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김새가 특이한 새모래덩굴 핵.
김태영
'국내 자생 나무도감'이 목표- 국내에 자생하는 모든 나무를 수록한 나무도감,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취지도 궁금하다. "식물 공부를 하면서 국내에 믿고 볼만한 도감이 없어 제대로 알려면 '일본도감'이나 '중국식물지' 등을 뒤져야만 하는 우리의 현실에 마음이 복잡했다. 문제 의식이랄까. 안타까움이랄까. 앞선 식물학자들에 대한 원망이랄까. 늦었지만 누군가라도 반드시 해야만 한다는 소명이랄까. 이런 취지로 출발했다. 김진석 연구사와 '국내 자생 나무도감'이란 목표로 협력했지만,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김 연구사는 식물분류학 박사과정을 마친 전공자로서 한국의 식물상을 재정리 해 보고자 하는 학문적인 목표를 일부 달성한 것이다. 21세기에 접어든 이 시점에 한반도의 목본식물을 재확인·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최근에야 학계에 보고된 것들, 미기록종, 이름만 기록되어 있는 나무들의 생태를 다뤘다는데?"근래 몇 년 사이에 발견되었거나 문헌 기록은 있지만 실체가 불분명했던 푸른가막살, 송양나무, 섬회나무, 털조장나무, 반짝버들, 채양버들, 부전자작나무, 개야광나무 등의 자생지를 찾아 사계절을 사진에 담아 수록했다. 그간 학자들 간에 분류학적인 이견이 분분하거나 문헌이나 표본자료 등이 부족해 동정에 혼동이 많았던 버드나무속(Salix), 싸리속(Lespedeza), 인동속(Lonicera) 나무들의 부분 사진들을 수록해 쉽게 식별할 수 있게 한 것, 버드나무속 나무들의 속내 주요 식별 형질인 암꽃과 수꽃의 구조를 보여주는 횡·단면사진과 열매, 잎의 앞·뒷면, 수피, 겨울눈, 종자 등의 사진을 실어 유사종과의 차이점을 자세하게 다른 것 등은 특히 내세우고 싶은 것이다.
특히 한반도 특산식물인 바위종덩굴은 공저자인 김진석 연구사가 세계 최초로 발견하여 학계에 보고한 식물이라(학명의 명명자 명이 김진석을 뜻하는 'J. S. Kim'라고) 여러모로 의미가 남다르다. 천선과나무, 모람, 왕모람 3종의 나무들은 각각의 식물들의 꽃가루받이를 해주는 좀벌과의 공생 관계를 사진으로 자세히 소개했는데, 이 또한 국내 처음이다. "
- 650여 종 모든 나무마다 적게는 5~6매부터 많게는 14~15매 정도 사진이 수록됐다. 모두 몇 장?
"대략 5천 장 정도 된다. 이것만으로도 지금껏 한국에서 출간된 나무도감 중 역사상 가장 방대한 사진 자료를 수록했다고 할 수 있다. 같은 나무라고 해도 자생지, 즉 어떤 곳에 자라는가에 따라 그 상태가 저마다 다르다. 나무의 사계절을 다 보려면 한 나무 당 최소 5번은 가야 한다. 그런지라 사진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장의 사진만으로는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각각의 나무에 대해 <한국의 나무>에 수록된 사진들은 그 나무를 식별할 수 있는 특징을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사진들이다."
- 자생지만을 고집한 이유는 무엇인가. "식물연구를 위해 식물원은 꼭 필요하다. 그런 만큼 우리나라 자생종은 최대한 식재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그렇지 못하다. 사실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야생과 식물원은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나무라고 해도 산 아래와 정상부에 자라는 나무는 외형적 차이가 난다. 식물원의 나무들은 사람들의 관리를 받고 자라는지라 야생 상태의 나무와 다소 다른 모습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우리나라 자생식물의 대표성을 띠지 못한다. 때문에 보다 정확한 이미지 자료 확보를 위해 자생지 촬영 원칙을 고수했다. 나무 한 종을 관찰하여 기록하고자 여러 번 가야하니 시간도 많이 들고 경제적으로도 소모가 많았다. 그래도 이처럼 책으로 내고나니 보람으로 남는다. 아마도 단 한 종이라도 우선 편한 쪽을 선택했더라면 두고두고 부끄러웠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