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청년유니온 위원장, 통합진보당과 방법 찾자"

청년유니온 김영경 위원장한테 편지 ... 블로그·페이스북에 글 올려

등록 2012.01.28 16:29수정 2012.01.2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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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유니온' 김영경 위원장(32)이 민주통합당 청년 비례대표에 출마하기로 한 가운데, 통합진보당 강기갑 의원(사천)이 "혹시라도 아직 늦지 않았다면, 함께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강 의원은 "청년유니온과 통합진보당이 함께하길 바라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여지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함께 방법을 찾아보면 어떻겠느냐"고 한 것이다.

 

강기갑 의원은 27일 밤 쓴 'DMeMA청년들의 희망아이콘 김영경에게, 강기갑이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글을 써서 28일 오후 자신의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올렸다.

 

김영경 위원장은 세대별 노동조합 운동인 '청년유니온'을 이끌어왔다. 강 의원은 "저와 통합진보당과 김영경 위원장이 꿈꾸고 만들려고 하는 세상은 다르지 않다는 것이 확실한데, 왜 먼저 의기투합을 하자고 다가가지 못했을까"라며 "제가 먼저 왜 손 내밀지 못했을까 하고 반성의 반성을 거듭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청년유니온을 반짝 세일이나 이벤트의 대상이 아니라 끝까지 함께 할 동지로 여기는 사람들이, 바로 옆에서 미안한 마음으로 고개 들지 못하고 서 있음을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강기갑 의원의 편지 전문이다.

 

[강기갑 편지] 청년들의 희망아이콘 김영경에게, 강기갑이 보내는 편지 

 

a  통합진보당 강기갑 의원.

통합진보당 강기갑 의원. ⓒ 권우성

통합진보당 강기갑 의원. ⓒ 권우성

안녕하세요. 저는 통합진보당 강기갑입니다. 갑작스런 편지에 당혹스럽지 않을지 걱정이 먼저 됩니다. 요 며칠 사이 언론과 SNS를 달구고 있는 청년유니온의 정치진출과 관련한 논란으로 무척 불편한 마음일 것이라 짐작만 하고 있습니다.

 

꽃보다 아름다운 청춘 김영경 위원장에게, 농민의 대변자가 되고자 정치에 몇 년 더 먼저 뛰어든 사람으로서 약간의 우려와 한없는 응원을 전하고자 편지를 띄우게 된 것이니 부담 갖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소외받고 이용만 당해온 농촌 총각, 청년 강기갑에게 가톨릭농민회가 있었다면, 청년실업에 허덕이고 일자리가 있다하더라도 정당한 노동의 대가도 받지 못하는 오늘의 청년들에게는 청년유니온이 있어 청년들에게 등불이 되고 길잡이가 되어주고 있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여름 청년유니온 덕에 한 번도 먹어보지 않던 커피를 만들어볼 기회가 생겼었습니다. 바로 청년유니온에서 마련한 아르바이트 체험에 제가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것이죠. 바리스타라는 것이 저에게는 생소하였지만 이 시대를 사는 청년들에게는 흔한 아르바이트였고 커피 한 잔 값밖에 안 되는 시간당 4500원을 받으며 일하는 생계의 현장이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저는 하루 체험으로 최저임금인상에 대한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체감하면서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와 청년실업 대책을 고민하고 있을 때 청년유니온은 2달 만에 커피전문점에서 지급하고 있지 않던 주휴수당을 받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참 기쁘고 벅찬 승리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 이 청년들 자체가 희망이구나!' 저도 모르게 무릎을 쳤습니다.

 

규모 있는 노동현장에서만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기성세대와 달리 흩어져 있는 청년들을 규합해 노동조합을 꾸리고 하나하나 잘못된 제도를 고쳐나가는 모습에서 저를 비롯한 진보정치인들 조차도 배울 것 많은 동지들이라는 칭찬이 주변에서도 자자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김영경 위원장이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를 고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속한 통합진보당은 무엇을 하고 있나? 저와 통합진보당과 김영경 위원장이 꿈꾸고 만들려고 하는 세상은 다르지 않다는 것이 확실한데, 왜 먼저 의기투합을 하자고 다가가지 못했을까요? 제가 먼저 왜 손 내밀지 못했을까 하고 반성의 반성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김영경 위원장과 청년유니온의 식구들이 통합진보당이 아니라 민주통합당을 선택할 것을 고민하게 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다가왔을 고뇌와 답답함에 제가 속한 통합진보당이 한 몫을 거들었을 것이라 짐작되어 제 마음이 한없이 무겁습니다. 하지만, 청년유니온을 반짝 세일이나 이벤트의 대상이 아니라 끝까지 함께 할 동지로 여기는 사람들이, 바로 옆에서 미안한 마음으로 고개 들지 못하고 서 있음을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혹시라도 아직 늦지 않았다면, 청년유니온과 통합진보당이 함께하길 바라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여지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함께 방법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자꾸만,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갈대밭 한 복판의 잎 푸른 대나무가 떠올라 잠이 들지 않는 밤에 두서없이 적었습니다. 겨울의 찬바람이 여전합니다. 이 겨울이 청년들에게는 더욱 고달프고 힘든 시기이겠지만, 청년유니온이 있기에 봄의 따뜻함을 잊지 않고 준비하며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함께 건승합시다.

 

2012년 1월 27일 밤. 경남 사천에서. 강기갑 드림.

#청년유니온 #김영경 위원장 #강기갑 의원 #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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