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과 김영춘 최고위원, 문학진 의원, 조배숙 의원, 정청래 전의원, 민주노동당 이정희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진보신당 심상정 전 대표 등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9일 오후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인근에서 마중나온 영도 주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유성호
85호 크레인에서 사람들이 내려온 후 경찰 신문 조사를 받으러 갔다. 진술을 거부했으니 질문만 읽은 셈인데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시간이 아까운 것도 그렇지만, 정말 불쾌했던 건 도대체 나를 왜 소환했는지, 경찰의 질문으로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자존심도 상했다. 내가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카페에서 사용하는 아이디는 내 이름과 똑같다. 그런데 다른 단체 이름을 대면서 소속을 묻는 것이 아닌가. 흔한 이름은 아니라 인터넷 검색창에만 넣어 봐도, '미류나무' 숲을 조금 헤치면 단체 이름을 알기가 어렵지는 않다. 소환장을 예닐곱 번 보내는 정성과 비교하면 그 경찰조사의 무성의함이란, 그러면서 무작정 개인의 금융 정보와 통화 내역을 빼돌려 보는 경거망동이란.
그나마 경찰이 유일하게 소환의 이유로 내세운 것은 사진 한 장이었다. 2차 희망의 버스에서 밥을 나눠주던 근처에 가만히 서 있는 사진이었다. 사진 찍는다 미리 얘기라도 해줬으면 웃으면서 포즈라도 잡았을 텐데 사진 참 안 나왔다는 생각을 실없이 하다가도, 그렇게 가까이에서 누군가 몰래 사진을 찍고 있었다는 사실에는 소름이 돋지 않을 수 없었다.
괜한 자존심을 버리고 아직 내가 그만큼 열심히 활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반성을 하기로 했다. 그래도 사법부가 나를 공범으로 불러주지 않는 건, 조금 서운하다. 나는 1차 희망의 버스에서 공장 담벼락을 넘으며 희열을 느꼈다. 홀로 외로이 고공농성 중인 한 사람에게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어 고마웠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같이 가자고 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을 후원해주시는 분들에게 그 경험을 나누면서 같이 한 번 다녀오자고 메일을 보냈다. 주위에 있는 활동가들에게, 우리 이번에는 더 많은 사람들을 모아서 가보자고 제안했다.
수천 명이 함께하는 1박 2일 일정을 치르는 데 일손이 빠듯해 보이면, 거들 일이 없는지 물어보았다. 매번 무려 3만 원이나 되는 참가비를 내서 희망의 버스 재정을 보탰다. 그 돈은 단체에서 지급되는 활동비를 쪼갠 것이니 단체를 끌어들여도 좋다.
심지어 그 단체는 박래군이 함께하고 있는 단체이고, 송경동이 후원하는 단체이고, 정진우가 좋아하는 단체다. 물론 희망의 버스 탑승객들은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희망의 버스는 처음부터 자발적인 개인들의 마음이 만나 여기까지 온 것이니 말이다.
현명한 공안세력이라면, 송경동 기소를 철회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