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둔 해고자 "어제 웨딩촬영 했는데 ..."

롯데백화점 해고자 '해고 철회 투쟁' 계속...40일 넘게 농성·1인시위

등록 2012.01.31 11:21수정 2012.01.3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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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웨딩촬영 하고 왔다. 신부를 위해서라도 환하게 웃어야 하는 얼굴은 뒤죽박죽이었다. 마음을 한 곳에 둘 수 없는 공허함이 느껴졌다. 축복받아야 할 결혼식을 한 달 앞두고 해고자가 되었다."

31일 오전 롯데백화점 창원점 주변 농성장에서 만난 A(29)씨가 한 말이다. A씨를 비롯한 민주노총일반노동조합 롯데창원비정규직지회 조합원 15명은 한 달째 백화점 주변에서 집회·1인시위와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밤샘농성을 하기도 한다.

 '한미FTA저지 경남운동본부'는 28일 오후 롯데백화점 창원점 옆 '샤롯데'에서 "한미FTA 폐기, 디도스 공격과 돈봉투 책임자 처벌,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경남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창원점에서 시설관리를 맡아오다 집단해고된 비정규직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한미FTA저지 경남운동본부'는 28일 오후 롯데백화점 창원점 옆 '샤롯데'에서 "한미FTA 폐기, 디도스 공격과 돈봉투 책임자 처벌,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경남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창원점에서 시설관리를 맡아오다 집단해고된 비정규직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 윤성효


백화점과 계약을 맺은 새 위탁업체는 한국노총 소속과 비조합원을 중심으로 선별고용했다. 업체는 계약만료를 9일 남겨놓고 해고 통보를 해 부당해고 논란이 일자, 농성자들을 본사(서울)와 다른 업체가 맡고 있는 롯데백화점 포항·울산점으로 발령을 냈던 것이다.

A씨는 "일생에 한 번 뿐인 행복하고 아름다운 결혼식 준비를 해고자가 되어 길거리에서 하고 있다"며 해고통보를 받았던 순간을 떠올렸다. 지난해 12월 22일이었다.

"사장이 지하 5층 사무실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문서작업을 하고 있었다. 결혼비용으로 쓰기 위해 사장한테 퇴직금 중간정산을 부탁했더니, '결혼 축하'라 하며 12월 말까지 정산해 준다고 했다. '아! 이제 결혼 막바지 준비가 좀 수월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한 시름 덜고 잠시 머리를 식힌 뒤 사무실로 와보니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었는데, 그것은 '12월 31일 근로계약종료통보서'였다."

그는 "그 하얀 종이 위에 이름 석자가 적혀 있었다. 순간 '결혼 축하'라 하던 사장의 미소가 머리 속에 맴돌았다. 그렇게 미소를 띄우며 컴퓨터 작업을 하던 것이 근로계약종료통보서였구나"며 "충격이었다. 그날 시설 직원 모두가 집단 부당해고를 당한 것"이라고 밝혔다.

A씨는 "따뜻한 눈빛과 힘내라는 말 한마디, 그리고 저희가 용기를 잃지 않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바로 시민들의 관심이다"라며 "고객도 매장 직원도 다 창원시민이다. 자본이 아무리 힘이 있다 한들 시민들의 관심이 높다면 저희들이 이길 수 있다"고 호소했다.


김태웅 의원 "사태 해결에 창원시가 적극 나서야"

창원시의원들이 "롯데백화점 비정규직 집단해고 사태 해결을  위해 창원시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태웅 창원시의원은 30일 열린 본회의 때 5분 발언했다.


김 의원은 "롯데백화점에서 집단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성탄절과 새해를 앞두고, 아무런 영문도 모른 체 '근로계약종료 통보'를 받고서야 '아! 이런 게 파리 목숨이라는 거구나'를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고 한다"며 "2년에서 10년 동안 롯데백화점을 위해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 졸지에 직장에서 쫓겨나야 하다니 도대체 대한민국에 도덕과 상식이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일반노동조합 롯데창원비정규직지회는 지난 해 12월 말부터 롯데백화점 창원점 옆에서 비정규직의 복직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일반노동조합 롯데창원비정규직지회는 지난 해 12월 말부터 롯데백화점 창원점 옆에서 비정규직의 복직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윤성효


그는 "법적으로 모든 고용주는 해고일 최소 30일전에 예고하는 '해고예고기간(최소30일전)'을 지켜야 한다. 그런데도 롯데측은 이를 무시하고 해고 9일전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하였다"며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에서는 롯데의 집단해고가 부당해고임을 지적하자 롯데측은 부부노동자를 각각 서울과 포항에 발령하고, 사실상 위탁업체와 관계가 없는 업체로 발령하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를 취하였다"고 밝혔다.

김태웅 의원은 "해고자 중에는 부부사원, 치매부모 부양자, 2월 11일 결혼예정자, 출산예정자 등 극히 생활형편이 어려운 분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적은 임금으로 가족을 부양하며 살고 있는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있어 해고는 살인과 마찬가지"라며 "그동안 롯데백화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임금의 50%도 안 되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 공기 탁한 지하 5층에서 10년 동안 묵묵히 일 해왔다. 1년 마다 롯데와 계약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연말이 되면 혹시나 하는 불안감으로 가슴을 졸이며 살아왔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롯데백화점 비정규직 집단해고 사태가 일어난 지도 40여일이 지나고 있다. 지금까지 창원시에는 상황파악만 하고 있을 뿐 적극적인 중재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파국으로 가기 전에 조속한 해결을 위해 시장도 함께 나서주실 것"을 호소했다.

창원시의원 47명은 공동성명을 통해 '노사협의를 통한 원만한 문제 해결'과 '롯데백화점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 '고용승계 인정하고 전원 복귀시킬 것' '창원시가 적극 중재 나설 것'을 촉구했다.

노조 지회는 매일 오후 6시 백화점 주변에서 촛불집회를 벌이고 있으며,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롯데백화점 비정규직 집단부당해고 철회 및 비정규직 철폐, 중소상인 살리기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창원점 #민주노총일반노동조합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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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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