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보름 지났건만 장관은 조문도 오지 않고..."

밀양 송전철탑 반대 분신 사망자 장례 미뤄져... 권영길 '국회 진상조사' 촉구

등록 2012.01.30 14:57수정 2012.01.3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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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압(76만5000볼트) 송전철탑 건설에 반대하며 고 이치우(74)씨가 분신 사망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국회에서 조문을 약속했지만 아직 빈소를 방문하지 않고 있는 속에, 주민들은 장관과 한국전력공사 사장의 사과 없이는 장례를 치를 수 없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이치우씨는 지난 16일 오후 8시경 경남 밀양시 외산면 보라마을 입구에서 분신 사망했다. '고 이치우 열사 장례위원회'(위원장 고부웅)는 마을 입구 분신 장소에 있었던 빈소를 철거하고, 밀양시청 정문 옆 화단에 컨테이너를 이용해 '분향소'를 설치했다. 시신은 병원 영안실에 보관해 놓고 있다.

초고압 송전철탑 건설에 반대하며 지난 1월 16일 오후 8시경 자신이 살던 동네인 경남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 입구에서 분신 자살했던 고 이치우(74)씨의 분향소가 밀양시청 정문 앞 화단에 설치돼 있다. 영정 앞에 "살려내라"고 쓴 머리띠가 놓여져 있다. ⓒ 윤성효



초고압 송전철탑 건설에 반대하며 지난 1월 16일 오후 8시경 자신이 살던 동네인 경남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 입구에서 분신 자살했던 고 이치우(74)씨의 분향소가 밀양시청 정문 앞 화단에 설치돼 있다. 사진은 30일 오전 '장례위' 고부웅 위원장이 요구조건이 담긴 용지를 들어보이며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공사 측에 전달했는데도 조문사과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 모습. ⓒ 윤성효



장례위는 '지식경제부 장관과 한전 사장의 사과·조문', '3개월간 공사 중단', '한전 측의 장례비용 부담'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고부웅 위원장은 30일 "요구사항이 많지도 않다, 밀양 산외면장을 통해 요구사항을 전달했고, 지식경제부 장관한테도 건네진 것으로 안다"며 "며칠 전 한전 전무가 왔기에 물어보니 사장한테 요구사항이 전달되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홍석우 장관은 지난해 국회 인사청문회 때도 밀양 송전선로 공사 현장을 방문하겠다고 했지만 오지 않았고, 이치우 열사가 분신한 뒤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 회의 때도 조문하겠다고 해서 설날 전후에 올 것으로 봤지만 아직 오지 않고 있다"며 "요구사항과 관련해 정부·한전 측과 어떠한 협상도 없는 상태라서 더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765kv 북경남 백지화 투쟁 밀양시대책위' 서일수 전 위원장은 "배운 사람들은 도회지로 나가 살고 무지랭이들만 농촌에 살고 있다, 정부와 한전은 우리한테 송전철탑으로 인해 어떤 피해가 오는지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고 공사를 막무가내로 하다가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면서 "처음에 직선으로 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인데, 우리들이 사는 우회선로로 철탑을 세우려고 한 것부터 잘못이었다"고 말했다.


분향소에서 만난 주민들은 "송전선로 공사는 정부가 한전을 앞세워 강도짓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다른 주민은 "우리가 바라는 것은 보상도 필요 없고, 송전선로 백지화뿐이다"고 말했다.

초고압 송전철탑 건설에 반대하며 지난 1월 16일 오후 8시경 자신이 살던 동네인 경남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 입구에서 분신 자살했던 고 이치우(74)씨의 분향소가 밀양시청 정문 앞 화단에 설치돼 있는데, 통합진보당 권영길 의원이 30일 다시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 윤성효


초고압 송전철탑 건설에 반대하며 지난 1월 16일 오후 8시경 자신이 살던 동네인 경남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 입구에서 분신 자살했던 고 이치우(74)씨의 분향소가 밀양시청 정문 앞 화단에 설치돼 있는데, 통합진보당 권영길 의원이 30일 다시 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은 서일수 전 '대책위' 위원장. ⓒ 윤성효


경찰 "타살 혐의 없음, 분신자살 추정"


수사를 마무리한 밀양경찰서는 30일 이치우씨 사망이 '분신 자살'로 추정되며 타살 혐의는 없다고 발표했다. 분신 사건 뒷날 경찰은 '단순 사고사'로 발표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민주통합당 경남도당은 지난 27일 "경찰이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고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에 의하면, 분신 사고 당일 오전 5시께부터 마을 주민과 한전 시공사(용역) 관계자들이 대치하고 있었다. 당일 낮 12시께 이치우씨는 공사 현장에서 "내가 죽어서 해결이 된다면 장비에 불을 지르고 죽겠다"고 해 주민들이 말리기도 했으며, 이날 오후 5시께에도 "내가 죽으려고 하는데 죽지 못하게 하느냐"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치우씨는 이날 오후 7시께 집 창고에 보관 중이던 경유가 든 기름통(20리터)을 들고 나와 마을회관 뒤편 공터에서 몸에 부었으며, 마을 입구 다리 쪽으로 와서 분신한 것으로 보인다.

