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으로 소위 '무상시리즈'라 불리는 보육, 교육, 의료 등에 대한 무상보편복지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먼저 무상보육은 아동보육 대책과 관련이 있다. 정부에서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보육료 지원과 예방접종 및 임신 진료비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했다. 하지만 정책 목표인 출산율 제고에서는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의 원인이 단지 보육료 때문이 아니라 대학 이후까지의 양육비, 교육비 그리고 청년들의 불안정한 미래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 양육에 있어서 어린이집 비용 외에 추가로 들어가는 사교육 비용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탁아비 지원 중심의 정책은 보편적 아동복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무상보육은 어린이집 지원을 넘어서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의 사회공동부담,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여성고용 구조의 변화, 95%가 넘는 민간탁아시설의 시장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공공보육시설의 확충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무상교육에 있어서 반값등록금은 내년에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3포세대'로 대표되는 청년층의 심각한 현실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각 당에서는 구체적 실현방안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대부분 반값등록금을 공약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대학구조조정 역시 부족하기는 하지만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반값등록금 문제가 현실적으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대학 서열화, 과도한 학업 인플레, 직업 훈련과 연관되지 못하는 부실한 대학교육, 대학의 부실경영 및 이윤추구 행위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할 점은 국고지원의 확보이지만 동시에 대학교육 전반에 대한 개혁이 수반되어야 한다.
무상시리즈와 함께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중요
무상의료는 한미FTA로 인해 추진될 의료영역의 민영화와 이를 저지하는 투쟁이 전면적으로 일어날 전망이다. 또한 정치권을 중심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재정확보 논의가 지속될 것이다. 여기에 공급과 지불제도 등 의료시스템의 근본적 개혁 없이는 건강 보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현실진단은 의료개혁과 건강보장성 강화를 복지부분의 핵심 아젠다로 도출해야 할 당위성을 증명한다.
한편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무상의료 등의 직접 지불형태의 복지정책에 비해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통한 사회보장 강화는 주요하게 부각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노인빈곤율이 45%가 넘고, 워킹푸어와 상대적 빈곤층 비율 역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과 저임금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등을 사회보험에서 적극적으로 포괄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사회보험 및 복지 사각지대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그 해소를 위해 영세사업장 사회보험료 지원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그 대상과 폭이 매우 협소하여 비정규직, 워킹푸어 계층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무상시리즈와 함께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한미FTA로 인한 공공영역 민영화 시도, 저지할 수 있을까?
2011년 통과된 한미FTA로 인해 한국의 법제도 개정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이며, 이 중 사회서비스 영역에서의 민영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현재 약사법, 국민건강증진요양기준에 관한 규칙 등이 개정되었다.
지식경제부가 추진한 우체국보험 가입 한도 50% 인상 개정법령은 한미FTA에 위반된다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의 반발로 철회되었다. 이외에도 보건복지부 산하에서 벗어난 독립기구로 설립되는 '의약품 및 의료기기 위원회'에서 약값뿐 아니라 신의료기술, 질병군 등을 결정하는 기구를 두자는 요구도 거세다. 한미FTA가 무력화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민영화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한미FTA 반대는 결국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주장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사회서비스 영역은 미발달한 제도를 빠르게 성장시켜야 한다는 것과 민간이 더 효율적이라는 신자유주의적 기조 속에 정부재정투자-민간공급확대의 경로를 밟아왔다. 그 결과 보육, 교육, 의료 영역의 인프라는 대부분 구축되었으나 공익적 역할은 거의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 지나친 민간공급으로 인한 시장실패의 문제점이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인구구조 변화로 확대되고 있는 돌봄서비스 영역의 시장화 역시 매우 빠르다. 또한 전기, 가스, 수도 등 공공재와 언론, 보험, 사법, 금융 등 공공성이 담보되어야 하는 서비스의 민영화 정도는 매우 심각하다. 따라서 민영화의 극복만이 아닌 공공기관의 확대와 공공성의 회복은 2012년의 핵심 쟁점이 될 필요가 있다.
복지논쟁은 한국 사회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현재의 복지논쟁이 한국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고 살만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제도개선으로 이어질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본격적인 선거철을 맞아 선거전략으로만 활용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복지확충이 한국 사회 구조의 근본적 개혁으로 이어지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과제를 짚어보자.
[1] 경제와 복지의 선순환 구조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시장에서의 1차분배 구조의 개혁이다. "복지가 일자리이다", "문제는 경제다"라는 말들이 의미하고 있는 바는 '노동시장 양극화 = 소득양극화 = 1차분배의 불평등'이 해결되지 않고는 한국 사회의 안정망을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환원주의로 보이기도 하지만, 안정적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일자리의 부족이 모든 문제의 핵심이 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복지국가 논의가 이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지 않을 경우, 일면적 해결책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단순히 일자리 창출로만 접근한다면 공공영역,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질좋은 일자리 창출 정도밖에 대안이 없다. 따라서 경제정책, 산업정책으로 확장된 접근이 필요하다. 대기업 집중, 중소기업 불균형, 산업구조 개편 등의 경제영역의 개선이 뒤따르지 않는 한 좋은 일자리 창출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핵심은 경제와 사회 정책의 근본적 재구성이 되어야 한다.
