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청, 이런 엉터리 감사를 하다니

인천 영선초 감람석 운동장 조사, '의혹' 많음에도 그냥 넘어가

등록 2012.01.30 18:29수정 2012.01.3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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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교육청이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멀리뛰기장 감람석에서 석면이 검출된 인천 부평구의 영선초등학교 운동장 조성사업을 감사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으나, 엉터리 감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시교육청이 2010년 말 교육비리를 척결하겠다며 '개방형 감사담당관'을 추진해 내부 직원으로 임명한 것이 결국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감사 결과를 보면, 해당 시공사는 2010년 10월 25일 착공한 '2010 영선초 다양한 학교운동장 조성사업'을 진행하면서 스탠드 보수공사 때 924m의 친환경목재데크를 설치할 것이라고 설계했으나, 실제로는 880m로 시공한(44m 부족 시공)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892만 원이 시공사에 더 지급된 것이다.

이에 시교육청은 공사감리업체의 설계 변경 등 적절한 조치가 없었다며, 과다 지급한 금액 전액을 회수 조치했다. 하지만 시공업체나 감리업체에는 별다른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영선초 교장에게도 '주의' 처분만 조치해 논란이 됐다.

a  인천 영선초등학교에 설치된 친환경합성목재데크의 모습. 데크와 데크 사이가 촘촘하게 짜여있어 44m를 잘못 설계했다는 것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인천 영선초등학교에 설치된 친환경합성목재데크의 모습. 데크와 데크 사이가 촘촘하게 짜여있어 44m를 잘못 설계했다는 것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 장호영


지난 26일 영선초를 방문해 친환경목재데크를 확인해본 결과, 데크가 설치된 장소의 구조 상 44m를 잘못 설계했다는 것에 의문이 들었다. 또한 감사 결과에 의심쩍은 점들이 있어 다각도로 조사해봤다.

시교육청은 애초 친환경데크목재를 설계와 다르게 44m 부족 시공만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데크목재의 너비(=폭)와 두께도 전혀 다른 제품이 시공됐다. 애초 설계 시 제품보다 훨씬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사용된 것이다. 이에 같은 날 시교육청에 확인을 요청하자, 그때서야 설계 시보다 두께가 5㎜ 얇은 데크목재를 사용한 사실도 감사에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30일 영선초에 친환경데크목재를 납품한 업체에 문의하고 학교를 직접 방문해 확인한 결과, 두께만 얇은 데크목재가 아니라 설계와는 다른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시교육청에 해당 사실의 확인을 요청하자, 시교육청은 "두께만 얇은 것이 아니라 더 안 좋은 제품을 쓴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알고 있었는데 말만 안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설계 착오로 44m를 부족하게 시공한 것과 두께가 얇고 재질이 안 좋은 제품을 쓰는 것은 차이가 있다. 시공업체가 고의적으로 저렴한 제품을 쓰고 감리업체가 이를 눈감아 줬다는 의혹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영선초 운동장 조성사업을 감리한 D업체의 감리사는 "시공업체가 보여준 샘플 제품만을 봐서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며 "공사장에서 계속 상주하는 감리가 아니기 때문에 시간을 많이 투자할 수 없어서 실수를 했다, 두께가 얇아도 안전상의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실은 시교육청 감사 담당자가 시공된 제품을 제대로 확인만 했어도 쉽게 드러났을 것이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감사 담당자 2명을 파견해 1주일 동안 감사를 벌였음에도 이러한 사실조차 찾아내지 못했다.


설계업체와 감리업체 동일, 설계비·감리비 추가 인상

또한, 조사 과정에서 '영선초 운동장 조성 사업'의 설계업체와 감리업체가 같은 업체임도 밝혀져 의혹을 사고 있다.

영선초는 2010년 6월 설계비로 예산 1000만 원을 편성해 D업체와 수의계약을 했다가 같은 해 9월 200만 원을 추가로 인상한 예산안을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 받았다. 또한 2011년 2월 28일 D업체에 감리용역비 750만 원을 지불하고, 며칠 뒤인 3월 10일 학교운영위에서 예전에 감리용역비로 책정했던 예산 600만 원에 250만 원을 추가한 총 850만 원을 심의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750만 원을 이미 지급했음에도, 250만 원을 추가해 85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예산안을 심의 받은 것이다. 예산이 맞지 않음에도 시교육청 감사 담당자들은 이 또한 찾아내지 못했다.

감사를 청구했던 한 학부모는 "얼마나 엉터리로 감사를 했으면, 공사에 어떤 제품이 쓰였는지도 제대로 확인 안 하고 학교의 예·결산 자료도 제대로 보지 않았냐"며 "시교육청은 개방형 감사담당관을 뭐 하러 채용했는지 모르겠다, 똑바로 다시 감사해서 여러 의혹들을 제대로 밝혀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감사를 엉터리로 했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고, 감리업체가 계속 상주하는 감리가 아니기 때문에 책임을 물리기는 어렵다"며 "목재데크의 길이는 직접 확인했다, 안 좋은 재질의 제품을 쓴 것은 알고 있었고, 시공업체 제재가 가능한지는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영선초 학부모들은 지난해 11월 석면이 포함된 감람석이 영선초 멀리뛰기장에 설치된 경위와 운동장 조성 사업비 집행의 적정성 등의 내용으로 인천시교육청에 감사를 요청했다. 감사 결과, 시교육청은 시공업체에 과다지급한 892만 원을 전액 회수 조치하고, 학교장에게 감독 업무를 소홀히 했다며 '주의' 처분했다.

이에 학부모들은 시교육청의 감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교육과학기술부에 감사를 다시 요청했으나, 교과부는 최근 시교육청을 통해 '감사는 적절하게 진행해 재 감사할 사항이 아니'라는 답변을 보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영선초 #인천시교육청 #감람석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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