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든 꽃채 피우지 못하고 말라죽어 차라리 오랜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김민수
지난 가을 화분에서 꽃을 피웠을 국화는 주인의 무심함 때문인지 말라 죽었다.
이 추운 겨울에도 여전히 꼿꼿한 것을 보니 서리가 내리기 전 목이 말라죽었을 터이고, 가을 햇살에 제 몸의 물기를 다 빼앗겼을 터이다.
그렇게 일찍 삶을 마감해서 슬펐니?그런데, 이 엄동설한에도 여전히 그 모습 잃지 않았네?피어있던 꽃보다 먼저 진 너희들이 더 오랫동안 곁에 있으니 좋다. 산 것과 죽은 것의 경계가 모호할 때가 있다.
참과 거짓의 경계도 그러하고, 가상과 실재 역시도 그러하다.
송파구 거여동 재개발지구, 이미 오래전에 선정이 됐으면서도, 사람이 살아가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님에도, 여전히 재개발은 지지부진하다. 개발론자는 아니지만, 몇몇 투기꾼들을 단속한다고 그 많은 이들을 그런 환경에 살도록 방치하는 것은 국가적인 범죄행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