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바다제주의 검은 돌과 파도가 어우러진 삼양바다
김민수
제주의 검은 돌에 파도가 부닥치며 하얀 포말을 만든다.
그 순간을 겹치니 안개 같기도 하고, 흰눈 같기도 한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그냥, 바다에 흰눈이 내렸다고 생각하는 것이 운치가 있는 듯하다. 안개는 아니지만, 해무는 일상적인 것이니까.
밀려왔다가 다시 바다로 가기를 반복하는 세월은 헛된 세월이 아니었다.
파도는 무의미한 오고감으로 자신의 삶을 마친 것이 아니라, 그 오고감으로 바다를 정화시키고 있었다. 바다가 살아있다는 증거, '살아가는 것들이 무엇을 하는가'라는 상징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살아있는 것들이 아름다운 이유는 생명. 무언가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것은 생명을 살리는 혹은 더불어 살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큰 바다에도, 큰 항구에도 여전히 생명은 꿈틀거리며 살아가겠지만, 이 작은 포구에서도 그런 생명 운동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파도는 큰 것만 추구하는 세상에서 작은 것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온 몸을 바위에 던져가며, 부서져가며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