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처럼 날아 춤추는 백마리 꼬리연

해미읍성에서 옛 추억에 흠뻑 빠지다

등록 2012.01.21 12:13수정 2012.01.2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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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해미읍성 사람들이 찾은 해미읍성의 모습

해미읍성 사람들이 찾은 해미읍성의 모습 ⓒ 임재만


지난 14일, 주말을 맞아 해미읍성을 찾았다. 흐리멍덩하던 겨울날씨가 오랜 만에 하늘을 활짝 열어 젖이며 맑은 햇살을 쏟아낸다. 높은 하늘에는 흰 구름이 둥실 떠 있고 고성 너머로 긴 꼬리 연들이 줄지어 하늘을 날고 있다. 마치 그 옛날 고향 하늘에서나 보던 정겨운 풍경이다.

어릴 적 친구들과 꽁꽁 언 손을 불어가며 온 종일 연을 날리던 기억이 마구 되살아난다. 연줄이 칭칭 엉키어 끊어질까 가슴 졸이던 일과 줄 끊어진 연을 찾아 산속을 해매이던 기억 그리고 전봇줄에 걸린 연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그 시절이 어제 일처럼 떠오른다. 그때는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연줄을 꽉 잡고 연과 한판 씨름을 했었다. 과연 누구의 연이 더 높이 날아오를까? 오늘의 대장(짱)은 누구일까? 끝없는 상상을 하면서 누구한테도 지지 않으려고  언덕을 진땀나도록 뛰어다녔다.


해미읍성 안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주말을 보내고 있다. 아직 한 겨울이라 날씨가 쌀쌀하지만 가족과 연인들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고성의 옛 풍경을 돌아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해미읍성 진남 문으로 들어서면 넓은 잔디광장이 펼쳐진다. 그 광장에서 한복을 입으신 한 할아버지가 털모자를 쓰고 줄 연(100개)을 하늘로 날리고 있다. 한 줄로 늘어선 꼬리 연들이 재주를 뽐내 듯 바람을 타고 구름 속으로 날아든다. 사람들은 그 흥미로운 풍경에 빠져 동심의 세계로  흠뻑 젖어들고 있다. 

a 연 해미읍성을 찾은 사람들이 연을 바라보며 즐거워 하고 있다

해미읍성을 찾은 사람들이 연을 바라보며 즐거워 하고 있다 ⓒ 임재만


a 백마리 연 백마리 오징어 연이 창공을 날고 있다

백마리 연 백마리 오징어 연이 창공을 날고 있다 ⓒ 임재만


해미읍성의 초가집 앞에서 펼쳐지는 연날리기 행사는 설을 며칠 앞둔 사람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고 있다. 그리운 과거로 돌아가 어릴 적 옛 친구들과 그 때의 아름다운 추억을 오롯이 만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연 할아버지는 바구니에서 오징어 연을 하나 씩 꺼내어 하늘로 날려주기 시작한다. 무슨 마술의 힘을 빌리기라도 한 걸까? 할아버지 손이 닿은 연들은 신기하게도 다시 살아 나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하늘로 날아간다.

하나의 긴 연줄에 묶여 한 개 씩 날아가는 연들은 일사불란하게 하늘로 날아오른다. 마치 아기 새들이 엄마를 따라 하늘로 줄지어 날아오르는 모습이다. 그 때 아이들은 연을 잡아보려고 무심코 달려 나간다. 하지만 손닿을 수 없는 하늘로 휙 날아오르는 연을 멍하니 바라만 본다. 꿈을 쫒아가다가 그 꿈을 놓친 아이처럼 안타까움이 몸짓에 잔뜩 묻어 있다. 그 아이의 표정은 꿈을 꾼 듯 귀엽기만 하다. 하늘로 날아간 연들은 아이의 마음을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무심히 멀리 멀리 날아 가버리고 만다.

a 할아버지 할아버지라 날리는 백마리 꼬리연

할아버지 할아버지라 날리는 백마리 꼬리연 ⓒ 임재만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옛날을 생각해 보았다.
그 때 어디선가 귀에 익은 옛 유행가가 기억속에 살아난다
연들이 날아간 먼 하늘을 바라보며
신나게 콧노래를 불러본다...

동네 꼬마 녀석들!  추운 줄도 모르고
언덕위에 모여서 ~ 할아버지께서 만들어 주신~
연을 날리고 있네~
하늘 높이 날아라~ 내 마음 마져 날아라~
고운 꿈을 실고 날아라~~


창공에서 잠시 비틀거리던 연들은 사람들이 따라 부르는 합창소리를 듣고 신나게 몸을 흔들기 시작한다. 그 몸짓이 너무 흥겨운지 사람들도 덩달아 몸을 흔들어 댄다. 꼬마 아이는 마음의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광장을 망아지처럼 마구 뛰어 다닌다. 마침내 해미읍성은 하늘을 나는 연과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창공을 거침없이 날아오른다.
날아라... 높이 높이...
모든 사람의 마음과 꿈을 가득 실고 ~

해미읍성은 언제 찾아가도 그 옛날로 돌아가 그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날 수 있는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다.

덧붙이는 글 | 이곳에는 유명한 맛집이 있어 찾는 이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다

특히 짬봉, 곰탕, 보리밥, 순대국밥, 영양탕, 칼국수등은 해미에서 유명한 맛 집으로 통한다.


덧붙이는 글 이곳에는 유명한 맛집이 있어 찾는 이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다

특히 짬봉, 곰탕, 보리밥, 순대국밥, 영양탕, 칼국수등은 해미에서 유명한 맛 집으로 통한다.
#해미읍성 #연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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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다니며 만나고 느껴지는 숨결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가족여행을 즐겨 하며 앞으로 독자들과 공감하는 기사를 작성하여 기고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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