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교육감 업무복귀 첫 출근후보자 매수 사건으로 구속된 뒤 1심에서 벌금형을 받고 석방되어 업무에 복귀하게 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20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권우성
서울학생인권조례는 전국에서는 세 번째로 제정된 것이지만, 수도 서울에서 제정되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주민발의를 통해 입법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학생인권이라는 변방의 의제로, 그것도 소수자의 인권을 앞세운 조례가 주민발의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많은 이들의 염려와 불신을 딛고 우리는 주민발의 성공이라는 기적을 이루어냈습니다.
조례 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교육감이 부재한 상태에서, 의회 다수가 부정적이거나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조례를 통과시켜낸 것은 또 한 번의 기적입니다. 사실 너무도 극적이었다는 점에서는 '기적'이라 불릴 만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기적은 학생인권조례를 응원했던 이들의 땀과 눈물이 만들어낸 결실입니다.
그리고 이 기적의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청소년 활동가들입니다. 유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자신이 온몸으로 추진했던 서명운동에 참여할 수조차 없었던 이들. 돈도 없고, 자원도 없고, '빽'도 없고, 힘도 없는, 가진 것 하나 없는 이들 청소년 인권활동가들은 진정 어린 호소와 집념어린 활동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서명을 모아냈습니다. 그리고 학생인권을 전국을 움직이는 중심적인 의제로 기필코 만들어냈습니다.
그럼에도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지명한 이대영 부교육감이 올 초 진보교육감의 정책에 제동을 걸기 위해 의회까지 통과한 조례의 재의결을 요구했습니다. 조례가 다시 부활하기 위해서는 시의원 2/3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서울학생인권조례의 운명이 다시 바람 앞에 놓인 등불 꼴이 됐습니다.
다행히도 19일 곽노현 교육감이 벌금형을 선고받고 직무에 복귀함에 따라 부교육감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곽 교육감의 무죄를 믿어온 이들에게 선고 결과가 만족스럽지는 못할지라도, 일단은 직무에 복귀한 건 큰 다행입니다. 대법원 최종심까지 우선 시간을 벌었으니, 서울교육을 혁신하기 위한 대표 정책인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하고 정착시키는 데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입니다.
부교육감의 재의 요구로 분노와 허탈감에 휩싸여 있을 무렵, 곽노현 교육감의 선고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당시, 조례본부가 '이돈명인권상'을 수상하게 됐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사회에게 모욕당한 이들, 차가운 거리로 내쫓기고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겨야 했던 이들을 변호하는 데 아낌없이 헌신하셨던 그분의 삶을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돈명인권상'이기에, 그 상을 수상했다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품에 안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난 한해 주민발의운동을 이끌며 온갖 수모와 고난을 감수해야 했던 청소년활동가들, 이제야 겨우 인권운동의 한켠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 청소년활동가들에게는 큰 위로와 격려가 되었습니다. 가톨릭 두 손 모아 큰 감사를 전합니다.
추진) 천주교인권위원회는 고 이돈명 변호사님의 인권운동에 대한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천주교인권위원회 이돈명인권상'을 제정했습니다. 이 글은 1회 수상자로 선정된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서울본부'의 소감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배경내 님은 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서울본부 공동집행위원장입니다. 이 기사는 천주교인권위원회 월간 소식지 <교회와 인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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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기적과 어이없는 추방...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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