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가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는 모습. (자료 사진)
권우성
"대한민국의 선거철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니라 국정원을 비롯한 공안세력을 통해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전에 '북풍', '총풍' 등으로 불렸던 선거 직전 공안 분위기 조성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계속되고 있는 듯하다. 바야흐로 선거철이 왔나 보다.
민족의 최대 명절이라는 설날을 며칠 앞둔 지난 18일 아침, 국가정보원과 경찰청 보안국 수사관들 20여 명이 박미자 전교조수석부위원장 등 인천 교사 4명의 자택과 학교를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영장에는 전교조가 2003년 이후 정부 승인을 받고, 그것도 대표적 보수교원단체 교총과 함께 남북교육자협력사업의 일환으로 북측 인사를 만난 것을 비롯하여 '이적표현물 소지 배포, 이적단체 결성, 고무찬양' 등과 '2008년 광우병 쇠고기 투쟁, 한진중공업 투쟁'이 적시되어 있었다. 그들은 컴퓨터 하드와 각종 문서, 심지어 일기장과 휴대전화까지 압수해 복사해 갔다.
이에 전교조는 "도곡동 사저 파문과 형님 등 측근 비리, 디도스 사건과 돈봉투 사건 등 MB정부와 한나라당의 온갖 부정비리가 드러나 4월 총선과 12월 대선 참패가 예상되자 전교조를 희생양 삼아 공안몰이로 정국을 돌파하려는 수구세력의 꼼수"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전교조와 민주진영에서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 듯하다. MB정부의 등장과 함께, 특히 선거 국면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등 전교조를 둘러싼 시국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연일까?
[대선의 해 2007년] 서울 통일교사 2명 구속... 그러나 무죄대통령 선거가 있던 2007년 새해가 밝은 지 얼마 안 된 2월, 공안당국은 서울의 통일교육 담당 김아무개, 최아무개 도덕교사 2명의 집과 학교를 압수수색한 후 구속 기소했다. 국정원과 공안검찰, 경찰은 참여정부 시절에도 정권 편이 아니었으며, 특히 정권 교체가 기정사실화된 시점에 이들이 참여정부에 줄을 설 이유가 전혀 없던 시기였다.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은 '학생 친북교육 지침서', '선군정치 찬양'이라며 연일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2년을 끌던 이 재판에서 법원은 2009년 1월 두 교사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뒤이어 검찰의 불복으로 이어진 항소심에서도 2010년 1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친북교육지침서라고 언론에 도배된 글에 대해 "학문적 진위 검증이 가능한 역사서술로 현대사를 바라보는 여러 관점에 불과하다"고 판시했고, 선군정치 찬양 운운 사진에 대해서는 "일반인도 인터넷 등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며, 통일교육 담당 교사로서 북한의 실상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교육적 목적이 있었다"고 무죄 취지를 밝혔다.
[총선의 해 2008년] 전북 '빨치산 교육'? 법원 "실질적 해악성 없어"2007년 대선의 압도적 승리를 통해 보수세력이 행정권력을 접수한 후, 의회권력을 교체하는 총선이 있던 2008년에 공안당국의 전교조에 대한 공안탄압과 색깔론은 더 강화되었다.
4월에 총선이 예정되어 있던 2008년 2월 전북 김아무개 교사가 학생들을 인솔해 '남녘통일 애국열사 추모제' 전야제에 참가하고, 이적 표현물을 소지한 혐의로 구속기소 되었다. 이 때에도 보수언론들은 "중학생 빨치산 찬양 교육" 어쩌고 하면서 마녀사냥에 나섰다. 그러나 이 사건 역시 2010년 2월 무죄가 선고되었으며, 9월에 진행된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되었다.
우습게도 이 행사에 학생을 인솔한 교사들은 교총 소속 교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본행사가 아닌 문화제 형식의 전야제 행사에만 참석했고, 이 자리에서 학생들에게 설명한 내용과 외친 구호도 6·15남북공동선언의 정당성에 관한 것이어서 자유민주주의의 정통성을 해칠만한 실질적 해악성이 없다"고 무죄 취지를 밝혔다.
2008년 전교조 공안사건은 전북뿐 아니라 경남에서도 진행되었다. 그 해 2월 경남 산청 간디학교 최아무개 교사에 대해 찬양고무와 이적표현물 소지죄 혐의로 집과 학교를 압수수색한 공안 당국은 그 해 8월 기소했다.
3년을 끌었던 이 사건도 2011년 2월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하여 최 교사의 자료에 대하여 "국가의 존립과 안전,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정도로 적극적인 의도가 없고,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고 북한을 찬양할 목적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위기 국면마다 '전교조 시국사건'... 교사시국선언과 민주노동당 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