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형마트의 모습. (자료사진)
유성호
지난 1996년 우리나라 유통시장이 개방되고 월마트, 까르푸 등 외국계 유통기업들이 국내에 진입하면서 유통시장은 많은 변화가 생겼다.
대형할인마트는 대규모 시설을 바탕으로 생산자와의 직거래를 통해서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유통체계를 만들었다. 또 이들 대형마트는 매장의 규모에 걸맞게 1차상품인 농수산물부터 전자제품 등 공산품까지 많은 상품들을 한 장소에서 구입이 가능한 체계를 만들었다.
유통기업들 간 경쟁 또한 치열했다. 국내 유통기업과 외국계 유통기업의 경쟁은 약 10년 동안 지속되었고 결국 월마트와 까르푸가 한국에서 철수를 발표하면서 일단락 되는 듯했다. 그러나 대형유통매장 운영을 통해 재미를 본 재벌유통기업들은 제2의 전쟁을 치르기 시작했다. 앞 다투어 신규출점을 시도했고 최근 수년동안은 골목상권까지 장악하려고 SSM을 무차별적으로 출점시켰다.
마트의 장시간-저임금 노동... 노동자는 괴롭다그러는 동안 우리 유통노동자들의 고용상황과 노동상황 등 삶의 질은 어떻게 변했을까?
재벌유통기업들이 납품업체나 하청업체들에게 불공정거래 행위를 요구하면서 자신들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동안 유통노동자들 역시 최저임금도 안 되는 임금을 받았다. 또 3개월, 6개월 단위 근로계약 등 열악한 노동조건과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내몰려 온 것이 최근까지의 상황이다.
다행히 지난 2007년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되면서 고용불안은 조금 해소되었지만 여전히 낮은 임금과 최악의 노동환경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일례로 대형마트 계산대에 의자가 비치되어 있지만 노동자들은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장시간 서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때때로 쉴 수 있도록 의자를 비치하는 것을 기업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지난해 연말 반가운 소식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회에서 전해져 왔다. 유통산업발전법이 일부 개정되어 대형마트나 SSM에 대하여 밤 12시부터 익일 오전 8시까지 영업을 규제하는 것과 월 1일 이상 2일 이내의 의무휴업을 각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강제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이루어 진 것이다.
이번 법개정의 취지는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과 근로자 건강권 보호 및 대중소기업의 상생발전이다. 야간 영업이 금지돼 심야노동을 했던 많은 여성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일부분 보장돼 참 다행이다.
심야노동은 과도한 빛 공해로 인한 호르몬의 변화 등으로 생체리듬을 파괴하여 수면장애, 생리불순, 유산증가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대형마트들이 경쟁을 통해 24시간 영업을 확대하면서 대부분 취약계층의 여성노동자들이 심야노동의 공간을 메워 왔고, 이들은 건강을 잃거나 가족과 멀어지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