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여성의 삶 이렇게 파괴했다

마트 의무 휴업일 강제는 노동자 건강 위해서도 필요

등록 2012.02.12 19:57수정 2012.02.1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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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대형마트의 모습. (자료사진)
한 대형마트의 모습. (자료사진)유성호

지난 1996년 우리나라 유통시장이 개방되고 월마트, 까르푸 등 외국계 유통기업들이 국내에 진입하면서 유통시장은 많은 변화가 생겼다.

대형할인마트는 대규모 시설을 바탕으로 생산자와의 직거래를 통해서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유통체계를 만들었다. 또 이들 대형마트는 매장의 규모에 걸맞게 1차상품인 농수산물부터 전자제품 등 공산품까지 많은 상품들을 한 장소에서 구입이 가능한 체계를 만들었다.

유통기업들 간 경쟁 또한 치열했다. 국내 유통기업과 외국계 유통기업의 경쟁은 약 10년 동안 지속되었고 결국 월마트와 까르푸가 한국에서 철수를 발표하면서 일단락 되는 듯했다. 그러나 대형유통매장 운영을 통해 재미를 본 재벌유통기업들은 제2의 전쟁을 치르기 시작했다. 앞 다투어 신규출점을 시도했고 최근 수년동안은 골목상권까지 장악하려고 SSM을 무차별적으로 출점시켰다.

마트의 장시간-저임금 노동... 노동자는 괴롭다

그러는 동안 우리 유통노동자들의 고용상황과 노동상황 등 삶의 질은 어떻게 변했을까?
재벌유통기업들이 납품업체나 하청업체들에게 불공정거래 행위를 요구하면서 자신들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동안 유통노동자들 역시 최저임금도 안 되는 임금을 받았다. 또 3개월, 6개월 단위 근로계약 등 열악한 노동조건과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내몰려 온 것이 최근까지의 상황이다.

다행히 지난 2007년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되면서 고용불안은 조금 해소되었지만 여전히 낮은 임금과 최악의 노동환경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일례로 대형마트 계산대에 의자가 비치되어 있지만 노동자들은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장시간 서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때때로 쉴 수 있도록 의자를 비치하는 것을 기업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지난해 연말 반가운 소식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회에서 전해져 왔다. 유통산업발전법이 일부 개정되어 대형마트나 SSM에 대하여 밤 12시부터 익일 오전 8시까지 영업을 규제하는 것과 월 1일 이상 2일 이내의 의무휴업을 각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강제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이루어 진 것이다.


이번 법개정의 취지는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과 근로자 건강권 보호 및 대중소기업의 상생발전이다. 야간 영업이 금지돼 심야노동을 했던 많은 여성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일부분 보장돼 참 다행이다.

심야노동은 과도한 빛 공해로 인한 호르몬의 변화 등으로 생체리듬을 파괴하여 수면장애, 생리불순, 유산증가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대형마트들이 경쟁을 통해 24시간 영업을 확대하면서 대부분 취약계층의 여성노동자들이 심야노동의 공간을 메워 왔고, 이들은 건강을 잃거나 가족과 멀어지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한 동네 상인이 대형마트 임점저지가 적힌 머리띠를 두르고 시위에 참석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 동네 상인이 대형마트 임점저지가 적힌 머리띠를 두르고 시위에 참석하고 있다. (자료사진)권우성

지난 7일 전주시의회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조례를 개정하면서 전주시 내에 있는 대형마트와 SSM에 대하여 오전 8시부터 밤 12시까지만 영업하도록 했고, 월 2일(둘째주, 넷째주)의 의무휴업할 것을 확정하였다.

그동안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어볼려고 야간노동을 선택했던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유통기업들은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노동시장의 공급과 수요는 늘 유동적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이는 현실 왜곡이다.

우리 사회의 여성노동자들이 겪는 다양한 어려움들 즉, 혼인, 출산, 육아, 일과 생활의 양립 등은 결국 사회적 관심과 동의 속에서 개선해야 한다. 최근 여성들의 초혼 연령이 드디어 30세가 넘은 것으로 보고됐다. 직장생활 탓에 혼인을 미루고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 역시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번 유통법 개정으로 심야에 내몰려 일하여 왔던 여성노동자들 삶의 질이 얼마나 개선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그래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살짝 느낄 수 있다.

이번엔 백화점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문제를 관심있게 보아야 할 순서이다. 그들은 하루 12시간 동안 장시간 서서 일하면서 하지정맥류, 유산, 감정노동으로 인한 정신과적 질병 등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국회에 입법발의된 '유통산업근로자 보호와 대규모점포 등 주변생활환경 보호등에 관한 특별법'은 통과되어야 한다.

유통업종 다수 여성노동자 노동의 질과 삶의 질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성종 기자는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실장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성종 기자는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실장입니다.
#대형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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