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2]삼성그룹 계열사 사의 지분출자 관계도2011년 4월 기준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 색칠한 회사는 상장회사, 나머지는 비상장 회사.
새사연
특징을 좀 살펴보자면 우선 경영승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에버랜드 지분 25.1%와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20.7%를 그룹 소유, 경영구조의 정점으로 하여 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 → 삼성카드의 순환출자구조가 2000년대 내내 삼성그룹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이는 이재용 체제로 경영승계가 완전히 넘어가는 시점에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삼성의 출자 관계구조가 복잡한 것은 전통적인 중심 기업, 예를 들어 제일모직이나 삼성생명, 삼성증권, 호텔신라 등의 출자관계가 복잡한 것과 관련되어 있다.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해온 이들 전통 중심 기업이 계열사 확장 과정에서 공동출자를 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셋째, 막대한 자금능력을 보유한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하는 직접 계열화 쪽으로 삼성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새로운 특징으로 등장했다. 최근 웬만한 신규 제조회사 설립은 계열사들의 복잡한 공동출자가 아니라 삼성전자의 직접 단독출자로 이뤄지고 있다. 삼성그룹이 점점 '삼성전자그룹'으로 변하고 있다고 할까? 실제 그림2의 하단에 표시된 계열사들은 모두 삼성전자의 출자 기업들이다.
넷째, 삼성 내부에 2차 중심기업이 조금씩 생기고 있는데, 예를 들어 ① 에스원을 중심으로 하는 보안 기업, ② 삼성메디슨을 중심으로 하는 의료 기업, ③ 삼성SDS를 중심으로 하는 소프트웨어기업, ④ 삼성정밀화학을 중심으로 하는 화학 기업 등이 부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재벌 대기업들은 통상 이런 식으로 부심을 만들어내고 3세나 4세로 세대가 바뀌면 자식들에게 이를 나눠주면서 재벌 계열분리를 해나갔다. 과거 삼성에서 CJ와 한솔제지와 신세계가 분리되어 나간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족사의 세대 교체방식이라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이런 방식으로 모든 재벌기업들이 세대를 걸쳐 반복하면, 아마 조만간 우리사회의 주요 기업들은 거의 재벌 패밀리로 얽히게 될지도 모른다.
출총제 도입하려면 실효성 있는 '2002년 식'으로2008년 말까지 1137개였던 재벌 계열사 숫자가 출총제가 폐지된 2009년 3월 이후부터 매우 빠르게 늘어나 2011년 말 기준 1629개까지 팽창한 것은 출총제의 부활을 검토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한다. 사실 1998년 일시적으로 출총제가 폐지되었을 때에도 재벌그룹 내부 지분율이 44.5%에서 1999년 50.5%로 증가해 재벌의 소유 집중이 심화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고, 때문에 2000년 4월부터 순자산의 25% 이하로 출자를 제한하는 출총제가 부활을 했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어떤 출총제로 돌아가느냐이다.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출총제를 폐지할 당시의 출총제는 이미 재벌 규제 기능을 상당부분 거세당하고 이름만 남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특히 참여정부 5년 기간 동안 지배구조가 우수하면 출총제를 졸업시켜준다든지 미래 성장 동력에 투자하는 경우 출총제에서 제외시켜준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선과 경제력 집중 억제를 서로 맞바꾸는 등의 정책변화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출총제는 계속 완화되었다. 그 결과 2008년에는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 543개 가운데 94.3%인 512개가 면제를 받고 10개 기업집단 31개사만 적용대상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2008년 수준으로 출총제를 되돌린다 해도 실효적인 규제 수단이 될 수는 없다(그림3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