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항 인근 바닷가에 좌주한 대형 화물선 글로벌 레거시호의 인양작업을 두고 포항해경과 닛폰 살베지(Nippon Salvage, 일본 구난업체)간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해양환경오염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해경과 하루라도 빨리 배를 인양하려는 구조업체의 의견이 엇갈리는 것.
여기에 1일 저녁 닛폰 살베지가 글로벌 레거시호의 예인을 시도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31일 오후 3시 포항해경은 닛폰살베지 등 이번 사고 관계자들과 해경 영일만파출소에서 긴급회의를 가지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해경은 일단 손상된 2번 탱크에 실린 기름 700t을 1번 탱크로 이적 후 인양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닛폰 살베지는 오히려 대형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1일 저녁부터 2일 새벽을 이용, 화물선을 인양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지로 기름이적을 마쳐야 예인을 허락하겠다던 해경도 당초 방침에서 한 발짝 물러나 닛폰 살베지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닛폰살베지는 1~2일 강풍·풍랑 예비특보가 내려진 상태에서 암초에 놓인 배를 부양작업 없이 그대로 내버려둘 경우 배가 움직이면서 1번 연료탱크까지 파손될 우려가 있다고 맞섰다.
닛폰 살베지 관계자는 "WBT(Water Ballast Tank, 배의 균형을 잡아주는 탱크) 10개 중 8개와, 연료탱크 3개 중 2개가 파손된 상태에서 이적 작업이 장기화 되면 배의 부양이 힘들어진다. 최악의 경우 배를 해체해야 할 수도 있다"며 "닛폰 살베지는 글로벌 레거시호를 부양시킬 기술을 가진 회사다. 가능한 한 빨리 배를 부양시켜 예인하는 것이 기름유출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닛폰 살베지가 예인을 주장하는 이유가 다른 데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일정 세기의 파도를 이용해야만 예인선이 좌주한 배를 암초 충돌없이 예인할 수 있다"며 "닛폰 살베지는 기상이 나빠질 때를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파도가 예인의 기본 조건이라는 것이다.
31일 현재 2번 탱크의 기름 700t 중 298t이 1번 탱크로 옮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펌프고장과 낮은 기온 탓에 작업 속도가 더뎌져 1번탱크로 이적을 완료하려면 4~5일 정도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해경은 기름유출방지를 우선시 한다는 뜻을 밝혔다. 해경관계자는 "닛폰 살베지의 구난 기술의 전문성도 인정해야겠지만 우리 바다의 오염을 막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한편, 31일 모강인 해양경찰청장은 용한리 사고현장을 방문해 사고수습 진행 현황을 듣고 "관계기관·업체 등과 협력해 해양오염 피해를 최소화하고 선박을 안전하게 구조하는데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