선거시즌을 맞아 선심성 복지공약과 정권교체만이 논의되면서 경제구조 개혁이 가려지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체제를 비롯한 사회 곳곳의 제도들이 신자유주의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체제만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신자유주의를 인정한 상태에서 2차분배(세금과 사회보장제도를 통한 재분배)를 통해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보았던 민주정부의 10년을 통해서 잘 드러난다.
[2] 재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
다음으로 재정정책이 중요하다. 재정정책은 복지에 필요한 재정이 얼마이며, 이를 충당하기 위한 세수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기술적 문제를 넘어서 사회형평성을 위한 구조적 개혁이다.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방식은 크게 소득부분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1차분배와 세금을 통해 재분배하는 2차분배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자감세와 부자증세의 결합이 필요하며 보편증세문제는 조세정의 실현과 동반되어야 한다.
[3]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사회서비스 영역의 상업화 극복과 서비스 전달체계의 공공성 확보가 필요하다. 공공성 회복이 수반되지 않는 복지재정 확충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함으로 인해 복지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공공성 논의는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회서비스는 교육과 국가행정 영역을 제외하고는 90% 이상이 민간에 의해 제공되고 있다.
때문에 내용적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어떠한 정책적 접근도 민간에 가로막혀 현실적 힘을 발휘하지 못하며 효율성 역시 매우 떨어지고 있다. 따라서 구체적으로는 공급영역의 공적소유문제를 전면에 제기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보육과 의료, 노인 요양서비스 등 공적 영역에 대한 선호와 민간시장실패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영역부터 공적 공급을 늘려야 한다.
국민들의 공공에 대한 인식도 매우 달라지고 있다. 과거 공공영역을 민영화할 당시의 논리는 글로벌 스탠다드, 선진화였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저소득층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낡은 이미지였으며 공공기관은 비효율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공공어린이집, 공공노인요양시설, 보건소 및 국립암센터 등 일부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높은 선호에서 보듯이 공공의 이러한 이미지는 많이 변해가고 있다. 오히려 민간기관의 비효율과 질적 저하, 상업화 현상에 대한 소비자 불만 역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영역은 민간보육시설과 사교육 등이다.
[4] 전통적 소득보장과 사회투자적 복지정책의 균형
사회안전망의 구성에서는 전통적 소득보장과 사회투자적 복지정책의 균형이 필요하다. 서구의 경험과 한국사회 구조변화로 인해 사회투자적 복지정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높은 빈곤율과 빠른 고령화 속도는 전통적 소득보장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한국 사회 안전망을 논의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런 측면에서 노인 소득보장과 국민연금의 근본적 개혁논의가 필요하다. 국민연금과 특수직역 연금은 그 중요성에 비해 폭발력이 거대해 어느 정치세력에서도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2012년은 61세로 수급연령이 올라가는 첫 해로 2007년 국민연금개혁당시 연금수급개시 연령 인상에 따른 대책마련을 요구한 시기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국민연금은 진보적 이슈로 다루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 가장 높은 노인빈곤율, 광범위하며 현 구조에서 해결할 수 없는 사각지대, 조만간 가장 거대기금이 될 연기금 규모 등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과 노후소득보장문제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5]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과 일자리 질 개선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2011년 일자리 창출을 견인해왔던 영역이다. 고용의 질을 차치한다면 사회서비스는 일자리를 새롭게 만들어 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영역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각 정당별 정책에서도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은 빠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의 질 개선, 서비스 질 확충의 과제는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주로 보건복지 영역, 돌봄서비스 영역에서 증가하고 있으며 이 부분은 대표적인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은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유일하다. 공적 영역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서비스 질을 향상하고, 민간 고용과의 경쟁을 통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청년과 여성, 노인 일자리를 공공근로나 청년인턴제 등의 일시적 일자리가 아닌 정규직 고용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가능한 영역은 보육, 간호, 간병인력의 정규직 고용이다. 보육시설, 병원 등에서 정규직 고용이 가능하도록 재정지원과 의무규정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선거용 공약을 넘어서기 위해서
앞서 살펴본 것처럼 사회개혁의 과제는 위에서 시혜적으로 베풀어주는 복지확충의 과제를 넘어서고 있다. 경제구조 개혁, 일자리 확충을 위한 산업 및 노동시장 구조 개편, 사회보험 근본적 개혁, 사회서비스 영역의 공급구조 개편 등은 복지재정의 일부 확충을 통한 복지프로그램 확대로는 달성할 수 없는 과제들이다.
이러한 사회개혁의 과제달성을 위해서는 선출직 정치인의 시혜성 정책을 넘어 사회정책에 시민의 주도적 참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복지, 사회개혁을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공약을 넘어서 어떠한 사회구상을 갖고 있고 달성가능한 방법론은 무엇인지가 투표의 기준이 되어야한다.
서구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OCCUPY' 운동은 새로운 대중운동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 사회 역시 촛불에서 시작된 새로운 운동형태가 구체화되고 있다. 이 힘들이 진정한 사회개혁의 동력이 될 수 있는 2012년 선거시즌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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