14만 명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