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로 제관 집에 차려놓은 산신제 제상입니다. 같은 시가켄이지만 산신제 제물 역시 지역에 따라서 조금씩 다릅니다.
박현국
사람들이 산에 대해서 품고 있는 고마움과 감사의 표현이 산신신앙입니다.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대주는 산에 대해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더 많은 수확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많은 자식을 갖고 싶어 했습니다. 많은 자식을 낳아서 잘 기르는 것은 노동력을 얻게 되고 더 많은 수확물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산을 무대로 살아갈 때부터 자연히 산신을 섬기게 되었습니다. 산신은 생활에 필요한 먹거리와 물물교환에 필요한 재화를 공급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녀를 생산하는 것 역시 산신의 도움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사람들이 산과 더불어 살아갈 때 산신 신앙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산에 대한 고마움뿐만 아니라 산신에게 자녀와 가축의 번성과 재산의 풍요를 기원하게 되었습니다. 산신이 직접 인간을 만족시키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다만 산신에게 고마워하고 감사하는 의식과 산신에게 풍요와 번식, 가축과 가족의 번성을 기원하는 마음만으로도 사람들은 평안을 얻었고 만족했습니다.
산신은 특정 동물도 아니고, 특정 나무도 아닙니다. 그저 산 그 자체가 산신이고 인간에게 도움을 준다고 사람들은 생각했습니다. 이제 서서히 생활환경이 변했습니다. 더 이상 산에 의지하거나 산에서 나오는 것을 얻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산신 신앙 역시 점차 사라져 가거나 약해지고 있습니다.
산신 신앙이 점차 없어져 가는 오늘날, 아직도 옛날처럼 지극 정성으로 산신제를 지내는 곳이 있습니다. 그들은 옛날처럼 산신제를 지내기 일주일 전부터 산신제를 담당한 제관 남자 네 사람은 여자를 멀리하고, 정결하게 지내면서 제사를 준비합니다.
산신제가 끝나면 바로 이어서 다음해 산신제 지낼 제관 네 집을 뽑습니다. 이렇게 뽑힌 제관은 1년간 정결하게 지내면서 다음해 지낼 산신제를 준비합니다. 2011년 11월 13일 오후 두시에 마을 회관에 모여서 산신제에 필요한 준비와 필요한 것들을 점검했습니다. 이때 특히 볏짚 확보, 콩 대 채취, 아궁이 만들 잔디 확보, 칡넝쿨 채취, 신목 만들 소나무 확보 등을 점검합니다.
이어서 1월 7일 제관 네 사람은 자동차로 가서 이세신궁을 참배했습니다. 이곳에서 네 사람의 역할을 정하는 제비뽑기를 합니다. 역할은 장로, 서무, 회계, 기록 등 네 가지가 있습니다. 대개 연장자가 장로 제관 역할을 맡아서 하고 제물 준비 역시 장로 집에서 합니다. 이 네 가지 역할은 현대적입니다.
제관의 구체적인 명칭은 예로부터 전해져 오는 말이 있습니다. 신슈쿠(神宿), 고시라에슈쿠(拵え宿), 하나소로에슈쿠(花揃え宿), 게이진슈쿠(芸人宿) 등으로 불리었다고 합니다. 신슈쿠는 말 그대로 신이 머무는 곳으로 제관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아서 중심적으로 일을 맡아서 하는 장로 제관을 말합니다.
고시라에슈쿠는 준비하는 집이라는 말로 장로 제관 집에서 준비한 모든 제물을 이곳에 가져와서 와실에 제물을 펼쳐놓고 신사 직원인 구지와 더불어 의식을 치릅니다. 그리고 이것이 끝나면 다시 제물을 장로 제관 집으로 옮깁니다.
하나소로에슈쿠는 산신에게 받칠 꽃을 갖춘다는 뜻입니다. 게이진슈쿠는 예능인을 불러서 산신 제물 앞에서 오락을 하는 뜻입니다. 10여 년 전까지 예능인을 불러서 오락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요즘은 비용문제로 없어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역할이 정해지면 다음해 산신제를 정할 집을 방문합니다.
가미토야마 마을에서는 옛날부터 살아온 사람들이 130세대 정도입니다. 이들이 순서대로 산신제를 지냅니다. 다만 집안에 남자가 없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지낼 수 없으면 산신제 당번을 하지 않기도 합니다. 해 마다 산신제 제관은 네 집에서 네 명이 맡아서 지내기 때문에 보통 30년에 한번 정도 자기 차례가 돌아온다고 합니다.
산신제에 사용하는 제물이나 제물을 담거나 놓는 그릇이나 받침대 등은 모두 자연에서 얻은 대나무나 칡넝쿨, 볏짚 등을 사용하여 만듭니다. 옛날 산신제를 지내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여 지냅니다. 사람들의 생활 방식은 바뀌었지만 산신의 성격은 옛날 그대로 남아있고 바뀌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미토야마 마을은 산과 들을 끼고 있는 평온한 마을입니다. 마을 동남쪽으로 류오야마(竜王山, 해발 605m) 산, 곤제야먀(金勝山, 해발 613m) 산, 덴구이와(天狗岩, 해발 509m) 산, 게이칸잔(鷄冠山, 해발 491m)산 등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리고 산에서 흘러내린 물은 곤제가와(金勝川) 강으로 모아서 마을을 가로질러서 흘러갑니다.
가미토야마는 가와미나미, 윗마을, 아랫마을, 기타노야마 등 네 개 마을이 19반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번 2012년 산신제는 가와미나미 마을에서 뽑힌 제관 네 명이 중심이 되어서 준비하고 산신제를 지냈습니다.
가미토야마에는 300세대 이상이 살고 있습니다. 원래 이곳은 150여 세대가 살고 있었지만 40년 전 경주마 훈련장이 생기면서 훈련장과 관련된 사람들이 이사하여 살고 있습니다. 새로 이사 온 사람들은 예로부터 있어온 산신제 참가에 소극적입니다.
산신제는 예로부터 살아온 120여 세대 사람들이 순서대로 당번을 정하여 지내고 있습니다. 가미토야마 마을 가운데 가와미나미는 산신제를 지내는 동쪽 산신당과 서쪽 산신당이 비교적 가까워서 지내기가 쉬웠습니다. 필자는 일주일 동안 거의 날마다 이곳 마을을 방문하여 산신제 준비와 진행을 확인하고 정리하였습니다.
1. 임시 아궁이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