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인 김용민 시사평론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2011년 11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한미FTA 반대 특별 야외공연에서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유성호
<나는 꼼수다>가 사고를 쳤다. 그리고 그 사고는 예견된 것이었다. 나는 '나꼼수'의 사고가 하나도 놀랍지 않다. 꼴보수나 진보나 똑같이 성차별적이고 폭력적인 마초인 것을 오래전부터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니 새삼 분노할 것도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나는 이번 사건이 한국 남성들의 저급한 음담패설 문화에서 기인했다고 본다. 그들은 때와 장소, 사람을 가리지 않고 그것이 마치 고급 유머코드라도 되는 양 음담패설을 구사한다. 그것이 변화하지 않고 아직까지 먹혀왔던 것은 어쩌면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 남성이 지배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여전히 많다는 반증일 것이다.
'말빨'로 전국 평정한 나꼼수... 왜 침묵하나이번에도 거기에 공지영이라는 여성작가가 끼어들지 않았다면 아무런 말썽없이 넘어갔을 것이다. 문제는 사고를 친 당사자들이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를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자신들의 일원으로 여겨질 만큼 열렬한 지지자인 작가 공지영이 '불쾌'하다며 '사과'를 기다린다고 해도 천연덕스럽게 입 딱 씻고 있는 것이다.
여성들의 비키니 시위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언급한 그들의 발언이 문제인 것이다. 시사평론가 김용민은 "정 전 의원께서 독수공방을 이기지 못하시고 부끄럽게도 성욕 감퇴제를 복용하고 계신다. 마음 놓고 수영복 사진을 보내시기 바란다"고 말했고 또 <시사IN> 주진우 기자는 정 전 의원에게 "가슴 응원사진 대박이다. 코피를 조심하라"고 썼다. 최근엔 "면회 희망 여배우 명단 작성하라. 욕정 해결방안 발표하라"는 내용의 또 다른 신청서 사진까지 인터넷에 등장했다.
이 정도면 심각한 성 인지적 감수성의 지체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 문제를 영화평론가 이안은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글을 통해 "나꼼수는 진보여야 하고 진보는 엄숙해야 한다는 오해 때문"이라고 썼다. 그러나 그것이 어째서 진보와 엄숙의 문제가 되는가? 진보가 엄숙해야 한다고 오해하는 여성 아무도 없다. 그것은 남성들의 천박한 남근중심주의에서 비롯된 성폭력적 망언일 뿐이다.
그도 이어지는 글에서 "이 아저씨들의 구호인 '쫄지마'와 '씨바'는 남성성기가 겁먹고 위축돼 성불능이 될까 두려워하는 거세공포에 대한 음담"이며 "그 거세공포는 여성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 남성사회의 상징질서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나꼼수'의 이번 사고를 "정력센 놈처럼 보이고 싶다는 허세놀이가 일으킨 파장"이라는 해석을 내린다. 타당한 해석이다. 그러나 나는 남자들의 허세놀이에 진짜 신물이 난다. 언제나 여성을 대상화시키지 않은 남성들의 진심을 들을 수 있을까? 나는 벌써 지쳤다.
어떤 이들은 이번 일이 표현의 자유에 관한 것이라며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덤벼든 꼴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내가 분노하는 지점은 바로 그것이다. 남자들이 표현의 자유를 누리며 드러나는 그들의 수준은 왜 그 모양인가? 거기에는 여성들이 피부로 느끼는 분노나 불쾌감을 가볍게 넘기려는 그들의 의도가 숨어있고, 여기에 진보와 보수의 차이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