초고압 송전철탑 건설에 반대하며 지난 1월 16일 오후 8시경 자신이 살던 동네인 경남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 입구에서 분신 자살했던 고 이치우(74)씨의 분향소가 밀양시청 정문 앞 화단에 설치돼 있다. ⓒ 윤성효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타다 남은 옷과 마을회관 뒤편 공터에서 수거한 기름통 내용물에 대한 국과수 감정결과 경유로 확인됐다"면서 "두 차례 화재 재현 실험을 했고, 최초 목격자와 정보관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당시 상황과 이씨의 이동 동선에 대한 진술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체 검시와 국과수 감정, 사건 당시를 재현한 발화와 연소과정에 대한 실험, 현장 실황조사 등의 결과를 종합해 볼 때 '분신 자살'로 추정되며, 타살 혐의가 없어 사건을 종결한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해, 고부웅 위원장은 "자료에서 '추정'이라고 한 표현이 마음에 걸리지만, 최종 분신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보고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권영길 의원 "국회, 용역의 불법적 폭력 문제 다루어야"

초고압 송전철탑 건설에 반대하며 지난 1월 16일 오후 8시경 자신이 살던 동네인 경남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 입구에서 분신 자살했던 고 이치우(74)씨의 분향소가 밀양시청 정문 앞 화단에 설치돼 있는데, 통합진보당 권영길 의원은 30일 오전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진상조사위' 구성 등을 촉구했다. ⓒ 윤성효

한편, 분신사건과 폭력사건에 대한 국회 진상조사와 국가인권위원회의 긴급구제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합진보당 권영길 의원(창원을)은 30일 오전 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촉구했다. 권 의원은 분신 사망 뒤 조문했다가 이달 다시 분향소를 찾은 것이다.

권 의원은 "국회 지경위 소속 조경태 의원(민주통합당)과 오늘 전화통화를 해서, 진상조사위 구성을 촉구했고, 빠른 시일 안에 활동을 해야 할 것"이라며 "국회 활동이 잘 안되는 것은 의원들이 귀향활동을 하고 있어 그런 것 같은데, 2월 안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길 의원은 이날 회견문을 통해 "분신한 고 이치우씨는 잘못된 국가 원자력 정책의 희생자이며, 용역을 빙자한 불법적 폭력에 의해 살해 당했다"면서 "국민의 인권을 지켜야 할 정부의 불법 방조로 인해 생을 마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분신사건 이전에도 밀양 송전선로 공사 현장에서는 마을 주민과 한전 시공사(용역) 사이에 마찰이 잦았다. 당시 폭력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는데, 대책위는 '비구니 스님'이 용역에 '성(언어)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현재 경찰에서 조사 중에 있다.

권영길 의원은 "국가인권위는 즉각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에 대한 긴급구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면서 "50대 여자 스님이 성폭력을 당하고, 70살이 넘은 노인들이 용역들에게 짐승취급을 당하며 폭행을 당했으며, 심지어 노인이 분신자살하는 동안 국가인권위는 무엇을 했느냐"고 따졌다.

이어 권 의원은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지켜야 할 공권력에 경고하고, 지경부 장관은 즉각 밀양 현장을 방문하고 유가족과 피해 주민을 면담해야 하며, 공사 진행과정에서 발생한 불법사항에 대한 즉각적이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권 의원은 국회 진상조사위 구성을 제안했다. 그는 "용산 참사 이후 3년이 흐른 동안, 국회는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국민 앞에 함께 반성하자, 용역을 빙자한 불법적 폭력 문제를 더 이상 대한민국이 용납할 수 없음을 국회가 보여주자"며 "한전의 발전·송전설비 건설과정에서 수없이 제기되어 온 국민의 인권과 재산권 침해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길 의원은 "법치와 인권이 무너진 밀양이 송전탑 건설 현장에서 비극적인 죽음이 발생했다"며 "노모를 모시고 살던 노인의 비극적 죽음에서도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문명국가가 아님을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초고압 송전철탑 건설에 반대하며 지난 1월 16일 오후 8시경 자신이 살던 동네인 경남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 입구에서 분신 자살했던 고 이치우(74)씨의 분향소가 밀양시청 정문 앞 화단에 설치돼 있는데, 통합진보당 권영길 의원은 30일 오전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진상조사위' 구성 등을 촉구했다. ⓒ 윤성효



초고압 송전철탑 건설에 반대하며 지난 1월 16일 오후 8시경 자신이 살던 동네인 경남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 입구에서 분신 자살했던 고 이치우(74)씨의 분향소가 밀양시청 정문 앞 화단에 설치돼 있는데, 통합진보당 권영길 의원은 30일 오전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진상조사위' 구성 등을 촉구했다. ⓒ 윤성효


#송전철탑 #이치우 #밀양시청 #권영길 의원 #원자력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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